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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8 부동산시장 [단독] "세금 내기 싫어".. '가족간 불법 주택증여' 조사

머니S | 김노향·정소영 기자 | 입력 2019.08.13 06:42 | 수정 2019.08.13 10:30
# 나부자씨(가명)에게는 아들 둘과 딸 둘이 있다. 서울 용산의 빌라와 봉천동 주택, 자양동 주택 등을 보유한 전형적인 중산층 다주택자다. 나씨는 8억6000만원짜리 봉천동 주택을 아들 명의로 구입해 직접 전세거주했다. 하지만 아들은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나씨는 용산 빌라도 당시 고등학생이던 작은아들 명의로 샀다가 팔고 다시 성수동 아파트 등을 사고팔았다. 명의자는 각각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번갈아 맡았지만 역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이 과정에 명의자인 큰아들은 9억원짜리 화양동 주택을 부모 명의로 사면서 현금 6억원을 받기도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렇게 복잡한 가족 간의 주택거래와 증여 사실은 나씨의 두딸 중 한명인 나은혜씨(가명)에 의해 서울 관악세무서와 성동세무서에 접수됐다. 증여세 회피 목적이 의심되는 가족 간 증여 사실이 재산을 나눠받지 못한 다른 자녀에 의해 고발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10~20년 전 거래이고 세법상 소멸시효가 인정돼 일부는 납세의무가 사라져버렸다. 나씨의 큰아들 등은 “증여가 아니라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악세무서는 최근 나씨 가족의 불법증여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권오정 관악세무서 재산법인납세과 조사관은 “세무조사 시행 여부는 개인정보라 외부에 알릴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정부 방침에 따라 자금계획서 등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렇게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족 간 증여나 탈세 등을 고발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종종 발생하는데 자금출처를 검토한 후 정식 세무조사 실시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불법적인 증여를 막기 위해 각 지자체가 ‘주택취득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받도록 했다. 음성적인 가족 간 증여가 기승을 부린다는 이유다.

국세청은 올 4월 유튜버, 연예인, 유명 스포츠선수 등 고소득자 176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가족이나 특수관계회사 직원의 재산형성 과정, 편법증여 혐의를 두고 강도 높은 자금추적을 진행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금융거래분석 TF’를 설치, 고액재산가의 재산 변동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부동산 보유 연소자 등에 대한 자금출처도 통합분석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씨 사례처럼 세법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경우 고의적인 탈세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은혜씨는 “동생 명의로 된 아파트를 팔아 형에게 증여하고 타인 계좌로 돈을 주고받는 등 불법적인 정황이 많음에도 세무서는 거짓으로 꾸며 제출된 서류를 믿고 제대로 된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세법상 일반 부과 제척기간은 5년이나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 15년까지 연장된다. 상속세·증여세를 명의신탁 등의 방법으로 포탈한 경우는 과세관청이 이런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내 과세할 수 있다는 특칙이 있다. 사실상 무제한의 부과 제척기간 허용이다.

올초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양도세 탈루나 편법증여 등의 탈세 의심사례는 2369건이다. 국토부는 국세청에 관련사실을 통보하고 세금추징이 가능하도록 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한 가족 간 증여는 2016년 8만957건, 2017년 8만9312건, 2018년 12만9444건으로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 전체 증여 건수는 정부 조사 결과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건축물거래 215만9022건 가운데 증여가 13만524건(6.0%)으로 2006년 통계가 나온 이래 최대규모다.

정부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아파트 매매가 감소하는데도 증여가 증가하는 이유는 양도세 회피 목적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건수는 3만1305건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6.8% 감소했지만 증여의 경우 같은 기간 5776건에서 5841건으로 1.1% 증가했다.

올초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세금 수억원을 아끼려고 장관 지명 직전 딸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것으로 드러나 ‘증여 절세’가 ‘국민 재테크’라는 비난마저 나왔다.

김노향·정소영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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