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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5차 보금자리주택 엇박자 부동산 정책 … 헷갈린 시장은 꿈쩍 않는다

[중앙일보 손해용]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 나오는 식이다. 대책의 효과는 반감되고, 정책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잇따른 처방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꿈쩍 않고 있는 것은 이런 엇박자 정책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정부는 급등하는 전·월세 시장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8·18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 1가구만 임대해도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을 임대사업에 끌어들여 전셋값을 잡고 매매 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같은 날 김빠지는 조치가 나왔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중단하거나 대출을 줄이기 위해 심사를 강화한 것이다. 가계대출이 늘지 않도록 하라는 금융 당국의 권고에 따른 조치다. 8·18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주택을 사서 세놓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 이 가운데는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처럼 대출이 막히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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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오락가락' 정책은 이번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대출 시 소득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완화' 계획을 내놓았다. 대출 규제를 강화해 집값 상승 기대감을 꺾어 놓더니 다음 날에는 반대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주요 대책을 발표하거나 정책을 집행하면서 부처 간 협의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5월에도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은 5·1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17일에는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를 발표했다. 해당 지구인 서울 강동과 경기도 과천 등은 주택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준강남권'이다. 값싼 보금자리주택 청약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수가 거래를 미루면서 주택 거래는 더 얼어붙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선 정책의 일관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부처 간 정책 혼선을 조율하는 기능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효과가 상반되는 정책은 발표시기를 미리 조율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엇갈리는 시그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해 8월 수도권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총 1343조62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감소했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 시가총액은 618조42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불어났다. 정부가 최근 1년간 각종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되레 매매 시장은 침체하고 전셋값은 상승하는 등 약발이 먹히질 않고 있는 것이다.

 단국대 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며 "하지만 대출 등 금융정책의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동산대책이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현재의 경제·금융환경과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금융 당국은 가계 빚 억제를 위한 후속대책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주력했던 MB 정부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양해근 부동산팀장은 "예전에는 증시가 안 좋으면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식으로 주식과 부동산이 '대체재' 관계였지만 지금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정부가 앞으로 쓸 카드가 별로 없는 데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는 "주택 공급이 줄고 있어 앞으로 주택 수요가 늘면 그동안의 각종 대책이 점차 효과를 보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 연말께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 hysohnjoongang.co.kr >

◆주택투기지역=정부가 집값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다른 지역보다 대출·세금 등의 규제를 강화한 지역. 집값 상승률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지역이 대상이다.

◆투기과열지구=과열된 주택 분양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다른 곳보다 길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주택 거래도 제약을 받는다. 1순위 청약자격도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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