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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임대료 동결, 임대료 상한법 시행된 2020년.. 주거 복지로 향하는 세계 도시들

[오마이뉴스 신희완 기자]

 2009년 10월에 있었던 베를린 세입자 시위 "부동산 투기에 레드 카드를(Rote Karte fur Spekulation)"
ⓒ 신희완
2020년 3월 1일부터 베를린에선 임대료 상한법(Mietendeckel)이 시행된다. 이 법은 일부를 제외한 베를린의 모든 민간 임대주택의 월세의 상한선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법안이 발표되었던 2019년 6월 당시의 임대료를 기준으로 5년간 임대료 상승을 금지한다. (관련기사: 5년간 임대료 동결! 야심찬 베를린 시의 세입자 대책)

베를린시 전체 180만 가구 중 150만 가구가 영향을 받게 되는 이 법은 임대료 상승을 멈추고, 임대료 상한선 이상의 임대계약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낮춘 채로, 임대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여 터무니없이 월세가 상승하던 임대 시장의 상황에 변화를 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임대료 상한법은 베를린의 2013년 표준임대료(Mietspiegel)의 기준을 따르며, 표준임대료는 주택 위치, 시설, 주변 환경 등의 다양한 기준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면 임대료 상한선이 가장 낮은 경우는 1918년 이전에 지어졌고, 중앙난방 시설이 없고, 욕실이 없는 주택으로, 1평방미터당 3.92유로(5100원)가 임대료 상한선이다. 반대로 임대료 상한선이 가장 높은 주택은 2003~2013년 사이에 지어졌고, 중앙난방시설과 욕실이 있는 임대주택으로, 1평당미터당 임대료 상한선이 9.8유로(13,000원)이다. 이 기준을 20% 이상 초과할 시에는 세입자는 올해 9월부터 지역 관청에 신청하여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 (임대료 상한법의 자세한 내용: '임대료 인상 5년간 동결' 더 강한 '상한법' 시행 (독일 베를린市))

임대료 상한법 효과, 5년간 25억 유로 경제적 부담 절감
 
 지난 10여년간 베를린의 빈 땅에는 어김없이 고급주택이 들어섰다.
ⓒ 신희완
 독일의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회사 중 한 곳인 immowelt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베를린시 평균 임대료는 2009년 평방미터당 5.6유로에서 2019년 평방미터당 11.4유로로 2배 이상 상승하였다. 또 다른 중개회사인 Immoscout24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단순히 월세가 상승한 것만이 아니라 소득 대비 월세 비중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2017년 베를린 거주민은 연간 소득의 46%를 월세에 부담했는데, 2016년에는 이 비율이 40%였다.

베를린의 세입자들이 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도입된 임대료 상한법이 그 의도대로 활용된다면 5년간 약 25억 유로(약 3조 2천억 원)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베를린 주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가구당 약 200만 원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료 상한법 도입을 전후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이 법안이 개인 재산 보호에 관한 헌법 조항(1장 14조)을 위반한다는 일부 주장이었다. 실제로 독일 연방 헌법 재판소와 베를린 헌법 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임대료 상한법과 함께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있다. 바로 wenigermiete.de(임대료를 더 적게.co.kr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라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다. 2015년 6월 도입된 임대료 제동법(Mietpreisbremse)을 수익 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립된 이 기업은 세입자 고객을 대신하여 임대료 인하 소송 및 환급 소송을 한다. 소송에서 성공하여 임대료를 돌려받기 전까지 고객이 지불해야하는 비용도 없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리걸테크(Legaltech)의 일종이다.

실제 임대료를 돌려받은 사례도 늘어나고 있고, 특히, 지난해 11월 독일연방 대법원이 wenigermiete.de의 핵심 업무는 (법적 허가가 필요한) 법률 자문이 아니라 징수 업이므로 이들의 업무는 합법이라고 판결받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리로 절차를 밟지만, 소송 주체인 세입자 역시 길게는 수년간 여러 차례의 소송에 참여해야 하므로 여전히 쉽게 사용하기 어려운 서비스이다.

사실상 실패한 임대료 제동법에 이은 임대료 상한법이 기대했던 효과를 이뤄낼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올해 9월 임대료 인하 신청이 가능해진 이후에나 확실히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베를린 세입자 단체는 베를린 주 정부가 기민당이나 부동산 회사 등의 이익단체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시행한 용기와 함께 베를린시 고유의 법안으로 세입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상황을 환영했다.

주거난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민간 부동산 회사의 몰수 청원 운동을 하는 도이체보넨 몰수 시민단체(Deutsche Wohnen enteignen)는 임대료 상한법은 5년 기한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한계를 지적하였고, 부동산 회사 몰수는 평생 임대료를 안정화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운동의 당위성을 주장하였다. (관련 기사: 미친 임대료에 질린 독일 시민들, '재산 몰수' 외치다)

도이체보넨 몰수 청원 운동은 현재 청원 1단계에서 2개월 만에 약 7만 7천 명의 서명을 모았다. (6개월간 2만 명의 유효한 서명 필요) 현재 서명은 내무부에서 검토 중이며, 문제가 없을 시엔 주민 청원 2단계(4개월간 17만 명의 유효한 서명 필요)로 이어진다.
 
 "주거공간은 상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 신희완
  "주택은 상품이 아니다"

미하엘 뮬러(Michael Muller) 베를린 시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베를린 시민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주택을 꼽았다. 이제는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문장인 "주택은 상품이 아니다. (Wohnungen sind keine Ware)"을 말하며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주택을 건설하고, 매입하고, 임대료 상승을 막겠다고 공언하였다. 또한 이를 위해 5년간의 임대료 상한법이라는 새로운 길을 걸으며, 5년간 잠시 숨돌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베를린뿐만 아니라 수많은 도시에서 비슷한 상황과 대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LA이다. 9월 10일 로스앤젤레스군(Los Angeles County)에서 통과된 임대료 안정화 법령은 로스앤젤레스군 내의 비법인지구의 임대주택의 월세 상승을 연간 최대 8%(소비자 물가지수와 연동, 법안 통과 당시 LA의 지수는 3.3%)로 제한하고, 강제퇴거를 어렵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약 10만 명이 도움을 받게 될 이 법안은 앞으로 캘리포니아주 전체로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은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주전역의 세입자 보호 장치를 도입할 초입에 있으며, 주민들의 늘어나는 주거비와 생활비로 인한 위기와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덴마크에서는 지난해 말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서 주택 매입 후 10년간 임대료를 높이지 못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영화 <푸시 - 누가 집값을 올리는가>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택 투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부동산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코펜하겐에서만 약 2300채의 주택을 매입했고, 임대료를 높여왔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주택을 단기적 투기 대상으로 일삼는 거래를 사실상 막는 것이다. 게다가 여론이 악화되고, 새로운 법안이 발표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블랙스톤 측은 일부 임대 주택의 월세를 낮출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덴마크 세입자 연합(Lejernes Landsorganization)은 낮춘 임대료조차도 여전히 높을 수 있으니, 새로운 임대료로 계약하기 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독일 베를린 그리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임대료 상한법이나 임대료 안정화법은 어떤 극단적인 법안이 아니다. 그저 지난 수년간 과도하게 상승하며 시민들의 일상을 좀먹고 파괴하고 있는 임대료를 잠시 멈춰놓거나 속도를 늦추는 임시 대책이고, 주택이 상품이 아닌 사회로 가기 위해 부풀려진 임대료를 낮추는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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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베를린 소개서 유튜브 채널(https://bit.ly/2Qbc3vT)에서는 기사로 전달하지 못한 정보와 베를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베를린 소개서"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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