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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개정 1년째 깜깜이 '꼼수 실거주' 만연
내몰리는 세입자들.."법안 도입 신중해야"

지난해 6·17대책에서 등장한 '재건축 실거주요건(2년)' 규제를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가 속출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임대차시장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뿐만 아니라 세대분리부터 위장전입까지 다양한 편법을 통한 '서류상' 실거주요건 채우기에 혈안이 된 가운데 내몰린 세입자들은 전세난에 부딪혀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임대차 시장을 들쑤신 꼴이다. 

관련법이 1년 넘게 통과되지 못한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법안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거주 꼼수…'세입자는 웁니다'

정부가 지난해 6·17대책에서 재건축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엔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한 꼼수 등을 묻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강화된 실거주 요건은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해당 단지에서 2년 이상 실거주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1년째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도입된 정책이 아니지만 집주인들은 대책 발표 직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일부 재건축 단지 소유주들은 임차인을 내보내고 실거주에 나섰다. 

'꼼수'도 각양각색이다.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주인은 전입신고만 한 채 빈집으로 두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택엔 전입신고만 하고 회사 근처 또는 자녀의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전세나 월세로 사는 식이다. 

세대 분리해서 세대원 일부만 실거주하게 하는 '변칙 이주'도 있다. 관련법을 발의한 조응천 의원 역시 은마아파트에 실거주하지 않으면 분양권이 없어지는 상황에 처하자 자녀들만 들어가서 살게끔 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임차인의 전입신고를 막는 사례도 나온다. 주로 단기임대하는 임차인에게 임대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거나,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지 않는 대신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소유자가 전입신고를 같이 하는 식이다. 

세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전입신고를 안 하면 향후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등의 우려가 있고, 집주인과 합의하지 못해 퇴거한다고 해도 전셋값이 치솟아 새롭게 전세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6억1967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수급이 불균형해지면서 전세난이 나타나 1년 전인 지난해 7월(4억6931만원)에 비해 32%(1억5036만원)나 뛰었다.  

 폐기하기도 난처…"법안 도입 신중해야"

임대차 시장 불안이 갈수록 심해지자 여당도 법안 통과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법안이 본격 적용되면 집주인들의 매물 거두기가 이어지면서 전월세 매물이 더 귀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재건축 규제가 포화 상태라 굳이 새로운 규제를 추가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재건축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등 투기 차단을 위한 각종 규제가 덧씌워져 있다. 더군다나 1주택자는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양도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실거주 요건과 중복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재건축은 낙후 건물이라 상대적으로 전월세 임대료가 저렴해서 현금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들이 이용하는데 이곳에서 내몰리면 더 열악한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이미 다양한 편법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도 과도한 규제는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법안 통과가 1년이나 미뤄진 만큼 폐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책을 뒤엎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미 움직인 가구들이 있고 정책의 신뢰성 저하도 우려된다. 또 공공주도 사업의 인센티브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올해 2·4대책에서 야심차게 발표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재건축)'의 경우 큰 인센티브 중 하나가 '실거주의무 미적용'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선 법안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사업진행 속도, 거래 등이 교란되지 않으려면 법안 통과 여부가 빨리 결론이 나야한다"면서도 "규제가 너무 많다 보니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는데 실거주 의무는 양도세로 풀고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등을 통해 투기수요를 헷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단지는 서울 중심이나 요지에 있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임대물량이 나오지 못하면 임대차시장이 안정되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새 임대차법도 주택물량 확보를 안 한 상태에서 빠르게 진행하는 바람에 혼란이 생기고 가격이 급등했다"며 "공공주도 사업, 3기 신도시 등이 충분히 진행돼서 어느정도 주택공급을 한 뒤에 법안을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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