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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로 무너지면서 사망자 9명 등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이다. 학동 4구역의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 올해 기준 시공능력 9위 기업이었다. 일각에서는 건설현장 관리·감독이 제대로 됐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끓어올랐다. 인재(人災)였던 만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참사 원인과 책임자 규명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28일 오전 사고 현장의 모습/연합뉴스 제공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참사 원인과 책임자 규명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28일 오전 사고 현장의 모습/연합뉴스 제공

사고 전까지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보완입법이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현장에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이런 목소리를 크게 내는 곳은 줄었고, 오히려 중대재해법 시행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워낙 큰 사고를 낸 터라 더 이상 법안의 허술함을 지적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 3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건설사 현장의 안전의식이 고취됐던 때였다. 그러면 효과는 얼마나 있었을까.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사고 사망자는 59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 건설사고 사망자는 17명이었다. 안전사고 방지에 그 어느 때 힘썼는데도 사망자 수가 3.5배 됐다. 올해 누적 사망자는 총 181명으로 작년 3분기 누적 사망자(184명)와 비슷했다.

이는 건설업계가 안전관리에 어느 때보다 만전을 기한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건설회사들은 현장에 안전관리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보건 인력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예산도 늘려잡았다. 삼성물산은 현장 안전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안전 강화비’를 편성했다. 협력업체에 지급하던 법정 안전관리비를 100% 선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건설도 협력업체에 안전관리비 50%를 선지급하기로 했다.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하는 곳도 많아졌다. 한화건설은 올해 초 대표이사(CEO) 직속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신설했다. 포스코건설도 안전보건센터 담당 임원을 본부장급인 CSO로 격상했고 GS건설도 CSO를 사장급으로 올렸다.

그러나 대기업의 관심만으로 사고가 크게 줄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건설업 특성상 시공 현장 한 곳에 무수히 많은 하도급 업체들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도급 업체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건설사들도 실상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안전관리 책임자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한다. 안전기사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거나 감리현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인력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보니 안전관리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중소 건설사에는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전기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A씨(37)는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텐데 시스템을 잘 갖춘 대형 건설사로 가고 싶지 중소 건설사로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여기에 안전에 큰 투자를 하기 어려운 규모의 건설사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한 소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 사람이 두 사람, 세 사람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 안전만 담당하는 사람을 고용하기가 어렵다”면서 “인건비를 고려하면 현장에서 안전사고에 신경쓰자고 목소리 높이는 것 말고 따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3년 이상 관련 경력을 갖춘 인력의 연봉은 대략 4500만~6000만원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 건설사가 주로 맡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조치 위반율은 높은 편이다. 공사금액 ‘3억원 미만’ 사업장의 안전조치 위반율은 64.2%(7∼8월)에서 70.2%(9∼10월)로 오히려 6%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10억원 이상’ 사업장은 각각 63.7%로 변화가 없었다.

딱히 대안을 찾지 못한 일부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대표이사(CEO)를 창업주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중대재해법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강했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현장사고는 비극적인 일이고 예방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장사고 ‘제로’에 도전하는 건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청업체가 많은 현장의 경우 통제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건설 현장의 특성상 작업자가 자주 교체되기도 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라 제대로 지도가 안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아파트 시공현장에는 하루에 1000~2000명까지 인력이 투입된다”면서 “하청작업이 곳곳서 일어나는데 전국의 모든 현장을 대표이사가 다 챙기기가 어려운데다 아무리 유능한 현장소장을 고용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위험공정을 아예 없앨 수도 없고, 안전교육으로 모든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취지만 좋은 법이 시행된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좋지만 무리하게 시행될 경우 혼란만 겪고 실효성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결과책임주의에서 벗어나, 과정책임주의로 법 체계를 만들고 모호한 개념을 명확하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업계에도 모호한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해달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사사건건 법리해석을 해야할 정도로 모호하다”면서 “일단 안전보건 업무담당자가 경영책임자에 준하려면 업무 범위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필요한 예산으로 인정해주는 등 모호한 규정을 바꿔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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