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장인석 칼럼>

통상 환율이 상승세가 끝나 횡보를 지속하면 부동산 시장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는 서서히 인하되고 환율 역시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상승하게 된다. 환율 하락이 멈추고 횡보를 지속하면 부동산 시장의 꼭짓점일 가능성이 크며 이때는 매도해야 할 시기가 된다.

그 나라의 경상수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율은 글로벌 시대에서 그 나라의 체력(펀더멘탈)을 말해준다. 다른 나라 돈의 가치에 비해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더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입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되는 나라에서는 경기 상황에 따라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변동 폭 또한 크다. 따라서 최근에는 외국투자자들의 개입으로 변동성이 커진 주가보다 환율이 오히려 경기 상황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예측 가능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원/달러 환율은 2008년 10월부터 급상승하여 한동안 상승세를 유지하다 2009년 1월2일 1257원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로 금융위기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 기준금리 인하와 각종 부양책 등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환율의 완만한 상승은 경기 활성화와 수출 호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급격한 상승은 물가 불안과 외화 유동성 부족을 야기해 고혈압에 의한 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

만일 환율이 1월2일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면 2008년 12월이 부동산 바닥이었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2009년 12월 중순부터 강남 재건축 시장이 반등세로 돌아섰고 1월에는 큰 폭으로 호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런데 웬 걸? 하락세는 단 3일을 견디지 못하고 큰 폭으로 오르더니 상승세로 전환해 2월24일에는 1510원까지 치솟아 11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안과 국내 경기 침체 지속 가능성 반영

동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3월 위기설'의 영향도 있다고 하지만 국내 금융위기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됐고 정부의 각종 부양책이 실시되고 있음에 비해 환율이 다시 상승한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경기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는 여전히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 은행들이 돈 떼일 것을 염려해 대출 신용등급을 자체적으로 올리고 있어 기업과 가계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 실물경제 침체가 심화된 채 진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두 번째, 정부의 외환 개입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환율 안정에는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내수 진작 등 펀더멘탈 회복에 달려 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풀면 일시적인 진정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세 번째, 환차익과 부동산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반증이다. IMF 때 고환율과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외국 투자자들의 달러가 대폭 유입돼 환율이 안정되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됐던 시기가 있다. 외국인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의한 시세차익과 환율 하락으로 인한 환차익으로 '따따블'의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이번에도 그러한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을 반등시킬 만큼은 아니다. 자기 집 단속에도 바쁠 정도로 선진국 시장이 더 어렵고, 이머징 마켓 투자를 즐기던 글로벌 투자은행장인석 칼럼니스트의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