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는 집권 5년 내내 부동산과 씨름을 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전국적으로 차가 많이 다니고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값이 오르건 오르지 않건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었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말도 했었으니까요.
그러나 임기 후반에 “선진국 은행들이 대출사항을 점검하고 잔고실사용으로 체크하던 DTI(debt to income - 총부채상환비율) 제도”를 긴급 수입해서 대출규제책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부동산은 2007년부터 억지로 잠을 자게 되었지요. 가끔 깨어난 곳도 있었기 때문에 잠을 자는 시늉만 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합니다.
이제는 대출규제책이 부동산의 수면제가 돼버렸습니다. 현재의 정부도 5년 내내 DTI가지고 “아침에 셋, 저녁에 넷”하다가 임기를 마칠 듯합니다. 앞 정부로부터 배운 대출규제책으로 재미를 보고 있으니까요. 임기가 끝나고 나면 부동산만큼은 안정됐었다고 말하지 않을는지?
대출규제책이 아닌 다른 방법의 부동산대책은 없는 것일까요? 또 왜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2008년에 해제, 2009년에 시행, 2010년에 해제, 또 2011년에 시행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정책이 오락가락 하게 되면 우매한 국민들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앞을 가늠하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부동산정책은 긴 안목으로 내다보고 세계적인 경제추세와도 접목되는 튼튼한 대책이 나와 주기를 원합니다. 달의 한 면만을 바라보면서 밝다, 어둡다는 식으로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책은 이제 삼가 함이 옳다고 봅니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누르기 위한 대책임은 이해를 합니다마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가을쯤 또 해제를 할 게 아닌가요?
-대출규제책은 건설사들의 저승사자-
대출규제책이 시행될 때 마다 꼭 따라붙는 게 있습니다. 보약이지요. 이번에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 취득세인하. 대출조건에 따른 증액 등의 보약이 있더군요. 이게 시행시기도 없으려니와 설사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주택시장이 냉골인데 약발이 먹힐까요? 지금까지 취득세 무서워서 부동산 사지 않는 사람은 못 봤거든요.
주택시장은 첫째, 사겠다는 심리가 문제이고 둘째, 돈이 넘쳐나야 합니다. 대출규제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묶는 저승사자입니다. 수면제 먹여 잠재워 놓고 옆에 돈다발 갖다 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요? 2007년부터 수많은 건설사들이 휘청거렸던 이유도 바로 이 대출규제였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출규제가 시작되면 소득증빙이 있어야 대출을 받게 되고 그런 증빙이 없게 되면 대출을 받지 못합니다. 돈 있는 사람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제도지만, 없는 사람에게는 ‘한강물이 사이다“라고 볼 수 있지요. 컵이 없는데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기 때문에 결국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집을 사지 못하고 전세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고정금리, 비거취식 분할상환 등의 대출은 최고 15%포인트까지 확대해서 대출해 주겠다고 하지만 그런 혜택도 소득이 있어 대출을 받게 되었을 때 문제이고, 당초부터 소득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내용은 그럴 듯하지만 없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 아닐는지? 특히 강남 3구는 6억 이하 주택을 사게 됐을 때에 해당이 된다고 하더군요. 강남에 6억 이하의 주택이 몇 채나 있을까요?
이미 분양을 받아 두었다면 앞으로 잔금 치룰 일도 걱정거리가 될 것입니다. 예전에는 신규분양 아파트에 잔금을 치룰 때 대출규제를 하지 않았으나 이번 대책에는 빠져있거든요.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소득이 약하거나 없게 되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뜻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건설사들이 많은 물량을 내놓을 것이므로 전세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시장 바닥이 얼어있고, 서민들이 갈 수 없는데 분양이 될까요? 냉방에다 산모 눕혀놓고 몸조리 잘 하라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동산 때문에 복장 터지는 분들과 이때 좋은 부동산 찾는 분들에게-
요즘 아주 난해한 상담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몇 가지를 간추려 보고자 합니다.
“친구 따라 모델하우스에 구경 갔다가 분양계약서에 도장 찍었는데 이게 지금 목을 죄고 있다. 어찌 피해가야 할까요?”
“분양권으로 팔려고 덜컥 분양받았으나 현재 마이너스 1억이라도 살 사람이 없으니 어찌해야 되느냐?”
“무작정 분양받은 아파트 피할 길이 없어 남들 따라 소송은 해놨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잠이 오지 않는다.”
“남편 몰래 분양받은 아파트 이제 발각이 되어 이혼하게 생겼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아니하여 새 아파트에 가지 못한 채 배 째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는데 앞으로 어찌해야 하느냐?”
“새 아파트에 가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재산에도 가압류가 된다는 데 그렇다면 재산을 미리 돌려놓을까요? 형식적으로 이혼이라도 해둘까요?”
“깎아주고 또 깎아준 아파트는 어디에 있는 어느 아파트냐?”
“제 눈에는 통 큰 부동산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 등등~
사람은 지난 일을 후회하다가 병을 얻게 됩니다. 지난 일이 잘못 됐을지라도 앞에 다가올 희망을 보고 가던 길을 끝까지 갈 것이냐? 되돌아 올 것이냐? 를 얼른 판단해야 되겠지요. 갈 길이 아니라면 분양포기서를 제출해 놓고 끝까지 싸워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가시밭길이라도 해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어느 길이 되건 가장 피해가 작은 방법을 선택하시라는 권고를 드립니다. 다소 무겁더라도 짐을 짊어질 수 있다면 쉽게 버리지 않으심도 지혜로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용인. 김포. 인천 쪽의 부동산은 현재 가늠하기가 힘듭니다. 미분양도 많지만 신규분양이 계속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위와 같은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이곳에 다 쓰기 어렵습니다. 필자를 찾아와 같이 의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승사자도 실물경기 회복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
새벽까지 왔던 부동산시장은 다시 0시 50분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앞으로의 부동산시장의 속도는 목포행 완행열차가 되겠지요? 그런데 애인은 주로 완행열차에서 만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필자도 총각시절 여행길 완행열차 안에서 처녀 손목을 잡은 일이 있었거든요. 몇 개월도 안 돼 고무신 바꿔 신었지만,
왠지 정감이 가고 창밖구경이 좋은 완행열차~ 지금은 대출규제의 저승사자가 급행열차의 운전을 막고 있습니다. 천천히 달리는 완행열차 안에서 세상을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나라 안 사정도 살펴보십시오. 눈부시게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실 겁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저승사자도 실물경기 회복 앞에서는 어느 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대출규제 등 이번 부동산대책은 가계부채의 증가가 무서워 억지로 꿰맨 정책입니다. 나라에서 빚 늘어나지 못하도록 애써주신 은공이라고 넓혀 해석하시고 부동산 계획을 조금만 바꿔 보십시오.
파실 분들은 6개월 정도 시계바늘을 다시 왼쪽으로 돌려놨으면 좋겠습니다. 주택은 부족하여 전세금은 오르고 건설사들은 저승사자가 무서워 벌벌 떨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얼어서 미끄러운 부동산시장에 다시 대출규제라는 물을 뿌려놨으니 잠시 쉬어가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넓습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멀리 보십시오. 그리고 넓게 보십시오. 오뉴월 태양 앞에 얼음은 녹게 돼있습니다. 그 오뉴월에 장미꽃도 핍니다. 그때까지 기다리십시오. 경기는 회복 일로에 있고, 곧 주택이 부족해서 아우성을 칠 테니까요.
사실 분들은 시계바늘을 6개월 정도 오른쪽으로 돌려놓기를 원합니다. 지금처럼 갈까, 말까하는 시기가 내 것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지요. 약간 위험하다할 때가 좋은 시기라는 말씀입니다. 돈이 넘쳐나면 가격은 오르게 마련입니다. 지금 시중 은행에서는 돈이 넘쳐 주체를 못하고 있음도 참고 하십시오.
장미꽃이 피기 전에 활짝 필 장미꽃 같은 부동산을 찾는 게 재테크의 수단입니다. 가시가 무섭다고 피해가는 일은 옳지 못합니다. 옆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남들의 눈치가 내 재테크와 아무런 상관없었음은 만고불변의 이치일 것입니다. 완행열차가 목포역에 도착하기 전에 일을 서두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