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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
상담자를 많이 대하는 필자에게 가장 큰 곤욕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담자를 만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소개해주어도 막연한 불안과 지나친 신중함으로 시간을 끌다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뺏기고 만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악몽이다. 시간은 시간대로 뺏기고 물건을 소개해준 사람에게 체면 구기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가슴 한편은 쓰리고 아프다.
현금 4억 원이 있다며 좋은 투자처를 소개해달라는 G씨 부부가 왔다. 여러 지역을 추천했더니 그중에서 한남뉴타운 5구역이 마음에 든다며 좋은 매물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한남뉴타운 5구역은 대출을 받지 않으면 현금 4억 원으로는 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 G씨 부부는 대출을 받을 수가 없는 형편이니 제발 현금 4억 원으로 물건을 구해달라고 졸라댔다.
필자는 대충 구하는 척하다가 없다고 한 뒤 다른 지역을 추천할 속셈이었다. 한남뉴타운 5구역은 6억 원 이하짜리 매물이 거의 없다. 전세금 1억 원을 제외해도 현금 5억 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않으려는 G씨 부부로서는 물건을 구입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평소 친하게 지내는 후배이자 재개발 실력자 J사장에게 연락이 왔다. 모처럼 형님 부탁이라 이리저리 수소문했는데 운 좋게 좋은 물건이 나왔다는 것이다. 외국인 전용 렌트 연립주택으로 대지 지분이 79.34㎡(24평)에 전용 122.31㎡(37평) 매매가 8억 9,000만 원이었다. 대지 지분 3.3㎡ 당 값이 3,708만 원으로 비싸지 않은 데다 45평형 배정이 가능하고 공시지가와 공시가격도 높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G씨 부부에게 더욱 안성맞춤인 것은 렌트비가 월 326만 원이어서 대출 5억 원을 받아 투자하더라도 이자를 제외하고 월 70여만 원의 수입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실투자금 3억 9,000만 원으로 한남뉴타운 5구역의 이런 물건을 잡는 것은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외국인 전용 렌트 빌라는 거의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 까다로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고급빌라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대수익률이 워낙 높기 때문에 주인이 잘 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G씨 부부는 별 고민 없이 구입하지 않았다. 외국인이 이사를 가면 렌트비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대출도 너무 많이 받는 것이 부담된다는 것이었다. 외국인 전용 렌트 빌라는 수요에 비해 물건이 적어 나오는 대로 임대가 나가며, 2,3년 후 관리처분계획이 되면 이주비만도 최소한 3,4억 원은 나오기 때문에 자금 운용 상에도 무리가 없을 거라고 얘기해도 소용이 없었다.

너무 물건이 아까워 카페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K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몇 달 전에도 한남뉴타운 5구역 물건을 소개해줬는데 별 이유 없이 하지 않았던 아줌마였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빨리 매수자를 찾지 않으면 빼앗길 것 같아 연립주택을 보여줬다.
G씨 부부보다 K씨가 더 결정하기 어려운 케이스였다. G씨 부부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도 대지만 K씨는 별로 이유가 없었다. 막연한 불안이랄까, 그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K씨는 1년 전부터 한남뉴타운 5구역을 사려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결국 사지 못했고 1년 동안 가격만 상승했다.
그래도 이 물건은 횡재나 다름없으므로 구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K씨는 마음에 든다며 가격만 500만 원만 깎아준다면 남편과 상의해서 다음날 토요일에 계약하겠다고 했다. 어렵게 500만 원을 깎아주기로 교섭해놓았지만 다음날 아침 계약하지 않겠다고 전화가 왔다. 이유는 역시 별로 없었다. 필자는 은근히 화가 치미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이틀 후 그 물건은 매도자 쪽의 중개업소를 통해 6,000만 원이 오른 9억 5,000만 원에 팔렸다. 팔리고 나자 메일을 본 카페 회원 몇 명이 연락이 왔다. 원님 지나가고 나팔 부는 격이었다.
필자는 여기서 중대한 교훈을 깨닫고 깊이 반성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은 부동산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그래서 혼자 좋다고 설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우유부단은 성격이 아니라 자신의 무식을 감추려는 몸부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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