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지 5년째 접어듭니다.
저수지 둑이 얼어붙을 때는 얼음덩어리지만 그게 풀리기 시작하면 홍수가 일어나게 됩니다.
얼음덩어리는 계속 얼어붙고 싶지만 세월은 그대로 놔두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경제나 나라 경제도 눈부시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봄은 찾아왔고 얼음은 녹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 안 될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금년에 들어 4회에 걸쳐 저수지 둑에 20여 곳의 구멍을 뚫어 놨습니다.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홍수가 나게 되면 작은 구멍도 큰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홍수가 나도 이제 정부에서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전세 값은 오는 9월을 정점으로 다시 한 번 상승의 곡선을 그릴 것이고, 서민들은 또 한 번 곡소리를 내게 됩니다. 지금 경기 서북부에서는 집을 팔기 위해 애를 쓰지만 동남부지방에서는 벌써 매물을 거둬들였습니다.
아직 수도권을 비롯하여 지방 몇 곳에 대형 미분양은 남아 있지만 값이 비싸 선뜻 다가가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주택시장은 뜨거운 한 판 승부가 펼쳐 질 것입니다.
계약을 잘 하시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계약한 번 잘 못한 일은 결혼 잘못한 일이나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이사를 오고 갈 대에는 서로 맛 물리게 되어 한쪽에서 실수를 하게 되면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전세로 계속 남을 것이냐, 이참에 집을 살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에 따를 일입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금년 추석 무렵을 잘 살피라는 주문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을 사거나 팔거나, 계약을 하고 나면 어쩐지 그 계약이 흡족하지 아니하여 마음 한구석에 섭섭함이 남게 됩니다. 값을 너무 싸게 팔았느니, 비싸게 샀느니 하면서 가족들 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계약 후 개인 사정이나 가정 사정으로 계약을 잘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또 계약하자마자 엉뚱한 일이 발생하여 부득이 해약을 하고자 온갖 노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형편은 매수인이나 매도인이나 마찬가지 입장일 것입니다.
몇 년 동안 꼬박꼬박 돈 넣어 청약통장 만들어 뒀다가 모처럼 좋은 지역에 좋은 아파트 분양한다고 해서 청약했더니 하하, 계란에도 유골(有骨)이라고 1층이나 2층에 당첨이 됐다면 어찌할까요? 포기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수년 동안 아꼈던 통장은 날아가고 말겠지요.
하도 억울해서 며칠 후 본보기집(모델하우스)에 가봤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3순위까지도 미분양이 되어 무순위에서 로열층을 고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청약통장으로 가는 사람은 저층에 당첨이 되어 울면서 가야하고, 무통장인 사람은 늦게 와도 로열층을 가져간다면 아무래도 불공평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지요?
그러나 이런 일은 늘 있어온 일이고, 지금도 있는 일입니다. 청약통장으로 1층이나 2층에 당첨된 사람들이 가만있을 리 없지요. 좋은 층으로 바꿔 달라 하겠지요. 그러나 건설사에서는 좀처럼 바꿔주지 않습니다. 포기하겠다고 배짱도 부리고 싸우기도 합니다.
분양을 대행하는 회사들은 나름대로 불문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층일수록 늦게 팔고, 함부로 바꿔주지 않고, 조망이 없는 층일수록 먼저 파는 등 보이지 않은 업무지침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청약통장으로 1층에 당첨된 후 미분양이 되었다 하더라도 쉽게 좋은 층으로 바꿔주지 않는 것입니다.
좋은 층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건 마누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모를 찾아가 마누라 데려가고 처제로 바꿔달라는 이치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때에는 장모역할을 하고 있는 분양대행사 팀장을 만나 잘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 고집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그럴 때에는 “마누라와 당장 이혼하고 애들까지 다 딸려 보낼 테니 그리 알라”는 식으로 팀장을 닦달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은 포기나 해약을 제일 무서워하기 때문에 소문내지 말라고 하면서 은근슬쩍 바꿔 줍니다. 이런 비밀을 늘 폭로하는 바람에 분양대행사에서 필자를 미워합니다.
기존주택으로 갈아타기를 할 때 매수인이 돈이 부족하여 대출을 받자고 할 때에는 중개업소 책임하에 은행대출 가능성을 확인하고 대출이 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약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합니다.
요즘 전국에 아파트 소송이 많습니다. 필자는 소송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일이 바빠 자주 칼럼을 올려 드리지 못하고 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도금 대출과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제3편은 다음 주에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