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장에 안 들어가고 이기는 일-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총 유권자 중 투표장에 들어간 분들은 4명 중 1명 정도였고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분들은 4명 중 3명이 되어 거부하는 쪽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투표를 하건 거부를 하건 이를 탓하고자 하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시합장에 나가지도 않고 이기는 법을 가끔 봅니다. 유권자의 1/3 이 시합장에 나가지 않으면 시합자체가 자동 폐기되는 법이 있으니 말입니다. 2009년 8월 제주시장 주민소환투표에서 11%의 투표율로 무효처리가 됐었는데 이번에 서울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기는 룰에 따라 나중에 세금을 더 내야 할 수가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받는 대신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업어 치나 메어치나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만, 각자 처지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새 아파트 입주거부해도 이기는 일 있다.-
요즘은 새 아파트 입주거부가 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는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존주택 값이 많이 내린 대신에 새 아파트는 값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살던 집을 팔아봤자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여 입주할 수 없다.
2. 건설 회사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07년 연말과 2008년 초에 고가분양을 하였음에도 분양가에 걸맞지 않은 낮은 품질을 내놓고 있다. 수분양자가 봉이냐? 입주할 수 없다.
3. 과대광고에 의한 사기분양이 많고, 공사 중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신청을 해버려 짓다만 아파트가 되어있고, 하자처리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입주할 수 없다.
등의 내용입니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입주거부 아파트는 2만여 가구입니다. 일산 덕이동과 식사동에서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가구가 7천 가구, 용인지역에서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가구가 7천 가구입니다. 지방도 천안과 대구를 비롯해서 약 3-4만 가구가 되는데 이런 주택들은 전세를 얻고자 해도 입주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해소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입주를 거부하다가 계약해제를 당하게 되면 계약금을 손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투표거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후유증이 있게 됩니다. 대출받은 은행과의 정리, 건설회사와의 정리 같은 것 말입니다. 서울시장 자리도 요란합니다. 숟가락 들고 설치는 분들, 김칫국 찾는 분들이 약 20여명에 이르고 있으니까요.
요령껏 입주거부를 잘 하게 되면 나중에 혜택을 받습니다. 분양가를 깎아주기도 하고 잔금을 유예해주기도 합니다. 이사비용도 주는 곳이 있고, 선물도 한 보따리 주는 곳도 있습니다. 1-2년 끌고 가다 보면 손해를 줄이거나 이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투표거부와 입주거부의 문제점들-
주민투표는 전체 유권자 중 1/3 유권자가 투표하기를 거부 하면 발의한 안건이 무효가 되지만 새 아파트 입주는 그게 아닙니다. 계약도 살아있고, 대출도 살아있으며 다만, 아파트에 불이 꺼져 있을 뿐입니다. 그 아파트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건설회사, 수분양자, 대출은행 공동소유라고 봐야 합니다.
투표거부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참정권은 국민의 권리가 될 수 있지만 거부한다고 해서 벌칙이 있거나 연체이자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새 아파트에 입주를 거부하게 되면 중도금 대출금에 대한 연체이자가 붙게 되고, 아파트 잔금에 대해서도 연체이자가 붙습니다. 이게 자그마치 15-17%입니다.
옛날에도 있었지만 지금도 투표나 선거에서는 유혹 또는 매수라는 게 있습니다. 유혹이나 매수를 하게 되면 징역 7년 이하의 철창신세를 지게 됩니다. 철창신세를 지게 되면 자동적으로 무상급식을 받습니다. 지난 교육감 선거 후에 2억 원이 전달된 비위가 포착되어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서울시민들만 피곤하게 됐습니다. 무상급식을 두고 피 터지게 싸우더니 결국 시장은 집으로 가고, 교육감은 쇠고랑을 차게 되었다면 앞으로 누구를 믿고 투표를 하겠습니까? 전라도 육자배기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아서라, 세상사 쓸 곳 없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에서도 유혹이 있었다면 고지들을 수 있겠습니까? 어느 건설회사는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직원들과 그 가족명의로 수 백 채를 분양받게 했습니다. “걱정마라, 나중에 시세도 오를 것이고, 회사에서 이자도 내줄 것이다”라고 유혹을 했다는 뜻입니다.
회사에서는 쉬쉬하면서 대출금 수백 억 원을 공사비로 사용하였고, 그에 대한 이자도 내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회사가 기업회생신청이 돼 버리자 나 몰라라, 하고 나자빠지게 된 것입니다. 자신이나 가족들의 명의로 분양받았던 직원들이 그냥 있을까요?
이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봐야 합니다. 분양이 안 돼 자금이 어렵게 되자 직원들의 명의를 빌려 분양받게 한 후 중도금 대출을 받아 회사운영자금으로 썼다면 이런 문제는 계약취소소송까지도 가능할 것입니다. 대출해준 은행은 어서 공매처분 할 준비를 함이 옳다고 봅니다.
-입주거부 수분양자 소원은 계약해제다-
어느 정당에서는 서울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라 했습니다. 투표장에 나가 투표를 하게 되면 결국 나쁜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입주거부 중인 아파트도 나쁜 아파트일까요? 그리고 입주거부 중인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일까요?
투표가 어찌되건 시장이 누가 되건 입주를 하지 못하는 분들은 이 문제가 빨리 풀려 주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동산상담내용도 좀 다릅니다.
1. 지금이라도 살까요?
2. 수익성 오피스텔 괜찮을까요?
3. 새 아파트 입주거부하고 있는데 어찌해야 할까요?
4. 입주거부하면 신용불량자 되고 재산에 가압류 들어오나요?
5. 은행에서 가압류 걸어놨는데 어찌해야 하나요?
6. 구상금청구 들어왔는데 10%이상 더 물어줘야 하나요?
등입니다.
입주거부 수분양자들의 소원은 계약금 포기하겠으니 계약을 해제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은행이나 건설 회사들은 죽어도 안 된다고 합니다. 소송과 버티기로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건설사들은 상위 5개 회사를 빼놓고 모두 부도날 지경입니다.
부동산재테크는 위기 때 기회가 온다고 했음을 늘 기억하셔야 합니다. 무작정 입주거부는 옳지 않습니다. 전세가가 높을 때 전세로 돌려 볼 생각도 해 보시고, 설사 내가 월세로 가는 일이 있더라도 살려야 할 부동산은 살려놓는 게 옳을 것입니다.
입주거부 중인 분들께서는 지금 투표장에 가야 하느냐? 안 가야 하느냐? 고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입주를 해야 하느냐? 포기해야 하느냐? 의 갈림길에 있다는 뜻입니다.
도저히 가서는 안 될 분들은 가시면 안 됩니다. 전 재산이 1-2억인데 이렇게 저렇게 빚내고 대출받아 6-7억 짜리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 3개월도 못가서 경매 당하게 되고, 가지고 있던 1-2억까지도 홀랑 까먹게 됩니다. 전세를 놔도 이자 때문에 허리 부러질 것이고,
하지만 어느 정도 능력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지금은 내게 불리하기 때문에 나쁜 아파트일지라도 나중에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바로 부동산입니다. 또 입주거부 중인 사람은 나쁜 사람도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렵다고 다 놔버리면 다시 무전여행 떠나는 일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농부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종자는 먹지 않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가지고 계신 종자는 살고 있는 집일까요? 새 아파트일까요? 계산 잘 해보시되 훗날을 멀리 내다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