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한시적으로 대출을 중단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낭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는 가계 대출 급증에 대한 정부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예전부터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계 대출이 이런 식으로 계속 증가하면 엄청난 경제 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출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대출 총량제를 통해 대출 증가율을 계속 억제하겠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방침이어서 당분간 신규 대출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앞으로는 집값이 과거처럼 큰 폭으로 오를 수도 없고 오히려 하향 안정세로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집값이 오를 것으로 믿고 대출을 잔뜩 끼고 집을 사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출 이자를 갚고도 충분히 남을 만큼 집값이 올라주었지만 집값이 떨어지게 되면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을 날리거나 파산하는 가정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일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일본이나 미국처럼 집값 하락으로 파산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계 부채가 증가되면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계 부채에 대한 단속은 불가피하다.
한편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집값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대출 이자 부담만 가중돼 생활 자체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집을 팔아 대출 이자에서 해방되고 싶지만 몇 년 째 집이 팔리지 않으니 하우스푸어의 고통을 감내하느라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지금이 바닥’이라느니, ‘가을이나 내년 봄엔 집값이 폭등한다’면서 대출 끼고 집을 사라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정부가 부랴부랴 나서서 대출을 억제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대출을 억제하는 이유 중에는 감추어진 속뜻도 있다. 인플레이션의 달콤한 혜택을 일반인들에게는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화폐가치가 추락하는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100원 하던 물건이 110원이 되는 것이다. 지하철 요금이 오르는 이유가 돈의 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지 지하철의 가치가 상승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를 물가상승이라고 한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채무자는 부채가 감소되는 이익을 얻는다. 가령 1억 원을 빚졌다고 했을 때 인플레이션이 4%라면 명목부채는 1억이지만 실질부채는 9,600만 원이 된다. 반면 채권자는 자산이 감소하는 손해를 본다. 1억 원의 현금을 갖고 있을 때 인플레이션이 4%라면 명목가치는 1억이지만 실질가치는 9,6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채무자는 누구인가. 바로 정부이고 그 다음이 은행, 대기업이다. 세계 최대의 채무자는 미국이다. 채무자는 인플레이션을 좋아할 수밖에 없고, 인플레이션은 화폐를 찍을수록 심화된다. 누가 화폐를 찍고 있는가. 미국이 달러를 그동안 얼마나 찍어댔는가.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고 경기를 부양시키느라 엄청난 통화량을 공급했다.
인플레이션을 통해 정부와 대기업 등 채무자는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채권자인 국민들은 눈 뜨고 돈을 잃고 있어도 알지 못하는 이가 태반이다. 아직도 은행에 저금해야 부자가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인플레이션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정부와 은행, 대기업들은 행여 국민들이 알까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출을 억제한다. 일반인들 중 똑똑한 사람이 대출을 통해 돈을 벌거나 부채를 탕감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대출을 억제할 형편이 되지 않을 때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받는 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받아 집 산 사람들의 고통은 배가된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시세 차익을 위한 투자는 절대 하지 말 것을 역설해왔다. 집값은 오르지 않을 것이지만 오른다 해도 미미한 수준이며 언제 어떻게 오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확률에 의한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었다. 대신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임대사업 투자를 추천해왔다.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해서 대출을 왕창 끼고 임대주택을 구입하면 대출 이자를 내고도 수익이 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은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유리하다. 특히 저금리에다 매매가 대비 전월세 비중이 높은 시기야말로 최적의 투자 적기다. 필자의 말을 따라 이미 투자한 사람들은 부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정부가 대출을 계속 억제하고 금리를 인상하면 현금흐름을 확보하기가 지금보다 더 어렵게 된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시세 차익의 구태의연한 투자에서 벗어나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은행, 대기업들은 ‘나는 놈’ 정도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손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그들에게 맞서기보다는 그들이 주는 신호를 재빨리 알아차려서 대비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출을 억제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로 그 예다. 그러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은 돈 나오지 않는 부동산을 버리고 돈 나오는 부동산을 확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