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운명은 갈지자로 걷는다.-
요즘 살기 좋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살기가 왜 어려운지 딱 잡아서 이야기하기도 그렇습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글로벌금융위기라는 말은 심심찮게 찾아오는 불청객이 되었는데 이게 일정(日政)시대 순사처럼 두렵고 반갑지 않습니다.
왜정(倭政) 때 순사가 칼을 차고 동네에 들어와서 “모씨모씨”하게 되면 온 동네가 덜덜 떨었습니다. 순사가 오게 되면 누구를 잡아가든지 무엇을 빼앗아 가든지 했기 때문입니다. 오죽했으면 학질 걸려 누워있는 사람에게도 일본 순사 왔다고 하면 벌떡 일어났을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옛날에 천연두가 발생하게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갔습니다. 동네마다 새끼줄을 쳐놓고 출입을 금지시켰는데 그래도 복이 없는 사람은 그 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저녁 잘 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보면 죽어 있었습니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은 그 때 나온 말입니다.
나이 드신 여러분들의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런 세상을 살아왔고 그래도 죽지 않고 여러분들을 꿋꿋이 키워왔습니다. 빠른 세월에 비하면 인생이 짧다고 하지만 그 파란만장한 세월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어려울 때마다 위기라는 말이 나옵니다. 주가 떨어지고, 환율 오르고, 나라 곳간 거덜 나게 되고, 물가 오르고, 서민 살기 어렵다는 말로 요약이 됩니다. 그게 뭐가 어렵습니까? 왜정 때 징용가고, 위안부로 묶여가고, 천연두로 사망하고, 6.25. 전쟁터에서 죽고, 광주사태 때 민주화운동하다 죽을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라 경제사정은 몸살기 있는 사람처럼 헛기침을 해대면서 가계부채 때문에 옆구리가 결린다느니, 국가채무비율 때문에 머리가 띵하다느니 늘 호소를 하고 있지만 도대체 똑 떨어진 병명이 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당뇨병인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고혈압인 것 같지만 확실한 증상은 모릅니다.
평소 이웃이 되어 오고가던 미국이나 일본,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이 콧물을 질질 흘리고, 스페인이 머리를 싸맨 채 드러눕게 되자 “나도 비슷하다”는 말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정치인들은 눈을 번쩍 뜹니다.
그 분들은 그저 자나 깨나 여론조사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유럽이 깨지건, 미국이 부서지건 그리스가 관속에 들어가건 그런 일에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분들의 팔자에는 표(票)복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복(福)은 오르락내리락 앞뒤로 걷는다.-
유주택자들의 집에서는 우선 먹고 살기가 힘 드는지 춘향 어머니(월매)처럼 한숨만 쉬어댑니다. 사위가 나중에 어사가 돼 올망정 지금은 옥중에 있는 딸이 안타깝듯이 집이 짐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팔릴 만하면 대책이 나오고, 또 팔릴 만하면 위기가 어떻고 하는 바람에 팔리지 않습니다. 그저 신령님께 내 딸 살려 달라고 빌고 있을 뿐입니다.
세입자들의 형편은 어떤가요? 변사또보다 더 무서운 전세금으로 인해 앙상하게 뼈만 남았습니다. 변사또를 피해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다녀보지만 가는 곳마다 어서 오십시오, 하고 받아주는 곳이 없어 자리를 잡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한쪽이 어려우면 다른 한쪽이 좋아야 할 텐데 양쪽이 다 어려우니 사람 환장할 노릇입니다.
결국 부동산시장은 여러 가지 모순점을 내포한 채 “내 집은 전세 주고 나도 전세 사는 일”은 유행이 돼버렸습니다. 물론, 직장거리를 줄이기 위함이거나 자녀 학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집 놔두고 전세를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부지기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부동산재테크는 전세나 월세재테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는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고, 둘째는 여유 돈을 만들어 재테크를 하기 위함입니다. 직장거리와 학군에 구애받지 않은 사람들은 벌써 많이 이동을 해 버렸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모자세입자”라 합니다. 마음대로 썼다, 벗었다 하기 때문에…
2011년 봄까지만 해도 집을 팔려고만 노력했었으나 팔기를 포기한 후 전세를 놓고 신규아파트로 이사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2주택을 각오하고 다시 신규주택을 취득하는 분들은 대개 2009.2.12.부터 2010.2.11. 사이에 분양받은 5년 양도세 비과세 조건의 미분양 아파트들입니다.
이런 아파트의 입주상황을 보면 대형에서는 입주거부가 일어나고 있어도 중소형은 직접 입주하거나 전, 월세를 놓는 사람들이 많아 거의 해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집 두 채를 보유한다 해도 5년 동안 새로 산 주택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중과세의 걱정도 없습니다. 어려운 중에서도 실속을 챙기는 분들입니다.
-부동산재테크는 확실한 쪽의 손을 들어라-
글로벌 금융・재정위기에 대한 여러 가지 기사들을 모변 금방 까무러칠 정도입니다. 마치 내일이라도 당장 망할 것처럼 떠들어 댑니다. 그러나 염려마시라는 권고말씀을 드립니다. 일본 순사도 아니고, 천연두도 아니고, 6.26전쟁도 아니므로 참고 견디노라면 이런 일은 우수, 경첩에 얼음장 풀리듯 풀린다는 뜻입니다.
거래 침체, 전월세 상승이라는 불확실한 부동산시장에서는 승리가 확실한 쪽을 응원하는 게 재테크의 기본입니다. 운동회 때 이길 편에 줄을 서듯 줄을 잘 서야 합니다. 줄 잘서는 요령 몇 가지 사례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흉이 복되는 일도 있다
甲여인은 전세금 8천만 원짜리 빌라에서 박봉의 남편과 4년째 살고 있고, 2살 애를 두고 있습니다. 2009년 초 우연히 신문에 끼어오는 광고지를 보고 집 부근에 있는 아파트 견본주택에 놀러갔다가 입주 때 분양권으로 팔면 2-3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말을 듣고 79㎡(24평)아파트를 분양받아 버렸습니다.
계약금이 많았으면 돈이 없어 못했을 텐데 2천만 원만 내고 분양계약을 하라는 바람에 패물을 팔고 친정의 도움을 받아 남편 모르게 계약을 했습니다. 그 아파트는 분양가가 2억 5천만 원이었기 때문에 입주는 꿈도 꾸지 않았고, 입주 때 팔 생각이었으므로 남편에게도 끝까지 비밀로 하였습니다.
2011. 5. 입주는 시작되었으나 분양권은 팔리지 않았고, 팔려면 계약금을 손해 봐야 했습니다. 중도금 대출은행에서는 매일 문자독촉이 오고 건설사에서도 입주독촉이 왔습니다. 甲여인은 피가 마를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남편에게 이실직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야단을 치지 않고 즉시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전문가는 “처녀가 얼음판에서 미끄러져 노총각 앞으로 넘어지거든 얼른 껴안고 입을 맞춰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입주하라는 뜻입니다.
甲여인의 부부는 전세금 8천 + 퇴직금중간정산 2천 + 적금해약 2천 + 친정과 시가집에서 차용 2천 + 계약금 2천 + 등기비 등 500 + 대출 9천으로 돈을 맞추어 입주를 하였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내 집을 마련하게 된 것이지요. 甲여인의 부부는 부동산 복이 있다고 봐야할까요? 없다고 봐야할까요?
불확실할 때 등불을 빨리 밝히는 사람이 보물을 먼저 발견하게 됩니다. 내 집 마련 계획을 하셨다면 지금 긴가민가할 때 갈 길이 있는지를 살펴보십시오. 국제적 경제위기는 몸살감기입니다. 몸살감기는 일주일이면 끝납니다.
2. 마음이 편해야 세상이 내 것이다
A는 서울에서 6억짜리 주택에서 살았으나 직장이 부도를 맞아 퇴직을 했습니다. 살고 있는 집에 대출 2억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자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고 했지만 팔리지를 아니하였습니다. 다른 직장을 구하긴 했으나 대우가 형편이 없었습니다.
이 궁리 저 궁리 하던 중, 매도를 포기하고 3억5천만 원에 전세를 놔버렸습니다. 전세금 중 2억 원은 대출을 갚아 버리고 1억5천만 원으로 경기 화성에 크고 좋은 집을 전세 얻어 입주했습니다. 직장거리는 다소 멀어졌을지라도 마음이 편해 콧노래가 나온다고 합니다.
3. 빚 줄이는 게 상책이다
B는 서울에서 15억 정도의 대형주택에 살고 있었지만 대출이 5억이 들어있어 부담이 되었습니다. 진즉부터 팔려고 했으나 원체 매기가 없고 보니 3년 동안 중개업소에서 단 한 번도 와보지 않았습니다.
결국 싸게는 팔기 싫다고 하면서 6억에 전세를 놨습니다. 대출 5억을 변제하고 나머지 1억으로 호평에 보증금 1억, 월세 50만원의 반 전세를 얻어 살고 있는데 부러울 게 없다고 합니다.
4. 기회는 위기와 동시에 온다.
C는 분당에서 9억 정도 되는 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요즘 같은 침체기가 오히려 투자적기라는 생각이 들어 더 투자하고 싶었으나 가진 게 달랑 집 한 채인지라 2-3년 동안 집을 팔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은 싸게 팔려고 하면 더 싸게 사려고 하기 때문에 팔 수 없더라는 것입니다.
억지로 팔기 보다는 후일을 위해 전세를 놓기로 작정하고 6억에 전세를 놨습니다. 자신은 오산으로 가서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만 원하는 대형주택을 세 얻어 입주하고, 나머지 5억 원으로 주택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일산과 청라, 수원에서 매물을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2채를 더 사겠답니다. 이분 사주팔자는 아마 부동산 복이 주렁주렁 매달렸을 것입니다.
甲과 A, B, C 의 장래를 어찌 예측하겠습니까마는 확실한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인 듯합니다. 대출이자가 버거워 생활이 어렵고 학군이나 직장거리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면 내 집 전세 놓고 자금을 회전하는 일도 괜찮은 일일 것입니다. 이런 기회도 그리 흔하지 않거든요. A, B, C가 가는 길에 혹시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갈 길이 있는지를 살펴보십시오.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날이 밝을 때까지 잠시 기다리는 게 옳습니다. 주변도 정리하시면서 몸보신 잘 하십시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알게 모르게 또 돈을 찍어낼 것입니다. 안 그래도 돈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다가올 인플레를 대비하시는 일이 부동산재테크를 잘 하는 길입니다. 당신의 사주팔자에도 부동산 복은 있으니까.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학)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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