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급증, 이제 월세 시대로 가나?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과도기적 현상
적어도 연말까지 전세난이어질 가능성 농후
“이대로 갔다가는 서울지역도 머지않아 전세가격 역시 매매가와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얼마전 제주도에 가서 부동산학과 교수와 얘기하는데 제주도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하더군요. 최근 필자가 토론자로서 참석한 전월세 안정화 대책간담회(국토연구원 주최)에서 00 연구기관 000연구원이 피력한 내용이다.
실제로 수년전 필자가 제주도에 금융기관 지점상 대상 특강을 갔을 때, 금융기관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청약통장에 대한 이해도가 극히 낮았다.그만큼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아 제주도는 주택에 대한 투자필요성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회사에 방문하는 고객중에 실수요주택외에 투자용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투자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과거와 같이 집값이 오르지 않자 전세를 안고 구입하는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시점에 맞쳐 임대수익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ㆍ월세 시장 불안과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언론의 사실적인 표현에 장단을 맞춰가면서 확산되고 있어 더욱더 월세시장을 끌어 올리고 있다. 매물이 없는 반면 찾는 사람이 많아서 가격은 더 오르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전셋집이 월셋집으로 바뀌다보니 서민들이 더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세시대가 사라지는게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만 있는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로 바뀌는 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논리다.아파트시장도 금융상품화가 되어가는 자산시장 특성상 틀린 말은 아니다. 시중에는 월세는 남아도는데 전세는 남아있는게 거의 없는 엇박자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어쨌든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민간 부동산업체가 2000~2010년 서울시의 ‘점유 형태별 주택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전셋집은 9% 줄어든 반면 월셋집은 72%나 늘어났다.
5년 단위로 추출한 서울시 통계에선 월세 가구수가 늘면서 전체 임대주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28%에서 지난해 43%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셋집은 오히려 11만 8616가구(9%)가 사라져 115만 2715가구에 그쳤다.대표적 임대차 거래 지역인 서울 강남구는 913건에서 2057건(125%), 노원구는 1155건에서 1805건(56%), 송파구는 673건에서 1586건(136%)으로 각각 뛰었다.
전월세 전환율 증가로 서민들 어려움 가중
서울지역 아파트 전ㆍ월세 전환율은 지난 1월 8.96%에서 8월에는 8.2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전ㆍ월세 전환율이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전세보증금에서 월세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ㆍ월세 전환율 8%는 전세보증금이 1000만원이라면 그중 8%인 80만원은 월세로 부담한다는 의미다.
일단 전ㆍ월세 전환율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선이었다가 올 들어 8%로 급등하면서 월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의 개념.투자보다는 거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
이러한 월세 급증이 향후 '집' 개념,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투자보다는 입지를 보는 생활의 편리성의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수도권의 입주 1년 미만 아파트 거주자 500명을 대상으로 주택구입 결정 요인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자. 주택을 보는 관점이 투자보다는 편리한 생활을 꼽는 수요자가 늘어난것으로 나타났다. 즉,주변 교통 등 ‘입지 조건’을 가장 중시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앞서 2005년 실시한 같은 설문에서는 투자 가치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으나 올해는 입지 조건에 밀렸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집을 살 때 이젠 생활 편의성을 가장 많이 따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보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면서 주택에 대한 인식이 투자목적에서 거주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달(10월경)에는 입주물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부 숨통을 돌릴것으로 기대된다.
수도권 중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수원시 및 광교신도시의 입주물량이 풍부해 저렴한 비용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수요자들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실제 입주하는 가구가 줄어들수 밖에 없고 원래살던 곳에서 그냥 전월세로 눌러앉은 가구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정부분 주택가격 상승을 용인하는 사회분위기와 거래를 활성화하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적어도 전세난은 연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