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시장의 기대와 예측은 늘 빗나간다 -
매년 봄이 오거나 추석 무렵이 되면 부동산시장은 크건 작건 물결이 출렁이게 됩니다. 움츠렸던 시장도 잠시 거래가 있거나 시세상승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봄, 가을 이사수요가 있을 때라 그런 기대와 예측은 그런대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 그런 기대와 예측은 늘 빗나가기도 했고, 시세상승은 경제호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수요팽창과 부동산활성화대책이라는 3박자가 맞물려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활성화대책을 내놔도 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공급과잉이 되면 무용지물이 돼왔음을 익히 경험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앞뒷집에 독감이 퍼지게 되면 내 집만 무사하게 넘어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나도 가볍게라도 독감을 앓아야만 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는 4년이 넘도록 끌고 오는데 이 독감이 더했다, 덜했다 하는 바람에 내 가족들도 늘 걱정에 쌓여있는 처지가 되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광에서 인심난다”고 했듯이 모든 나라들은 우선 자기 살기가 바빠 어려운 나라들을 도와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라 안 사정도 옛날에는 이웃사촌이라 했는데 요즘은 이웃 8촌쯤 되고 있습니다.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은 내가 끼니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가 돼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수년째 개인별 소득이 늘지 않아 우리들 살림살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와중에 물가는 하늬바람에 연 오르듯 오르고만 있으니 이것 또한 복장 터질 노릇입니다.
이렇게 세상이 너무 복잡해지고 보니 화살이 과녁을 빗나가듯 우리들의 기대와 예측은 늘 빗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여러분들의 잘못도 아니고 필자의 잘못도 아닙니다. 과녁이 잘못이지요. 화살이 지나갈 자리에 과녁이 서있었다면 맞았을 테니까요. 세상은 작년과 금년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화살은 빗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시장의 네 가지 색깔에 우리들은 속고 산다 -
부동산시장도 일반 경제처럼 대개 침체기・회복기・호황기・쇠퇴기라는 주기를 돌면서 시장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그 주기는 달이 지구의 궤도를 돌듯 일정하게 도는 게 아니라 침체기에서 회복기를 빼먹고 바로 호황기로 가기도 하고, 호황기에서 쇠퇴기를 빼먹고 바로 침체기로 건너뛰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기간이 짧건 길건 이러한 주기를 거치면서 시장을 형성하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마치 구름에 가린 달처럼 보름달인지 20일 쯤 되는 달인지 가늠하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또 지난 몇 년처럼 국제경제가 콧구멍에 고춧가루 들어간 사람처럼 심하게 재채기를 하거나, 동냥밥처럼 반찬과 밥이 뒤범벅 된 부동산대책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지게 될 때에는 시장 파악이나 예측이 더 어렵게 됩니다.
그런 연유로 내일 구름이 걷히면 밝은 달을 볼 줄 알았는데 그 다음날 다시 비가 오고, 또 그 다음날은 태풍이 부는 일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필자는 부동산시장을 늘 동전던지기에 비유합니다. 동전을 세 번 던져보니 모두 앞면만 나왔습니다. 네 번째 던지면 또 앞면이 나올까요? 뒷면이 나올까요?
네 번째 다섯 번째 모두 앞면만 나올 수도 있고, 네 번째부터 연거푸 뒷면만 나올 수 있습니다. 또 앞뒷면이 계속 번갈아가며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앞면은 값이 상승할 때이고, 뒷면이 내릴 때라면 연거푸 재미를 본 사람도 있고, 연거푸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요. 부동산시장은 앞으로도 늘 그렇게 움직일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 부동산은 무섭다. 그래도 있어야 좋다 -
결혼 3일을 앞둔 어린 신부는 첫날밤이 두려워서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먼저 시집간 언니들로부터 얻어들은 이야기인즉 짐승 같은 신랑이 밤새도록 신부를 귀찮게 했었다는 우스개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신부는 나이도 훨씬 많고 체격도 건장한 신랑이 무섭게 생각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꾀를 생각해 보았으나 뾰쪽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신랑에게 술을 많이 먹여 저절로 곯아떨어지게 하려고 첫날밤 밤새도록 신랑에게 술을 먹였습니다.
신랑이 술에 취해 저절로 곯아 떨어져 잤는지 신부를 껴안고 잤는지 그건 모릅니다. 10일 후 그 어린 신부에게 물어봤습니다. 지금도 신랑이 무섭냐고? 씩 웃고 말더랍니다. 20일 후 다시 물어봤습니다. “신랑 없이는 못살아요.”
한 달 후에 다시 물어봤습니다. 신부 왈 “첫날밤은 경험이 없어 무서웠을망정 그 후부터는 어딘지 모르게 든든했었고, 일생 자신을 업고 갈 사람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밤에 신랑이 곁에 없으면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어요.”
여러분! 처음에는 무서웠던 신랑이었지만 이제는 그 신랑이 없으면 오히려 밤이 무섭다는 어린 신부의 말을 이해하실 수 있겠는지요? 부동산도 같은 이치로 생각하시면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살 때도 무섭고 가지고 있을 때도 가끔은 두렵지만 신랑처럼 꼭 있어야 할 게 부동산이라는 말도 되겠습니다.
-개구리가 운다고 꼭 봄이 오는 건 아니다 -
부동산을 살 때 순전히 자기 돈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빚을 내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꾸어 대기도 합니다. 그런 후 부동산시세가 오르게 되면 쉽게 빚을 갚을 수 있지만 값이 내리게 되면 가지고 있었던 돈까지 까먹게 됩니다.
1997년 금융위기 때 3년 동안 부동산 시세가 내려간 일은 있었으나 그 전이나 그 후 2006년까지 시세가 살 때보다 더 내려간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줄곧 내려가는 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부동산에 손을 대는 일이 두렵고 무섭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건 필자나 여러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부터 아파트 분양받았거나 토지 사놨다가 손해 안 봤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입니다. 어찌어찌해서 조금 남았다 하더라도 금융비용 따지고 나면 남는 게 없음이 사실일 겁니다.
봄이 올 무렵이 되면 집 앞 개똥 논에서 먼저 개구리가 울어 댑니다. 부동산시장이 움직일 징조기 있게 되면 건설 회사들이 여기저기서 말뚝을 박기 시작합니다. 회복기가 오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개구리 울음소리나 건설 회사 말뚝 박는 소리도 늘 허탕을 치고 있습니다.
꼭 회복기를 거쳐 호황기로 이어질 줄 알았으나 맨날 동전이 뒷면만 나오듯이 침체기로 내려앉는 바람에 건설 회사들은 거의 망해버렸습니다. 건설 회사의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불렀던 소비자들도 반 토막이 되어 뼈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 어려울 때일수록 부동산을 잘 간직하라 -
옛날에는 말뚝만 박아놔도 돈을 벌었던 건설 회사들과 분양만 받아놓게 되면 돈을 벌었던 소비자들, 아무데나 땅만 사놓게 되면 금방 되 팔리면서 돈을 불려줬던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제는 건설 회사들도 각성을 해야 하고, 소비자들도 건설 회사의 노래에 함부로 장단을 맞추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은 무섭다고 멀리 해버리면 일생동안 돈과는 이별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산다는 건 고무줄 없는 속옷입니다. 어린 신부가 신랑이 무섭다고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혼자 사는 이치나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지금은 나라마다 살림살이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일컬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말을 씁니다. 살림살이가 어렵게 되면 알게 모르게 돈을 찍어내게 됩니다. 안 그래도 많은 돈이 숨어 있는데 또 찍어내게 되면 나중에 어찌되겠는지요? 언젠가는 폭발하겠지요?
“여러분! 나도 부동산이 무섭소. 그러나 그게 없다면 나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한 잎 낙엽일 뿐이요. 나를 잡아주고 보듬어 줄 밧줄은 오직 당신뿐이요. 당신만이 나의 노후를 책임지리라 굳게 믿고 있소” 무서워도 꼭 있어야 할 것은 부동산입니다. 돈은 또 쏟아지게 됩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