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오는 순서대로 가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이 올 때 순서대로 옵니다. 그러나 갈 때는 순서가 없음이 문제입니다. 누구나 80세를 채우든지 100세를 채워 가게 되면 갈 때를 대강 알게 되므로 미리 준비를 하겠지만, 아무도 그걸 알 수 없기 때문에 사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게 됩니다.
특히 부동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이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유족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살고, 법이 정한대로 순순히 상속을 받으면 별 탈이 없겠지만 집 나가서 연락이 안 되는 자식도 있고, 외국에서 영주권을 얻어 살고 있는 자식들도 있게 되면 수년째 상속처리를 못해 애를 태우게 됩니다.
요즘은 집 나가서 수년째 소식이 없는 남편과 마누라도 있습니다. 또 유족 중에는 특히 욕심이 많아서 혼자 독식을 하려고 가족끼리 싸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속재산은 없어도 문제지만 있어도 없을 때보다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필자는 법률사무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이런 사례를 접하고 있습니다. 제일 머리 아픈 사건은 가족간에 재산싸움을 하는 사건이고, 제일 마음 아픈 사건은 코흘리개 자식 놔두고 이혼하는 사건이며 제일 웃기는 사건은 간통사건입니다.
[[사례. 살아생전 팔아서 나눠주마]]
甲은 가족관계가 좀 복잡했습니다. 갑이 죽게 되면 상속문제를 두고 법적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많은 가정이었습니다. 갑은 세 곳에 가정을 두고 있었거든요. 젊었을 때 힘이 좋았었는지 자식도 8명을 두었고요. 그래서 생전에 팔아서 적당히 증여를 하려고 강남 땅 1000평을 큰 아들인 A에게 매도위임을 했습니다.
A는 2011.1.25. 갑의 인감증명서를 발부받아 위임장을 작성한 후 각 중개업소에 매도의뢰를 했고 매수인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그해 2.10. 중개업소에서는 매수인을 붙여 계약을 하자고 하여 대금 10억에 무사히 매매계약을 마쳤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일은 15일 후인 그해 2월 25일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전등기 5일 전인 2월20일 갑은 사망했습니다. 갑은 평소 건강했기에 100세까지 살 줄 알았지만 어느 날 없어지는 뜬구름처럼 갑자기 죽게 된 것입니다.
드디어 2월 25일 잔금 날이 되었습니다. A는 어차피 매도 위임을 받고 정당하게 계약을 한 것이므로 소유권을 넘겨주는 일도 괜찮을 것으로 믿고, 얼른 동사무소로 가서 갑의 인감증명을 다시 발부받아 법무사에게 넘겨주고 잔금을 받았습니다.
계약 후 수일이 지나서야 매수인은 갑이 이미 2월20일 사망한 사실을 알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A를 사문서위조죄 등 죄로 고소하였습니다.
A는 부친이 살아생전 매도위임을 했고, 살아생전에 팔라는 대로 팔았을 뿐, 내 행위에는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계약은 유효라고 합니다. 또 무슨 얼어 죽을 형사고소냐고 따지며 달려듭니다.
여러분이 변호사라면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1. A의 주장이 맞다. 갑이 살아생전에 매도위임을 한 것이므로 인감증명을 언제 발부받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매매계약은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2. 아니다. 설사 그렇게 됐다 하더라도 이미 사망한지 5일이 지난 인감증명과 위임장은 무효이다. 그러나 형사고소감은 아니다.
3. 갑이 매도위임을 했다 하더라도 사망하게 되면 그때부터 위임은 효력을 잃는다. 사망 후 대리인에 의한 인감위임은 무효이고, A는 사문서위조나 행사죄의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
[[사례에 대한 해설]]
사람이 사망을 하게 되면 모든 권리능력이 없어집니다. 따라서 갑이 사망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모든 위임관계 내지 포괄적인 대리관계는 종료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A로서는 아무리 부자관계의 일이라 할지라도 부친의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감증명 위임장은 본래 생존한 사람이 타인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문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사망한 갑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갑이 승낙했을 것이라는 기대와 예측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답은 3번입니다. 정당하게 매매계약이 이루어진 후 소유권이전등기 직전에 매도인이 사망하거나 매수인이 사망하여 주위를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 가끔 일어납니다. 그럴 때 편의를 좇다보면 가끔 법을 어기는 일이 있게 됩니다. 언제나 법이 정한대로 법을 따라 권리와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A는 부친이 돌아가셨다 하더라도 위 소유권이전등기 행위에는 묵시적,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볼 것이며, 다만 편의상 이루어진 일이므로 형사고소 또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법을 위반한 행위만은 분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수인 앞으로 이미 이전돼버린 소유권이전등기는 어찌해야 할까요? 다시 말소하고 법에 따른 세금을 물고 상속처리를 해야 하겠지요. 협의 분할에 의한 등기를 하든지, 공동등기를 한 다음 매수인 앞으로 다시 이전해야 할 것이나 실무상 그렇게 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