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살이의 두 가지 걱정]]
우리나라 최초 아파트는 1961년에 착공하여 1962년에 입주한 10개동 642가구로 된 주택공사의 마포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는 입주 때 부러움보다는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 좁은 공간에서 어찌 사느냐? 무너지면 어찌하느냐? 는 두려움 때문에…
당시 그 아파트를 구경했던 사람들은 성냥갑처럼 생겼더라, 나는 줘도 답답해서 못 살겠다. 라고 했었는데 그런 낯설었던 아파트가 지금은 800만 채가 넘어버렸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2%인데 무주택 세대는 추정 45%정도 됩니다. 넘치고 부족한 주택사정입니다.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1년 동안 무주택자들은 두더지 머리처럼 이곳저곳에서 사정없이 솟아오르는 전셋값으로 인해 많은 고생을 했었고, 그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고 있습니다. 2011.10. 이후 잠시 뜸한 것 같지만 2011년 겨울방학 시즌 이후가 다시 걱정되기도 합니다.
전국에서 빈 집은 79만 4천 가구이지만 무주택자들 눈에는 남의 집 금가락지일 뿐입니다. 남의 마누라가 예쁘게 보이고, 남의 서방이 잘나 보일망정 시골에 있기 때문에 해당사항 없다는 뜻입니다. 그게 모두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전세를 살게 되면 두 가지 걱정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첫째 걱정은 전셋값이 오를까 걱정이고, 둘째 걱정은 집값이 오를까하는 걱정입니다. 전세도 오르지 않고 집값도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세월 너도 그대로 있어라”는 말과 같다는 이치가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레방아만 돌고 도는 게 아니라 부동산도 돌고 돈다]]
전셋값도 내리고 집값도 내렸던 일은 1970년 이후 심한 경기침체기나 금융위기 때 3개월 정도에 걸쳐 두세 번 있었고, 그 외에는 어느 한쪽이 오를 때 다른 쪽은 주춤거릴 뿐이었습니다. 속바지와 겉 바지가 동시에 내려가는 일은 드물더라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부터 사놓고 보자는 마음으로 내 집 마련을 계획해보지만 돈이 문제가 됩니다. 돈 만들어질 때 기다리다가는 총각들은 다 떠나고 처녀만 남게 되는 처지가 됩니다. 돈 다 만들었다 싶으면 집값은 변해있습니다. 비웃기라도 한 듯 벌써 저만치 가버렸음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싼 이자를 각오하면서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게 됩니다. 옛날에는 대출받아 주택을 샀어도 이자부분보다 몇 배가 더 남았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칫 집값내리고 이자 물게 되면 국 엎지르고, 그릇 깨는 격이 됩니다.
하지만 주택이란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손해 볼 수 있다는 계산을 따지게 되면 영원히 전세살이를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값은 또 저만치 가버리게 됩니다. 물레방아만 돌고 도는 게 아니라 부동산도 돌고 돌기 때문에 도는 바퀴에 속게 되면 계속 본전장사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돈은 세월에 맞아 늘 부어오른다]]
본전장사를 하는 건 좋은데 몇 년 살다보면 돈 가치가 떨어져서 5년 전 1억으로는 이제 전세를 얻을 곳이 없게 됩니다. 그때 1억 5천만 원짜리 주택은 3억이 돼버렸으니 말입니다. 사람 몸뚱이는 몽둥이로 맞아 부어오르지만 돈은 세월에 맞아 부어오릅니다.
사람들은 세월에 속지 않기 위해 부족한 돈을 다 채우려 애를 쓰지 않고 대출받아 주택을 마련합니다. 서민들 입장에서 돈은 피보다 진합니다. 누가 그걸 몰라 집 사놓고 이자 무는 게 아닙니다. 세월에 맞아 부어오른 돈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돈을 찍어냅니다. 경제위기가 그치게 되면 그 돈은 바람을 피웁니다. 사람이 바람날 때에는 남의 눈치를 살피지만 돈이 바람나면 눈치를 살피지 않습니다. 2011년 가을부터 슬슬 바람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불안이 세계적으로 잠잠해지고 경제가 호황에 접어들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 대출받아 아파트 산 가구가 전국적으로 400만 가구 정도 되고 서울과 수도권은 140만 가구 정도 됩니다. 이 분들은 영리한 분들입니다. 앞으로 집값은 내려가지 않습니다. 내려가는 게 아니라 올라갑니다. 1955년 내지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버이비부머 700만 명이 대부분 주택을 두 채나 세 채씩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대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부동산에 결부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사 모으고 있고, 많이 갖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다주택자들을 투기꾼으로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월세 공급자로 우대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중과문제도 없어지게 됩니다. 다주택자들은 강남 4구에 주택을 1채씩 갖고 있음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는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부담금이 지금의 절반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며칠 후에는 강남 재건축 사고 싶어도 구경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내 집 세놓고 나도 전・월세로 사는 세상]]
베이비부머세대는 내 집 전세 놓고 나도 전세로 사는 비율이 높습니다. 그러나 저축보다는 현재를 중요시하는 1979년 내지 1985년 사이에 태어난 에코부머세대는 월세로 거주하는 비율이 40%가 넘습니다. 이 세대가 약 510만 명인데 앞으로 5년쯤 후부터는 주택의 수요를 일으키게 됩니다.
강남 4구 72만 4000가구 중 임대가구 비율이 약 63%입니다. 이제는 주택은 어디에 있건 있어야 하되, 자신이 편리하고, 필요한 곳에서 전・월세로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도권 830만 가구 중 390만 가구만 자기 집에서 살고 있고 나머지는 세놓고 세사는 거주개념을 갖게 된 것입니다.
내 집 세주고 세사는 일과 내 집 없이 세사는 일은 전혀 다릅니다. 집 없이 세사는 일은 겉옷만 입고 있다가 세탁소 가게 되면 알몸으로 남게 되는 이치가 될 수 있습니다. 2010년 하반기부터 계속 주택을 사야한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그 시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지금 돈 준비가 다 되신 분들은 값이 내려있는 기존주택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계약금 2-5천 정도가 있고 1-2년 후 입주를 원한다면 입지, 브랜드, 값에 경쟁력이 있는 미분양을 찾는 일이 재테크로 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주위에 그런 곳이 아직은 상당히 있음을 봤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봤을 때나 국내적으로 봤을 때 비는 그쳤고 무지개가 섰습니다. 다시 비가 오리라고 믿는 일은 자기만의 빗나간 계산일 수 있습니다. 꼭 낙엽을 밟고 나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보다는 모기입이 비틀어질 때 가을을 느껴야 한발 앞서가게 됩니다.
어서 집부터 마련해놓고, 나도 세주고 세사는 일을 선택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지금 2억짜리 전세금은 5년 후에도 2억입니다. 그때의 돈 가치는 지금의 1억이나 비슷하겠지요. 지금 2억 전세보다는 1억 빚내서 3억짜리 집 사놓게 되면 5년 후에 5억짜리가 되리라 믿습니다. 이자는 5년 동안 3천만 원일 뿐이고~ 언제나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