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spy)는 전문적으로 군사·외교·산업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다.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는 의미의 고대 프랑스어(espire)가 그 어원으로 알려졌다.
스파이는 그 이름만 들어도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인 '007 시리즈'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유능한 스파이는 때로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 놓기도 한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스파이 한 사람이 한 기업의 명운을 가른 사례가 적지 않다. 정보의 힘이 그 만큼 대단하다는 얘기다.
오죽했으면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산업스파이를 21세기 가장 큰 산업 가운데 하나라고 했을까. 앨빈 토플러의 이 말에는 지식정보화가 고도화한 현대사회에서는 정보 전쟁 역시 그만큼 치열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다른 사람이 잘 모르는 최신 정보를 한발 앞서 확보할 수만 있다면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가 있다.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선 유능한 스파이가 되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 유능한 스파이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보다 유능한 스파이는 유능한 분석가이다. 정보는 수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맨 처음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첩보(information)에 불과하다. 이러한 첩보를 기존 정보와 비교해 진위를 판단한 뒤 틀림없다고 내놓은 것이 바로 정보(intelligence)다.
첩보를 종합․분석하고, 가공해 정확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분석(analysis)이라고 한다. 분석은 결국 여러 가지 단편적인 현상(첩보)을 종합하고 분석해 앞날을 예측하는 과정에 다름 아닌 것이다.
부동산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가 이렇게 개발된다더라' '저기에 뭐가 들어선다더라' 등과 같은 ‘카더라’ 식의 수많은 첩보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첩보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간 십중팔구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시중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때 유능한 분석가는 첩보를 토대로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첩보 가설을 세운다. 첩보 가설은 여러 개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가설에 그 후 들어오는 첩보에 더하다 보면 보다 사실에 가까운 가설이 만들어 진다.
이때 잘 아는 공무원의 말 한마디, 지방 의회 회의록 몇 페이지 등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때론 자치단체의 도시기본계획이나 중앙정부의 국토종합계획도 세밀히 뜯어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살이 붙은 가설을 토대로 앞으로 사태가 이러이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 본다. 이 시나리오 역시 계속 들어오는 첩보를 토대로 수정, 보완되면서 정보로 탈바꿈하게 된다.
부동산 투자는 이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성공 확률이 높다.
일례로 2007년 동탄2신도시 개발 예정지 지정을 앞두고 현장에는 수많은 후보지 관련 첩보가 떠돌았다. 당시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던 곳은 경기도 광주 오포, 용인 모현·남사, 화성 동탄 등이다.
이때 수많은 현상(첩보)를 종합하고 분석해 최종 선정된 화성 동탄을 선점한 투자자는 쾌재를 불렀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 각 후보지의 땅 거래 동향이었다. 신도시 예정지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화성시 토지 거래량이 급증했던 것이다.
이미 깊숙한 곳에서 나온 정확한 정보를 빼낸 투자자들이 재빨리 움직이며 땅을 사들였던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때 이런 움직임(첩보)을 포착한 뒤 확인(분석) 과정을 바탕으로 투자한 유능한 분석가들의 성공 확률이 그만큼 높았던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