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오후경 필자가 한창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는데, 필자의 고객인 H씨(40대男)가 전화를 걸어왔다.
“소장님 서울시장에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었는데, 서울 한강르네상스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서울 재개발 재건축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한남뉴타운에 투자한 저같은 경우 어떤 상황이 될까요? 서울집값 이제는 떨어질일만 남은건가요?”
이후에도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11월초까지 거의 일주일동안은 이런류의 문의와 우려섞인상담전화가 상당히 많이 걸려왔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원 2만3천명의 네이버카페 ‘부동산 가치투자자들의 모임-부가모’에서도 무료상담실 코너에 이런 내용의 질문이 종종 올라와, 새로운 서울시장의 재보선 당선으로 인한 시장의 동요와 불안,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었다. 필자는 이런 내용의 상담에 주로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었다.
“사장님, 이번 서울시장 선거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아주 크게 일어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시장의 임기기간이 일단 너무 짧은데다, 재정문제나 아파트공급의 비탄력성(=바로 공급하더라도 입주까지 3년정도가 소요되는 부동산 고유의 특성)이로인해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을 단기간에 직접 현실화시키기에는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2년간 지속되고 있는 지방 대도시 주택시장의 호황장세와는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투자 수요가 많이 감소한 상태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이어서 정책변수가 과거와 같이 부동산 시장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시적인 선거바람과 우려섞인 기대 및 기대섞인 우려가 선거직후 심리적 영향을 미치면서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 모두가 일단은 단기적으로 2-3개월정도는 영향을 미쳐 거래를 끊기게 하거나 서울지역 일부에서 급매물들이 출현할수 있겠지만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가능성이 높으니 당분간 관망하시면서 추이를 지켜보시는게 좋을것같습니다”
이러한 상담이 서울시장 재보선 이후 근 일주일이상은 계속해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기존 서울시장과 정책노선이 상당히 상이한 노선을 걷는 새로운 후보가 당선됨으로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에서 서울 부동산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편이다. 이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강남권을 비롯해 서울 한강르네상스나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재건축, 뉴타운 대부분이 서울시에서 추진되거나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1년 10월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현 집권여당이 아닌 야권의 무소속 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여당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에 당선됨으로써 그간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해왔던 굵직굵직한 서울시 주택정책에 일대 변화가 일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어떤 정책들이 추진될것인가에 대한 관심과 이목이 크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크게 6가지 큰 틀에서 추진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부동산 정책 공약]
1. 오세훈 前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전면 재검토
2. 재건축 과속 방지 및 속도조절
3. 뉴타운 사업 전면 재검토
4.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5. 주택바우처 확대(=정부가 임차료 일부를 직접 임차인에게 보조하는 제도)
6. 임대주택 및 장기전세주택(시프트)공급
이들 6개의 공약을 살펴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산층의 주거의 질 향상보다는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전세난을 대비하는 정책이 핵심적으로 추진될것으로 예상해볼수 있다.
그런데 이들 추진예정인 정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중산층 이상에 대한 주거의 질 향상이나 중산층들의 주거공급에 대한 정책이 빠져있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주로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주건안정과, 주거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공공임대나 장기전세(시프트)주택의 공급으로 중장기적으로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수는 있겠지만 끊임없이 질 높은 주거에 대한 니드를 발생하는 중산층에 대한 안정적인 주택정책은 비중이 거의없어 향후 중장기적으로 품질좋은 서울시내 아파트수요에 부응하지 못해 자칫 공급부족으로 인한 집값급등 역작용이 우려되는게 사실이다.
서울시에는 서민들과 저소득층 근로자들도 많지만, 소득수준이 높은 맞벌이 부부나 중산층들도 공존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이 기존 한강르네상스나 재개발등 무차별적인 재검토 및 개발중단같은 정책만으로는 서울시 주거수요자들의 다양한 니드를 충족시켜주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개발 속도가 더뎌 고통을 받는 조합원들이 재개발이중단되거나 축소되면서 사업성이 더욱 악화되거나 향후 새아파트로 이전하지 못하게 될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에 직면하게 된다면 여러 민원이나 역작용도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토부가 여전히 집권여당인탓에 서울시에서 요구하는 각종 정책들이 순조롭게 순항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거나 속도가 늦어지는 문제도 발생할수 있는등 향후 서울시 주택시장은 한동안 혼란을 겪을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공공관리자제가 적용되고 있는 한남뉴타운등 사업속도가 빠르고 이미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나 개발축소가능성이나 폐지가능성이 높지 않은 지역에서는 너무 공포심을 갖고 가격이 더 떨어질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급매물로 투매를 하거나 손절매를 할 필요는 없고 몇 개월정도 더 지켜보면서 2012년 4월과 12월 양대 선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시장의 경우 입법권이 아닌 행정권이므로 법을 개정하여 기존 서울시 정책의 큰 틀을 바꾸는게 쉽지 않은데다 임기가 길지 않아 정책이 착실히 이행될지 여부가 아직은 불투명한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4월 총선과 12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부동산정책의 큰 틀이 언제든지 수정또는 변경될수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 입주물량 급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2년부터는 시장이 정책변수만으로 작용되기 힘들고, 수급논리에 의해서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따라서 섣부른 판단으로 서울시에 보유하고 있는 뉴타운이나 재개발아파트 지분을 함부로 던지기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면서 내년 양대 선거때까지는 일단 관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