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에서 볼이 자주 상대방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거나, 수비를 잘못하여 자살골을 넣게 되면 그날 게임은 힘이 들고, 이기기도 어렵게 된다. 월드컵 같은 큰 경기에서 자살골로 인해 패하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천추의 한이 맺힐 것이다.
부동산투자에도 자살골이 있다. 뻔히 알고도 당하는 수가 있지만 설마 하다가 손해를 보는 수가 있다. 계약을 잘못해서 자살골을 넣는 수도 있고, 충동구매나 과다한 욕심을 이기지 못해 자살골을 넣는 일도 있다. 스스로 자살골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그때는 손해가 가장 적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
손해와 이익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서로 이어진 한 가닥 줄과 같은 것이어서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시장이 더덕인지, 도라지인지 모를 때에는 오죽하겠는가. 부동산 투자에서 자살골로 인정한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 훌륭하게 광고하면서 쪼개 파는 땅은 자살골이다.
기획부동산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속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산 땅은 기획부동산일지라도 자신이 산 땅은 기획부동산이 아니라고 믿게 된다. 남들을 속이기 위해 판 땅은 대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은 몇 천만 원으로 사게 됨을 주의해야 한다.
기획부동산이라는 곳은 강도 쪼개 팔고 돌도 쪼개 파는 기막힌 판매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호기심을 갖게 되면 영락없이 당하게 돼있음을 아셔야 한다. 꼭 나와 가까운 사람이나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중간에서 바람잡이를 하고 있음도 명심하시라. 묘하게 알고 찾아오거든,
분양을 할 때에는 현장에 중장비가 동원되어 작업을 하기도 하고, 휘황찬란한 현수막이 나부끼기도 한다. 감언이설에 속아 땅을 사게 되면 지분이 되건 분할이 되건 등기까지는 순조롭게 끝이 나지만, 3개월 후 다시 현장에 가보게 되면 자신이 산 땅은 어디인지 알 수도 없고, 인근 중개업소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기획부동산에서 파는 땅은 개발호재가 꼭 등장한다. 제주도에서 평창에 이르기 까지, 5년 전에 산 땅이나 10년 전에 산 땅이 정말 개발이 되어 시세차익을 본 사실이 있으신가? 한 번 사게 되면 그 돈은 함흥차사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2. 용돈 받고 명의 빌려주는 일도 자살골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아는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사람을 알게 되고, 그렇게 해서 인간관계는 이루어진다. 평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급히 아파트 분양권이나 오피스텔 분양권을 사는 데 명의를 빌려주면 돈을 1천만 원 주겠다고 하는데 여러분들이라면 어찌 하시겠는가?
6개월 후 프리미엄을 받고 팔게 되면 그때 또 돈을 주겠다고 하면 싫다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명의를 빌려주고 그 분양권에 따른 은행채무까지 인수 받는다. 몇 개월 동안이라 했지만 그 후 연락은 끊기게 되고, 건설회사에서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입주하라는 통보가 온다.
나중에야 속은 사실을 알고 나는 속았다고 하소연을 하지만 은행에서는 신용카드를 정지하거나 재산을 가압류 하게 되고, 건설회사에서는 독촉이 빗발치게 된다. 이를 해명하려면 사기꾼들을 고소하고 법정투쟁을 벌려야 한다. 어설픈 사이에 명의 빌려주지 마시라. 그 사기꾼은 입주하지 못할 사람으로부터 그런 대가로 3-5천만 원을 받은 것이다.
3. 20~30% 할인되지 않은 고가 미분양은 자살골이다.
2008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높은 값에 분양했던 미분양 아파트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긴 한숨을 쉬고 있다. 인근시세보다 40%정도 비싼 곳이 허다하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는 전원주택도 더러 있는데 이런 것들은 시세가 회복되어도 분양가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수도권 어느 지역을 예로 들어 보자. 8-10년 된 기존 대형아파트는 8억 선에 거래가 되고 있다. 그런데 미분양 아파트는 12억에 분양을 하고 있거나 입주를 한 사람도 있다. 앞으로 3-4년 후에 헌집 되기는 마찬가지인데 50%가 더 비싼 새 아파트를 사겠는가?
84㎡(33평)짜리는 더 심하다. 10년 된 기존 아파트는 2억 5천정도 되지만 새로 분양하는 미분양아파트는 4억 3천정도 된다. 물론, 요즘 나온 아파트가 품질이나 자재 등 여러 면에서 월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격에서 갭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당초 계약을 잘못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한 사람도 있지만, 최하 5년은 지나야 겨우 본전장사가 되거나 약간의 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값이 올라 손해를 보전하는 게 아니라 화폐가 불어나 분양가 근처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4. 가격은 그대로, 잔금유예조심해라.
분양가가 비싼 아파트는 입주 당시 가격 할인을 받고 입주함이 상례로 되어 있는데 가격은 그대로 놔두고 쥐꼬리만큼 깎아 주되 대출이자를 시행사에서 부담하거나 잔금을 몇 년 유예해 주는 아파트도 있다. 이자로 따지면 건설사로서는 크나큰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하지만 2년이나, 3년 후에 값이 그대로 있거나 오르는 폭이 극히 미미하다면 그때부터 대출금에 대한 이자와 유예 받은 잔금을 어떤 돈으로 지불해야 할지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하겠지만 2-3년 후 잔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바로 경매로 넘기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잔금유예를 받게 되면 이전등기 후 건설사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되는데 잔금을 지불하면서 근저당권을 풀어 달라하면 입주 때 잔금에 대한 연체이자를 청구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채무액 확정을 세심하게 살피시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5. 외곽지역 입주폭탄 아파트도 자살골이다.
수천 세대가 한꺼번에 입주를 하거나 지금 어느 신도시처럼 계속해서 신규분양이 이어지는 곳은 입주물량이 넘치기 때문에 시세가 상승하기 어렵다. 우선 전셋값이 싸서 잔금 치룰 때 애로가 있게 된다. 서울과의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서울시민들은 차만 타고 다니겠는가.
자고로 입주 때 전셋값이 매매값의 50%이하로 내려가는 곳은 인프라가 빈약해서 투자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값이 약간 싸다는 이유로 구름처럼 몰려가지만 돌아서서 후회하기도 하고, 입주 때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입주를 거부하게 된다.
6. 상가 잘못 사면 자살골이다.
지금은 골목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옛날에는 골목에 있는 상점들이 그런대로 장사가 잘 되었으나 요즘은 대기업들이 골목까지 차고 들어와 대형 판매시설을 세우는 바람에 영세 상인들은 갈 곳이 없게 돼버렸다. 전혀 장사도 안 되지만 승용차 때문에 애들이 뛰어노는 골목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골목에 세워지는 건물에는 1층이나 2층마다 점포가 딸려 있다. 그 많은 점포에서 누가 장사를 할 것이며, 과연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겠는가. 점포마다 모두 비어있다. 행여 노후대책이랍시고 그런 상가 분양받지 마시라. 노후대책이 아닌 쪽박대책이 될 것이다.
글을 맺는다. 이상 열거한 외에도 위험한 부동산은 많이 있다. 위험했던 부동산도 경기가 좋아지면 제몫을 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그 장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부동산활성화 대책이 나온 후 요즘 부동산시장은 진달래꽃이 필까, 철쭉꽃이 필까?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사람뿐이다. 이럴 때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임자가 있거든 파시고, 능력이 되거든 사시라는 권고를 드리고 싶다. 팔 때나 살 때나 모든 일이 내 맘대로 되던가. 마누라 맘에 안 든다고 장모 찾아가 처제로 바꿔달라고 사정해 보시라. 천만에 말씀일 것이다. 세상 일이란 바로 그런 것이고, 부동산도 그런 것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 매니저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