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세월에 속고 산다. 그러나 속을지라도 또 믿어보는 게 세월일 것이다. 금년 내내 이제나 저제나 형편이 좋아지기를 기다려 봤으나 세월이란 놈은 그런 개개인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채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무정한 게 세월이라 했던가? 금년 연말도 서민들에게는 수무분전(手無分錢 - 주머니에 한 푼도 없다는 뜻)이리라.
금년에는 꼭 집 팔아 적당히 빚 갚고, 형편대로 맞춰가자고 계획을 세웠건만 물거품이 돼버렸음을 이제 와서 한탄한 들 무엇 하겠는가? 작고 외지더라도 일단 사놓고 보자고 다짐했던 내 집 마련 계획이 허공에 메아리쳐 버렸으니 봄이 오면 또 어디에다 전세를 구해야 할는지?
빚으로 생활하는 생계형대출이 250조 원이라면 그 속에 내 자신도 끼어 있을 것이다. 유럽이 엉망진창이 된 마당에 어찌 나라고 예외일 수 있겠는가마는,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이제 중국까지도 자꾸 좋지 않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으니 또 내년 걱정이 앞서기만 한다.
서민들의 희망은 정치적 안정과 경제성장인데 요즘은 두 가지가 모두 난장판이다. 여당이나 야당은 이리저리 흩어져서 문어발인지 낙지 발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어느 교수나, 어느 성직자나, 무슨 꼼수나 뭐가 뭔지 종잡을 수 없음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정치적 격변기인 것 같기도 하고,
정치인들은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서 국정에 전념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무대를 모두 비워놓고 서로 싸우기를 계속한다면 관객인 국민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변하는 건 좋지만, 구태의연한 땜질식 처방이 나오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정치인들이 다음 밥상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순간 우리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는 중국 선원이 해경을 살해하고 있다. 국기가 문란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대통령, 정치인, 종교인, 소설가, 학자, 판사, 기자 등 누구에게도 존경의 말을 쓰지 않는 사회가 돼버렸고, 그분들 또한 제멋대로다. 지난 4년 동안 유행이 돼버린 이 세태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나라는 수출 9위의 경제대국이다.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 경제사정을 읽어야 하고, 똘똘 뭉쳐도 부족할 판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은 나사가 살짝 풀려있는 모습이거나, 낮술에 취해 졸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깨어나자. 그리고 분발하자.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여러 사정이 좋지 않아서인지 정부에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7%로 잡았다. 성장보다는 내수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지난 4년 동안 누더기 속에서 숨을 죽이던 부동산은 앞으로 어찌될 것인가?
세계 220개 나라에서 부동산시장 전망을 예측하기 제일 어려운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땅덩어리가 비좁고 외풍이 심하기 때문이다. 외풍이 심하면 감기가 잘 들거든, 부동산시장 예측은 입주물량, 경기활성화, 유동성, 부동산정책을 보면 답은 나온다. 요즘은 전세가 한 몫 하기도 하고,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맞지 않는다. 문제는 속마음이 중요하다.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겉 궁합보다는 속궁합이 중요하기 때문이리라. 속궁합은 필자도 모른다. 그래서 경제단체나 금융기관이나 각 전문가들은 겉 궁합만 보고 완만한 상승이다. 보합일 것이다. 내년 하반기에 상승할 것이다. 라는 예측을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는 하늘의 별보다 더 많다. 그러나 사면 돈 남는다는 확실한 담보가 있게 되면 사지 말라고 아무리 사정해도 사고 마는 것이 부동산이다. 앞으로 그렇게 확실한 담보가 나올 수 있을까? 약한 담보라도 어서 나왔으면 좋겠지만 일단 제야의 종은 울려야 할 것이다.
종이 울리면 사람이 모이고 웃음꽃이 피게 된다. 지금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는데 꽃이 필 이유가 있겠는가? 부동산 값은 내가 팔고, 내가 사는 값이 시세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그런 일은 앞으로 늘 일어나게 된다. 계약서에 도장 찍는 날이 혼사 날이고, 그날이 바로 속궁합이 맞는 날일 것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 매니저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