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부동산시장의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각 후보 진영에서 당선을 위해 경쟁적으로 규제 완화나 개발 공약을 쏟아내면 부동산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보는 때문이다.
# 내년 부동산 전망, 대선·총선에 달렸다
선거와 부동산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2002년 12월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국 집값이 6.93% 올랐다. 선거가 끝난 뒤 상황도 비슷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값이 꿈틀댔던 사례가 많았다.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3년 초부터 뛰기 시작한 땅값(공시지가 기준)은 2007년 9월까지 무려 87.2%나 치솟았다.
특히 지방 땅값이 많이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지방균형발전'이 이런 현상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대선·총선을 전후해 부동산값이 들썩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후보들이 앞 다퉈 쏟아내는 장밋빛 공약 때문이다. 후보들의 가장 큰 목표는 뭐니뭐니해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무엇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기 부양책만 한 게 없다. 경제를 살리려면 경기 부양의 키를 쥐고 있는 건설·부동산산업이 무너지는 걸 팔짱끼고 구경만 하기는 어렵다. 선거철만 되면 백화점식 개발 계획이나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 선거변수 약발 갈수록 떨어져
그런데 최근에는 선거와 부동산시장의 상관관계가 예전만 못해졌다.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대선․총선의 약발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2007년 12월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 전국 집값은 0.03%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역시 부동산시장에 예상했던 것만큼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왜 그럴까. 첫째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이 커지면서 수요자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아무리 개발계획이 쏟아져 나온들, 차갑게 식은 부동산시장을 다시 데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둘째는 국내 경기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경기가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면 개인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수요 역시 감소하기 마련이다. 이러면 부동산시장 또한 침체 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셋째는 아직도 부동산시장에 핵심 규제(제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토지시장의 경우 2006년 실거래가 공개 제도가 시행되면서 투자 매력이 확 떨어졌다. 정부는 또 서울 강남 3구의 규제를 풀면서 투기지역은 손대지 않았다. 강남 주택시장으로 흘러드는 돈줄의 죄어 투자 수요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대선 결과 따라 부동산시장 출렁일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12월 치러질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부동산시장의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국내 부동산시장의 판도가 이전과는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당선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박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따라잡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마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박 전 대표는 아직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최대한 아끼는 모양새다. 하지만 최근 그가 보여준 행보를 보면 대통령 당선 이후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점칠 수 있는 몇 가지 징후를 읽을 수 있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와의 명확한 ‘선 긋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보금자리 주택 제도는 현상 유지나 상당 부분 축소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는 당분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임기 초기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경기 부양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규제 강화'보다는 '중립'에 초점을 맞추고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둘째는 박 전 대표가 ‘성장’보다는 ‘복지’에 무게 중심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에서도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한 공격적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보다는 금융·세제 지원을 통한 서민 주거 안정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박 전 대표의 관심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며 국토균형발전론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수도권과밀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이 (세종시) 법의 취지"라고 강조하며 세종시 원안 추진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당선 뒤 국토 개발 정책이 지방균형발전에 토대를 두고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넷째는 박 전 대표의 ‘싱크 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인력 구성 면면이다. 이 연구원 회원 가운데 국토·부동산·해운·교통 전문가로는 전준수 서강대 교수와 서승환 연세대 교수, 김정훈 영남대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서승환 교수는 2009∼2010년 한국지역학회 회장을 지냈고 김정훈 교수는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이다. 박 전 대표가 얼마전 세종시 원안을 관철시키며 주창한 국토균형발전 취지에 맞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전준수 교수는 국제운송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해운항만청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항만운송 전문가다. 이에 따라 2007년 경선 당시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맞서 한국 서해와 중국의 해안도시들을 연결하겠다며 내놓은 ‘열차 페리’ 구상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변화 읽어내는 혜안 필요
물론 박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선거라는 변수로 흔들리기에는 이미 내공을 상당히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의 원칙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선점 전략'이다. 미래 정책 변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남보다 한발 앞선 투자 전략을 세운다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의미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도와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