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언제나 두 가지 마음이 있게 됩니다. “내가 집을 살 때까지는 값이 그대로 있거나 조금만 더 내려 달라”는 마음과, “하루 빨리 값도 오르고 거래가 있게 해 달라”는 마음입니다. 짚신 장사 아들과 우산장사 아들을 둔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금년의 부동산시장도 작년과 같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하반기가 돼야 온기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봄이 오면 거래가 있을 것이나 큰 시세상승은 기대하지 마시라는 글을 올린바 있습니다.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왜 필자만 4월 이후 부동산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는 말을 할까요? 그건 필자에게만 있는 시간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게 돼있습니다. 이제 부동산의 겨울은 끝을 접고 서서히 기지개를 켤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쉼표가 남아있을 뿐입니다. 내 집 마련 문턱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계신 분들께서는 3월 이전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이 지혜로운 일일 것입니다.
팔아야 하실 분들께서도 서서히 파실 준비를 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부동산의 색안경은 날마다 짙어집니다. 수시로 욕심이 변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함박눈은 쉬 녹고, 축복이 오래 가지 않음은 부동산시장에만 있는 진리라는 사실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기록한 몇 가지는 봄이 오면 부동산시장이 움직이거나 머뭇거릴 징조들입니다. 약간의 시차와 상황에 변화는 있겠지만, 흑룡이 이무기로 변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소용돌이치는 물위에는 거품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거품 밑에는 고기도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1. 현실을 직시해야 돈을 벌 수 있다.
누가 전세나 월세를 살고 싶어서 살겠습니까마는 전・월세 살이를 오래 하는 일은 언 땅에 씨를 뿌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좋아도 남는 게 없고, 싫어도 손해 볼 일 없으니 그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무튼 지난해와 같은 폭등은 없을 것입니다.
다시 전・월세를 계속해야 된다면 빨리 파주, 김포, 청라, 영종, 수원, 용인을 보시는 게 옳다고 봅니다. 현재 전국에서 입주분쟁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고, 입주물량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싼 가격으로 전・월세를 구할 수 있습니다. 모두 새 아파트들이고 등기 치면서 들어갈 곳들입니다.
교통 면에서는 국철 1호선 안양, 수원, 오산 라인이나 비교적 교통이 좋은 한강신도시를 살펴보십시오. 강남이 가까운 곳은 용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水ONE(원)이라 말하고, 龍IN(인)이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금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전국적으로 17만 가구가 채 못 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값이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2. 눈치가 빠르면 산사에 가서도 젓갈 얻어먹는다.
유럽의 위기상황은 이쑤시개처럼 백해무익한 것입니다아~ 이게 언제 끝날지 아리송합니다 이잉~ 미국과 중국의 경제에도 위축의 변수가 있어서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악재가 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웃 부잣집에 풍년이 들기만을 바랄 수밖에요.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제침체 극복 여부는 우리의 대외수출입 환경과 자산시장, 소비심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정부는 올 경제전망을 상저하고(上底下高)로 예상하고, 경제운용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유럽과 미국, 중국이 어렵게 되면 우리나라는 비 오는 날 세차하는 꼴이 되지만, 그와 반대라면 큰 풍년이 오게 됩니다.
이러나저러나 지방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풍부한 유동성을 앞세워 꾸준한 거래가 이어질 것입니다. 단, 앞으로는 시세상승이 약하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3월까지 발표될 유로존 경제해법을 잘 지켜보시면 금년의 부동산시장을 손쉽게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때를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
4월과 12월, 2번에 있을 총선과 대선은 부동산시장으로 봤을 때 호재면 호재였지 악지는 되지 아니합니다. 선거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통화량 증가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개발공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2002년이나 2007년도 선거 때는 거의 영향이 없었습니다. 통화량만 증가했을 뿐,
금년 선거는 개발공약은 좀처럼 내놓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허풍공약이 많았기에 국민들이 호응하지 않습니다. 복지가 선거 화두인 만큼 부동산에 큰 영향을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나, 필승을 노리는 정치권 생리상 몇 가지 남아있는 규제완화가 도마에 오를 것이고, 이는 시장잠재력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재건축과 뉴타운 문제만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건축과 뉴타운에 희소가치가 생겨나고, 급증한 유동성과 수급 불균형, 경제회복이 가세한다면 시장은 예상 외로 달아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달 중순 발표예정인 뉴타운 정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4. 물량 부족하면 돈줄 늘어난다.
올해 새로 준공되는 주택은 대략 34만 가구 정도 됩니다. 아파트가 17만여 가구, 나머지는 다세대 등 도시형생활주택으로서 17만여 가구 정도 됩니다. 분가 수요 14만, 멸실주택에 따른 수요 10만정도, 경기 여부에 따른 유동수요 10만 정도로 잡는다면 대략 수급이 일치합니다.
아파트는 지난 2008년 30만8000가구가 공급될 정도로 풍성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줄어 지난해에는 21만 4000가구, 올해는 17만 가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2인 가구는 남아돌고 3~4인 가구는 자칫 집 찾아 피난길을 떠날 수 있습니다. 결국 물량이 부족하면 돈줄이 늘어나게 됩니다.
아파트 수급에 유형별 부족분이 생긴 일도 문제지만 각 지역별 수급도 문제입니다. 서울은 지난해 절반인 1만9000여 가구 수준에 그쳐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큽니다. 1월 서울 입주물량이 겨우 150가구 정도라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지요. 어디는 얼어 죽고, 어디는 더워 죽는 일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창원, 부산 등 일부 지방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부의 사람들은 이제 부동산은 한계점에 와있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한계라고 생각했을 때 도전은 시작된다는 논리를 펴고 싶습니다. 어쩌면 부동산시장은 지금까지가 아니고 지금부터인지도 모릅니다. 요즘 새 아파트 입주 못해 애태우시는 분들 많습니다. 그러나 시련을 겪은 단풍이 더 곱다는 사실도 잊지 마십시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 매니저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