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은 은행과 건설사간의 업무협약에 의해 이루어진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먼저 계약금 10~20%는 한 장짜리 수표로 끊어 지참 지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계약 후 중도금은 3개월 단위로 나누어 지정된 건설사의 계좌에 현금으로 입금했습니다.
3개월마다 현금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아파트 분양 근처에 가지도 못했었지요. 돈을 쌓아놓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몇 개월마다 몇 천만 원의 돈을 부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분양받은 사람들을 부러워했었고, 축하도 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요즘은 아파트나 상가, 오피스텔을 계약할 때 적건 많건 건설사에서 지정해준 계좌로 우선 계약금만 입금합니다. 며칠이 지나면 건설사에서는 은행을 지정해 주면서 중도금 대출 자서를 하라는 안내를 하게 되고, 수분양자들은 각자 해당 은행으로 가거나 현장에 나와 있는 은행직원에게 대출자서(채무자가 대출서류를 작성하고 서명하는 일)를 해 줍니다.
이 중도금 대출은 건설사와 은행의 업무협약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건설사가 분양을 하고 수분양자가 대출 자서를 하면 돈은 3~4개월 단위로 은행에서 바로 건설사에 지급한다는 약정인 것입니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건설사에 지급하는 형식이라고 봐야지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올 때 다르고, 갈 때 다르게 됩니다. 분양받을 때보다 입주 때 아파트 값이 최소한 그대로 있거나 올라주었으면 좋으련만 크게 내려있다면 마음이 달라질 수밖에요.
[[중도금 대출에 있어서 채권자와 채무자, 그리고 보증인]]
중도금 대출제도는 돈 없는 사람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제도입니다. 그러나 “외상이면 양잿물도 마신다.” 는 말처럼 나중에야 삼수갑산을 갈망정 무작정 분양을 받고나서 입주 때 해결책이 없게 되면 애를 태우게 되는 것입니다.
대출금은 입주 때 잔금대출로 전환하는 방법과 변제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으나 입주 때부터 변제할 때까지의 이자는 수분양자인 채무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만일 잔금 무렵에 수분양자가 개인적으로 사정이 생겨서 그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연체하거나 변제하지 못 할 수가 있습니다. 대출금 상환불능이거나 이자연체, 잔금대출로 전환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르게 된다면 은행은 어찌해야 할까요?
그럴 일을 대비해서 대출을 일으킬 때 시행사와 시공사는 수분양자 측에 사고가 생기면 수분양자를 대신해서 그 대출금을 변제하기로 보증을 서는 것입니다. 일반 금전거래처럼 채권자는 은행이고, 채무자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며 보증인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된다는 뜻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중도금대출은 수분양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은행은 건설사에 돈 장사를 하는 것이고, 건설사는 그 돈으로 집을 지어 돈을 버는 상생의 관계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수분양자들도 중도금 없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고,
[[삼각관계에서 한쪽이 능력이 없게 되면]]
삼각관계는 사랑에만 있는 게 아니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도 있습니다. 삼각관계에서는 세 사람이 싸워 이기는 쪽끼리 결혼을 합니다. 중도금 대출도 건설사, 은행, 수분양자가 싸워야 하는데 이기는 쪽이 승리를 하게 됩니다.
은행이 이겨서 돈을 건설사로부터 회수하게 되면 건설사와 수분양자는 패자끼리 싸워야 하고 건설사가 이기면 수분양자는 울면서라도 입주를 해야 합니다. 수분양자가 이기면 계약을 해제하고 빠져 나오거나 분양가를 할인받고 입주하게 되겠지요.
만일 수분양자가 건설사를 이겼는데 건설사가 망해버렸다면 어찌될까요? 이럴 때 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아파트 공매처리해서 대출금을 회수하는 길 외에 달리 길이 없게 됩니다. 싸움에서 이긴 수분양자도 계약금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 할 것입니다.
싸움이 시작되면 은행과 건설사는 한 패가 되어 수분양자들과 싸우게 됩니다. 은행과 건설사는 법대로, 원칙대로 하지 않고 협박하기를 좋아합니다. 은행에서는 신용상・재산상 불리함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고, 건설사에서는 연체이자가 수천만 원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합니다.
[[약도 되고 독도 되는 중도금 대출]]
중도금 대출제도는 건설사, 은행, 수분양자 모두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렇게 분양시장에서 약이 돼왔던 중도금 대출일지라도 부동산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 이게 곳곳에서 독이 되어 수분양자들의 목줄을 죄게 됩니다. 자기 집이 안 팔리기 때문에 묘안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재무구조가 좋은 회사들은 일단 중도금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하고 나머지 잔금 30% 정도는 3년 후에 내라는 곳도 있지만 영세 건설사들은 그럴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죽으나 사나 수분양자들이 입주해 주기만을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분양자들은 계약금을 포기하고라도 이를 팔거나 계약을 해제하고 싶지만 살 사람도 없고, 해제도 받아주지 아니하므로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입주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내지 않게 되거나 오랜 기간 입주하지 않으면 은행에서 늘 협박성 문자가 오게 되고 통고서가 옵니다.
어떤 통고서인지 아십니까? 본적지 시, 구, 읍, 면, 동사무소에 비치된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재를 신청하고, 법원에 재산목록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신청하고, 전문적으로 연체대출을 관리하는 부서로 이관하고, 재산에 가압류 등 법적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등의 내용으로서 보통사람들은 심장이 벌떡댑니다.
그러나 살던 집이 팔리지 않으려니와 워낙 값이 내려 설령 팔아봤자 가격차이가 너무 커서 새 아파트로 입주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르게 되면 삼각관계는 피해가 커지게 됩니다. 입주 1년이 지났어도 뾰쪽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는 입주 절반을 채우지 못한 채 불 꺼진 아파트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입주를 하지 못하면 피가 마릅니다. 마지못해 이자를 내면서 버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자를 내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뾰쪽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계약해제가 되거나 부동산시장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며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아파트 품질입니다. 아파트가 잘 지어진 단지는 입주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런대로 조용하게 입주가 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거나 당초 분양조건과 맞지 않게 지어진 아파트는 모두가 입주거부를 하게 됩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중도금대출에 대한 삼각관계는 꾸준히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파트 품질이 좋았건 나빴건 입주분쟁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입주 끝난 지 2년이 됐어도 해결되지 않은 곳도 있고, 입주 중이거나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도 수분양자들과 건설사들은 한 치의 양보가 없는 눈치작전과 법적싸움을 펼치고 있습니다. 쉽게 계약이 해제되는 사람도 있지만 부동산까지 가압류 당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건설사, 아파트, 대출은행에 따라 모두 상황이 다릅니다. 요령껏 잘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 매니저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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