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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이 바뀔 때는 백약이 무효

요즘 정치는 굽지 않은 질그릇 같고, 경제는 모래로 된 기슭 같으며 부동산은 날개 접은 까마귀와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게 전망할 수 없는 혼미한 시간들이 흘러갈 뿐입니다.

음력 섣달이 뉘엿뉘엿 지나갈 때마다 송곳니로 삶을 꽉 깨물고 놓지 않으려는 서민들의 애환을 알아 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해나 저 해나 좀더 나아질 것을 기대해 봤지만 이번 설 명절도 유난히 옆구리가 시릴 것 같습니다.

신세대 정치판이 기성세대를 밀어내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경제는 당분간 유럽재정위기를 관망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정치나 경제나 부동산이나 스트레스만 쌓인 채 못다 이룬 숙제는 오직 붙잡을 수 없는 세월에 부탁해야 할 판입니다.

죽 쑤어 식을 동안이 가장 어려운 법이기에 이 나라 99%가 모두 여기에 해당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것 하나 비전을 바랄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우리들은 폐농한 논에 다시 씨를 뿌린다는 마음으로 새살이 돋아나기를 또 기다릴 수밖에요.

금년은 선거의 해입니다.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도 바로 서고, 부동산도 바로 서게 되겠지요.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물에 자신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라는 겸허함을 뜻합니다. 모든 정치인들 고뇌하는 한 해가 되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땅을 중시하는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아파트를 중시하는 나라로 변했고, 지금은 아파트 난간에 매달려서 오도 가도 못한 사람들과 건설 회사들이 줄초상을 당할 지경에 있습니다. 안 팔려서 부채를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해는 다시 떠서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부동산시장은 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일까요? 정치도 바뀌고, 경제도 바뀌고, 부동산도 바뀌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물결이 바뀔 때는 백약이 무효라고 하더군요. 모두가 바뀌게 되면 차츰 좋아질 것이고, 진통이 끝나면 옥동자도 태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다 어렵다고 합니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살맛난다는 사람은 구경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살아남는 사람은 승승장구 합니다. 이럴 때 살아남는 정치인, 이럴 때 발전하는 경제, 이럴 때 잘 견디는 투자자가 승리한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산순위 1%의 부자들은 각자 32억 정도의 부동산을 가졌다고 합니다. 99%의 나머지 사람들이 가진 부동산의 평균치보다 18배가 많다고 하는데 요즘 고생은 99%가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99%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살기가 좋아지면 지나간 위기를 잊고 살게 됩니다. 지난 3-4년부터 지금까지의 위기를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동안 이런 위기는 늘 올 것인즉, 나중에 돈주머니 풀리더라도 행여 잊지 마시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부동산은 꽃보다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독약처럼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 부동산은 물과 같은 것이어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합니다. 지방은 인플레로 몸살이고, 수도권은 디플레의 징조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성장은 투자와 소비가 회복됐을 때 가능한 일인데 투자와 소비는 아직도 엄동설한입니다.

그러나 최악의 고비는 이미 넘겼고, 이제는 몸을 사리던 뭉칫돈이 갈 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식시장을 보십시오. 경제가 살아나서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고 넘쳐나는 돈이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락내리락 시소게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99%는 대부분 부동산에 손해를 보고 있을 겁니다. 손해를 잘 감당해 내는 사람이 진정한 투자자가 아닐는지요? 입춘도 이제 2주 남짓 남았습니다. 꽃은 양지쪽부터 핍니다. 제비가 올지 까치새끼가 올지 모르겠습니다만 뭐가 오던지 오기는 올 것입니다.

수컷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남자가 매력이 있고, 암컷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여자가 미인이듯이 부동산은 좋은 자리에서 값싼 놈이 칭찬을 받게 됩니다. 가을비 뒤에 낙엽 떨어지고, 봄비 뒤에 새싹 돋아납니다. 영원한 패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난 4년 좋은 경험을 얻으셨다면 이제는 경험으로 승부하십시오. 즐거운 설 명절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 매니저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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