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부지 앞에 횡단보도가 하나만 있다고 해서 상가를 분양받았는데 부근에 또 하나가 생겼다면 분양계약 취소사유가 될까? 상가와 횡단보도는 영업상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 문제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토지공사 직원이 상가 부지를 분양하면서 “상가부지 인근에만 횡단보도가 설치된다.”고 설명했으나 계약 후 인근에 또다시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유동인구가 분산될 처지에 이르렀다면 수분양자는 착오를 이유로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 10부(재판장 유남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2012.1.27. “갑”이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낸 10억여 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항소심(2011나 47956)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갑이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다른 횡단보도 설치를 위한 전기 등 기초공사까지 완료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착오의 계기를 제공한 원인이 공사측에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사의 분약계약 담당자도 횡단보도 설치 계획에 관해 갑과 동일한 착오에 빠져 있었다면, 갑의 착오는 매매계약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의 대상인 상가부지는 공사가 시행하는 택지개발사업지역 내의 토지로서 횡단보도는 공사가 관할 경찰서와의 협의 등을 거쳐 행하는 실시계획 중 교통영향분석. 개선대책 수립 내용에 의해 정해진다.”며 “갑으로서는 공사의 분양담당 직원에게 확인을 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점 등에 비춰보면 갑이 관할 경찰서에 확인하지 않았어도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 붙였다.
갑은 2009년 8월 오산시 세교 1지구 상가부지 두 곳에 대해 10억 원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공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상가부지 건너편에는 1023세대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고, 공사가 제공한 도면에는 갑이 분양받은 상가부지 인근에만 횡단보도가 설치된다고 표시돼 있었다.
상가부지는 아파트단지 주출입구에서 87미터나 떨어져 있었지만, 주출입구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공사 분양담당직원의 말을 믿고 계약한 것이다. 이후 주출입구에도 횡단보도가 설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갑은 소송을 냈으나 1심 재판부는 토지공사의 손을 들었었다.
1심 재판부의 판결내용은 갑이 횡단보도의 설치여부를 분양계약의 중요부분으로 여겼다면 관할 경찰서 등 관계기관에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일 텐데 갑은 그러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상가 앞의 횡단보도를 두고 서로 이를 유치하려는 일이 많고, 영업에도 큰 영향을 받는 일이므로 앞으로 지켜봐야 할 판결이 될 것이다.
윤정웅 내집마련아카데미 매니저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법무법인 세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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