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의 실정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예로부터 효도는 만사의 근원이요, 부동산은 경제의 주춧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부모와 자식은 서로 짐이 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세상으로 바뀌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은 있어도 짐이 되고, 없어도 짐이 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외쳤던 선진화는 어디로 갔으며 7·4·7(연7%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공약은 어디로 갔을까요? 물론 세계적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에 휘둘려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백번 이해를 하지만 서민들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은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여당은 처음부터 두 패로 갈라져서 한쪽에서는 모른 채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회전문 인사를 하다가 말년에는 도덕마저 해이되어 줄줄이 감옥으로 가고 있음이 안타깝습니다. 모른 채했던 한쪽은 지난 4년 내내 다음 대권에만 뜻을 두다 이제 때가 되었는지 모두 나타나서 과거청산을 외치고 있습니다.
잘못한 지난 일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정치인들은 마치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 양 하지만 여·야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 아닐는지요? 지난 국회 의정사를 돌아봤을 때 자신들에게 이(利)와 표(票)가 따르는 일 한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여·야가 한 마음이 되어 웃으면서 처리했던 일이 전혀 없었음을 새삼 말해 무엇 하겠는지요.
의사당에 쇠톱과 햄머, 최류탄이 등장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임기 내내 장외투쟁을 하거나 노동자, 농민, 학생들 데모하는 자리에 앞장 서는 일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여·야가 똑같이 국민행복을 외치고 있지만, 어쩐지 1회성 공약인 것 같기도 하고, 듣기에도 거북할 뿐입니다.
[[서민들 자산이 반 토막 된 이유]]
서민들 자산이 반 토막 된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 4~5년 내내 부동산 값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값이 올라도 시원찮을 판에 값이 내린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물가는 40%가 올랐는데 거꾸로 부동산은 40%가 내렸다면 자산은 반 토막이 났다고 볼 수밖에요.
정부에서는 부자정당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강남을 주목해 왔고, 지금까지 대출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지만 여·야 모두 뭐 묻은 막대기라도 된 듯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 바람에 건설 회사들은 줄줄이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신청이 돼버렸고…
지난 4년 동안 정부에서 내놓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은 수십 회나 되고 뒤죽박죽이 되어 뭐가 뭔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있었습니다.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 뒤따라 나오는 게 있었거든요. 보금자리 분양계획이었습니다. 주택시장에는 100원짜리 약을 주고, 며칠 후 500원짜리 병을 준 셈이지요.
결국 주택시장은 무너지게 되었고, 토지시장까지 따라서 무너지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1년 후 이 정권이 물러나게 될 때 이 말은 꼭 할 것입니다. “부동산시장은 확실하게 잡았다”고… 그러나 잡은 것은 부동산시장이 아니라 서민들의 발목이었고, 노후를 버리게 된 노인들의 희망이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물론, 여·야는 현재의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값은 고사하고 거래가 두절되어 있기 때문에 매도를 원하는 사람들은 빚을 갚지 못하여 모두 파산 직전에 있습니다. 새 아파트들은 입주가 되지 아니하여 다 지어놓고도 망하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막힌 사정을 모른 채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정치인들은 빨리 부동산을 품어라]]
2011년 지방자치단체 보권선거의 결과를 기억하시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부동산시장이 움직이는 곳은 여당이 이겼습니다. 하지만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곳은 야당이 이겼습니다. 야당이 예뻐서 찍어준 게 아니라 여당은 정신 차리라는 의미였으나 아직도 눈치를 못 채고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여·여가 한 목소리로 무상이라는 구호는 외치고 있어도 부동산 어쩌자는 말은 왜 하지 않으려고 할까요? 국민들은 숟가락으로 밥을 떴을 때 밥 위에 김치 얹어주는 사람을 좋아 합니다. 정치인이라면 이런 어려운 때 김치는 얹어주지 못할망정 국민들이 스스로 일궈놓은 재산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부동산을 품어 줘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소비심리가 최하이고, 제조업 경기지수도 최하입니다. 마치 마른 땅과 같아서 싹이 나올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자 서민들은 2금융권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고, 아파트 거래는 밧줄로 꽁꽁 묶여 있습니다. 한 마디로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입니다.
서울의 뉴타운과 재건축은 혼란에 빠져 갈 길이 보이지 않고, 경매시장에서는 낙찰가가 60%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가 막혀 웃어야 할지? 서러워서 울어야 할지? 경기 서북부로 가 볼까요. 파주 쪽은 얼어있고, 김포 쪽은 눈에 덮여 있습니다. 송도는 찡그리고, 청라는 훌쩍이고, 영종은 울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시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부동산으로서는 분명 변곡점인데 그 기간이 유난히도 지루하게 느껴지고 정책방향마저 빗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의 끝과 인생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팔자가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무슨 일을 하다보면 그냥 보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부동산은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가 아닐는지요?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선거판에 본격적인 싸움이 일어나면 부동산에 관한 공약들이 나올 것이고, 장롱에 쌓여 있는 돈이 “준비 땅~” 하게 되면 기적이 울릴 것입니다. 기적이 울리면 부동산 열차도 움직이게 되겠지요.
윤정웅 내집마련 아카데미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나는 부동산이다”저자
수원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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