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둘 때 중앙부터 착점하는 프로기사는 없다. 귀에서 시작하여 변으로, 중앙으로 나아가는 것이 순리다. 중앙 경영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한때 중원을 중시하는 포석을 전개한다 해서 ‘바보 다케미야’라고 불렸던 다케미야 마사키 9단도 일단 귀부터 착점하여 변에서 중원으로 항로를 모색해 나갔다.
이마트의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이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한 홈플러스도 시작은 지방에서부터 했다.
서울에서는 이마트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니까 대구나 부산 등에서 입지를 구축한 뒤 서서히 서울로 진출한 것이다. 그 결과 불과 13년 만에 125개의 대형할인점을 보유한 대기업이 되었다.
중앙이 크고 값지다고 해서 프로기사나 홈플러스가 처음부터 중앙을 먹자고 덤벼들었다면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아마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울 줄 모르는 꼴이 되지 않았을까. 바둑에서 ‘아생연후살타’(내가 산 후 남을 죽인다)란 격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한신도 훗날을 위해 동네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착실히 기반을 쌓았다가 힘을 기른 뒤 중원에 도전하는 것이 순리다. 이른바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의 논리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자금이 적으면 지방에서 힘을 쌓았다가 나중에 서울로 진출하는 것이 쉽고 성공의 정도다. 서울 사람이라면 강남이나 용산 등에 도전하기 전에 강북이나 서울 변두리에서 출발해서 땅값이 비싼 노른자위로 가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비결이다.
내 집 마련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고 싶은 아파트가 강남에 있다고 해서 자금이 모자라는데 대출을 잔뜩 받아 구입하게 되면 이자 갚느라 생활은 엉망이 된다. 과거에는 집값이 많이 올라 대출 이자를 상쇄하고도 남았지만 요즘에는 집값이 떨어져 하우스푸어의 고통을 절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원하는 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가 없다. 돈을 모으는 속도에 비해 화폐가치가 추락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1년 간 1억씩 5년 간 5억을 모았다고 해도 물가상승률(연 4% 정도)을 감안하면 1억은 허공으로 증발하게 된다. 아파트 가격은 떨어진 화폐가치만큼은 오르기 때문에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고, 평생 하우스리스푸어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목표로 하는 지역의 아파트가 비싸고, 원하는 평형을 구입할 돈이 모자랄 때는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내 자금 규모에 맞는 주택을 구입한 뒤 차후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내 집을 불리는 방법으로 재테크를 하라고 3년 보유만 하면 1주택을 비과세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강남이나 도심 등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3년 내지 5년 후 지가가 상승할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지가가 상승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거주하면 강남이나 도심 등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착수소국을 하더라도 핵심 지역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듯이 아무리 귀나 변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똘똘한 놈을 잘 골라야 한다.
서울을 2030년까지 개발할 마스터플랜이 담긴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을 3핵 3부핵 13거점으로 발전시킨다고 한다.
3핵은 도심, 강남, 영등포·여의도이고 3부핵은 용산, 상암·수색, 왕십리·청량리이다. 따라서 영등포나 여의도, 상암이나 수색, 왕십리나 청량리 지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미래가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자금이 좀 더 부족하다면 13거점에서 출발하는 것도 상책이다. 시간은 다소 더 걸리겠지만 이곳 역시 미래가치가 우수하므로 지가 상승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망우, 창동·상계, 연신내․불광, 마곡, 대림․가리봉, 사당․남현, 문정․장지, 천호․길동, 미아, 신촌, 공덕, 목동, 잠실이 바로 13거점이다.
서울을 3핵 3부핵 13거점으로 재편하는 이유는 대도시권 차원의 다핵연계형 공간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서울 같은 대도시는 워낙 인구가 많기 때문에 한곳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지역으로 기능을 분산해야 시민이 살기 편한 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심이나 강남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13거점에서 출발해도 지가 상승에 의해 자연스럽게 더 좋은 지역으로의 진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3핵 3부핵 13거점의 공간구조는 서울시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인프라, 즉 교통, 편의시설, 학교, 녹지공간 등을 만들어 땅값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므로 실행 가능한 사업이다.
역이 생기거나 백화점,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땅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땅값을 올리기 힘든 형편에 서울시가 알아서 땅값을 올려주겠다는 정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을 잘 선택했으면 그 다음은 주택을 잘 구입해야 한다. 돈이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형편에 맞춰서 구입해야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는 더 침체될 것이 분명하고 집값도 하향안정세를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
눈을 조금 낮춰서 형평에 맞는 평형을 구입해 차츰 평형을 늘려나가는 것이 현명한 재테크 방법이다.
아파트를 살 돈이 되지 않으면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의 다세대나 연립주택을 구입해 거주하면서 향후 추가부담금을 내고 새 아파트를 분양 받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유력한 방법이다. 거주할 형편이 되지 못하면 전세를 끼고 구입해 놓았다가 나중에 입주하면 된다.
요즘은 주택 경기가 좋지 않아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다보면 의외로 싼 매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박원순 시장의 신정책구상으로 뉴타운 지분은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사업성도 좋은 곳의 지분 값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 잘 구입하면 투자 대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중원을 지배하는 자가 천하를 제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원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서 중원으로 진출해야 한다. 지금 같은 혼란기가 바로 중원 지배를 위한 출발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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