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끝났다는 말 하지 마라

부동산시장과 고속도로 화장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 중앙일보조인스랜드 | 윤정웅 | 입력2012.03.02 16:35

이른 봄 날씨는 아지랑이가 피어도 진눈깨비가 내린다. 부동산시장은 마치 짓궂은 봄 날씨 같은 것이어서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뒤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세월이기 때문에 싫어도 봄은 오고 말 것이다. 머지않아 부동산시장에 봄이 온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 조금만 거들어 준다면 봄이 빨리 올 것도 같은데 제 밥그릇 챙기시느라 정신이 없고, 허튼 소리 했다가 표 잃을까봐 눈치만 슬슬 살피는 형국이다. 불평과 불만이 툭툭 튀어 나오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수밖에…

허구한 날 가계부채 소리 이젠 듣기도 지겹고, 유럽 ․ 미국 ․ 중국 등 경제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신물이 난다. 바람난 과수댁은 핑계가 많다. 우리나라 경제사정은 핑계 뒤범벅이다. 홀딱 반한 홀아비 호주머니 사정에 따라 과수댁 팔자가 뒤바뀌는 모양새가 바로 우리나라 경제사정이리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으로 죽은 청년의 수가 30만 명이었는데 그들의 부모와 아내들은 시름이 깊어 100만 명이 심장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300명의 국회의원선거 때문에 3000만 명의 유주택자들이 심장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꼴이다.

요즘은 특히 정부가 새가슴임을 느끼고 있다. DTI해제는 어디로 갔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어디로 갔을까?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면 뭐 마려운 강아지 울타리 뜯듯 그때는 급하겠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 사랑이 다시 오던가? 한 번 가버린 민심은 돌이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느 선비와 사공이 주고받는 말이다.

선비 - 글을 지을 줄 아는가?
사공 - 모릅니다.
선비 - 그럼 글을 읽을 줄은 아는가?
사공 - 전혀 모릅니다요.
선비 - (안타까운 듯) 쯔쯧, 목숨만 붙어있을 뿐이로군.
사공 - 선비님께서는 노를 저을 줄 아십니까?
선비 - 모르네.
사공 - 헤엄칠 줄 아십니까?
선비 - 전혀 모르네.
사공 - 죽은 목숨이로군요.
선비 - (…… ?)
사공 - 지금 선비님께서 타고 계신 이 나룻배를 한 번 뒤집어 볼까요?
선비 - (깜짝 놀라면서) 에키 이 사람아! … 미안하이 내가 잘못했네.

사공이 배를 뒤집으면 선비는 죽게 된다. 그러나 사공은 헤엄을 치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정부는 1년이 채 남지 않았고, 선거의 판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글 모르는 사공을 무시하지 마시라. 언제든지 배를 뒤집을 오기가 있음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집을 팔아야 할 유주택자들과 미분양을 안고 있는 건설회사들은 고속도로에서 화장실이 급해 휴게소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심정이지만 부동산시장은 냉정하기만 하다. 부동산을 사야 할 분들은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다. 혹여 더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시는가? 화장실 다녀오면 마음이 변하는 게 세상사 이치인데도?

부동산은 100만 원이나 200만 원으로 오르고 내리지 않는다. 시원찮게 꽃이 피는 봄일지라도 시장이 움직이게 되면 1000만 원, 2000만 원 단위로 오름폭이 있게 된다. 잠깐 사이에 돈을 더 주게 되면 매수인으로서는 그만큼 손해가 아니겠는가. 그럴 리 없다고 하겠지만 그럴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부동산을 사려면 돈 남을 부동산을 사야 한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돈 놓고 돈 먹기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투기가 아니라도 돈 남아 싫다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부동산시장 끝났다는 말도 하지 마시라. 그러다가 또 후회하는 일 있을 것이니,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현장이 바로 부동산시장이다. 자기 자본과 자기 형편에 맞춰 자기 욕심을 채우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뜻이다. 값이 너무 싸다고 돈 더 얹어주는 매수인 있던가? 남이 싸게 팔고 돌아서서 울 때, 나는 웃어야 하는 곳이 부동산시장인 것이다.

아무렇게나 덜컥 사도 돈을 버는 사람이 있고, 까다롭게 골라 사도 손해 보는 사람이 있다. 돈 버는 부동산을 사게 되면 인연이 좋았다고 하시겠지. 지금 같은 시절에 부동산 인연을 맞추지 못하면 언제 맞추겠는가? 남녀 간의 인연은 중매쟁이가 맺어 주지만 부동산 인연은 스스로 맺어야 한다. 부동산의 옷고름을 묶고 인연을 찾아 보시라.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