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분쟁의 여러 가지 이유]]
지금 지방 몇 곳을 비롯해서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새 아파트들의 입주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입주가 끝난 지 1년이나 2년 된 아파트들도 있지만, 입주 6개월을 앞둔 단지들도 품질이나 가격을 문제 삼아 건설 회사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입주분쟁은 주로 가격을 할인해 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부동산시장이 침체되어 기존주택가격이 내렸기 때문에 새 아파트도 가격을 내려달라는 요구겠지요. 건설 회사들로서는 피를 뽑아내는 심정이겠지만 20-30%까지 할인을 해주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살고 있는 주택이 팔리지 않거나 팔아봤자 값이 내려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계약금을 포기하고라도 입주할 수 없다는 수분양자들입니다. 순전히 분양권전매만을 목적으로 분양받았던 수분양자들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는데 이 분들에게는 값을 깎아줘도 입주는 불가능합니다.
셋째는 분양광고 내용과 품질이 다르다는 이유입니다. 분양 때에는 전철역도 나왔고 좋은 인프라도 나왔으나 입주 때는 허허벌판에 덜렁 아파트만 지어놨기 때문에 입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대광고를 문제 삼아 계약해제소송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주로 신도시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시행사와 시공사가 워크아웃 되거나 기업회생신청이 되면 브랜드 가치 하락을 문제 삼거나 공사가 중단된 일이 있게 되면 입주거부 운동이 일어납니다. 부실시공, 저급자재사용, 구조변경 등은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데 이런 부분은 재판과정에서 현장검증으로 밝혀야 합니다.
[[부동산 침체기의 계약해제는 어려운 일]]
아파트가 잘 지어졌건 잘못 지어졌건 일단 준공은 납니다. 준공은 건축법상 요건만 갖추면 되기 때문입니다. 견본주택에는 대리석 타일이었지만 준공 때 원목마루라 해도 그런 점은 준공에 문제되지 않습니다. 수분양자들은 준공을 막으려고 애를 쓰지만 시일만 늦어질 뿐 결국 준공은 나게 됩니다.
입주 쪽으로 가닥을 잡은 수분양자들은 값이 할인 되거나 품질이 엎그레이드 되기를 원하지만 입주 불가능인 수분양자들은 분양권을 팔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 분양권 시장은 계약금 포기하고 몇 천만 원을 얹어줘야 거래가 되기 때문에 돈 없는 서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입주가 다가오면 최소한 6개월 전부터 입주 계획을 세워야 하고 입주불능일 때에는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입주를 할 수 없음에도 막연히 분양권으로 팔겠다, 시세가 오르겠지 하다가 입주를 맞게 되면 은행과 건설 회사의 독촉에 시달려 편히 잠을 잘 수 없게 됩니다.
분양권으로 팔지 못하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강제해약을 당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데 중도금 대출금이 있게 되면 이것마저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건설 회사에서는 대출금을 은행에 반환해야 하니까요.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분양건물의 계약해제는 중도금 대출이 끼게 되면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중도금을 단 한 번이라도 지불했거나 중도금, 잔금을 선납할인 받으신 분들도 계약해제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그물에 걸린 고기를 놔주는 어부는 있을지라도 중도금이나 잔금 일부까지 받은 건설 회사치고 돈 돌려주면서 계약해지나 해제를 해주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연체이자로 그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세월을 끌고 가게 됩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활성화 되고, 손해 없이 재분양이 가능하면 입주마감이 되자마자 여지없이 강제해약을 시켜 버립니다. 이럴 때 입주가 늦어지게 되면 미리 건설 회사에 통지를 보내어 입주가 늦어지게 된 사유를 들어 기다리게 해야 합니다. 물론, 연체이자는 붙습니다.
[[입주 불가능할 때 대처요령]]
분양권으로 팔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입주도 할 수 없을 때에는 미리 건설 회사에 불가능 사유를 통지해 줘야 합니다. 즉,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혹시 나중에 연체문제가 있을 때 왜 해제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느냐는 불리함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입주가 불가능 하신 분들은 대개 입주센타에 찾아가 분양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붙잡고 사정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계약해제가 될 리도 없고, 나중에 아무런 법적효과도 없게 됩니다. 꼭 정식으로 내용증명을 보내어 확실한 의사를 통보해야 하고, 그 후 해제가 됐다면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수분양자들이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재산과 봉급에 가압류가 되느냐? 신용불량자가 되느냐? 인데 재무구조가 좋은 건설 회사는 중도금 대출액을 대위변제하고 구상금 청구를 하지만 영세 건설사들은 대위변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해제도 하지 않고 재판도 걸지 않은 채 세월만 끌고 가는 수가 허다합니다.
설사 가압류가 되더라도 경매가 진행되거나 봉급을 빼앗아 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느긋하게 대처하면서 피해가 가장 적은 방법을 택하여 자유롭게 계약이 해제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건설 회사나 은행에서는 다급한 수분양자들의 처지를 이용하기도 하니까요.
자금계획상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하고, 그런 부분은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따라야 합니다. 아무 조치 없이 건설 회사의 처분만 바라보다는 2년 후 대출액과 잔금의 연체이자가 분양가를 웃돌 수 있음도 유념하실 일입니다.
앞으로 부동산 재테크는 폭탄 물량이 쏟아지는 곳은 일단 조심하고 볼 일입니다. 지금 5년째 부동산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서울과 수도권을 피해 광역시를 위주로 돌고 있습니다. 당분간 서울과 수도권의 입주분쟁은 계속될 터, 반 토막 된 부동산으로 손해보고, 입주 못해 크게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윤정웅 내집마련 아카데미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나는 부동산이다’ 저자
법무법인 세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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