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맞지 않는 복지확대 공약을 내세웠던 19대 총선이 막을 내렸습니다. 어느 쪽에 찍었건 이제 세금고지서를 받을 차례만 남았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역사의 소맷자락이 부디 가냘픈 우리들 살림살이에 악연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489달러이고 미국은 4만8000달러, 일본은 4만5700달러입니다. 아직은 국민소득으로 봤을 때 나눌만한 성장의 과실이 부족함에도 모두들 복지확대를 외쳤으니 사후처리를 어찌해야 할까요?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의 선거공약을 봤을 때, 또는 한국 진출을 모색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선거공약을 봤을 때,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사뭇 걱정됩니다. 복지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 쉬운 게 아닌데 말입니다.
무상복지공약은 많았지만 연탄불에 오징어 발 오그라지듯 다 오그라져서 굳어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집을 팔지 못해 환장하는 유주택자들은 하늘만 원망하고 있습니다. 하늘은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그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주자를 정점으로 다시 헤쳐보이기를 한 여당은 앞으로 잘 하겠다, 국민들에게 행복을 돌려 드리겠으니 믿어 달라는 2004년 총선의 판박이 선거전을 펼쳤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은 영영 돌아섰음이 표로 나타났습니다.
원인은 뭘까요? 이미 1-2년 전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났던 부동산 문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지요? 앞으로도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그런 고집은 이제 접어두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어찌어찌해서 과반의석은 확보했지만 그건 안정을 원하는 국민들의 선택일 뿐입니다. 부동산에 길이 뚫린 곳은 이겼고, 길이 막힌 곳은 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야당은 더 많이 이길 수 있었음에도 한미 FTA폐기, 한미동맹해제, 주한미군 철수, 제주 해군기지 중지 등 국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제나 외교문제를 송두리째 없애겠다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표를 깎아냈다고 볼 수 있고, 부동산 문제마저 외면하여 보수층을 여당으로 결집해 줘버렸습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어느 당이 더 좋으냐보다, 어느 당이 덜 나쁘냐에 따라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서로가 반타작이라는 나눠 먹기식의 선거가 돼버렸습니다. 이젠 여당 단독처리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의사당에 전기톱이나 최루탄이 안 나와도 되겠습니다.
후보자 공천에서부터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은 초상집 강아지 신세가 되어 허기진 배를 움켜쥔 채 골골대고 있습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는데 앞으로도 그럴까요? 12월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어느 당이건 적극적으로 이를 잇슈화하는 당이 나오겠지요.
그러나 이제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라는 말은 당치 않습니다. 부동산시장에 박혀있는 대못을 뽑아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첫째는, 서울과 수도권에 적용되는 DTI(총부채상환비율)해제요. 둘째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입니다. 셋째는, 다주택자 세금 중과 폐지. 넷째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입니다.
부동산시장에 위와 같은 올가미가 없어지면 시장은 제 기능대로 돌아가게 돼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부동산의 숨통을 죄어놓고 죽을 것 같으면 인공호흡을 시키는 등 수 십 번에 걸쳐 쇼를 해왔습니다. 이제 그런 장난은 그만 둘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보금자리주택으로 재미 좀 봤으면 그도 이젠 그만 둬야 하지 않을는지요? 집값은 40% 내려가 있고, 천지가 미분양이고, 곳곳에서 입주분쟁이 일어나거나 기존주택이 팔리지 아니하여 입주가 불가능인데 몇 년 기다리고, 몇 년 동안 팔지 못하는 보금자리에 미련을 가질리 만무합니다.
수도권에 훼손된 그린벨트는 어찌할까요? 이 문제는 꼭 책임소재를 가려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린벨트는 다시 복구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건설 회사들도 철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곳에 분양이 된다하면 보따리 싸 짊어지고 이곳저곳에 분양을 하지만 앞으로 신도시 좋아하고, 입지 잘못 골라 분양하면 수도권 서북부 어느 곳처럼 허허벌판에 집만 지어놓고, 사람이 오지 아니하여 쪽박을 찰 수 있습니다.
이 정부 들어 유주택자들은 모두 망했습니다. 돈은 잠시잠깐의 인연으로 자기 옆에 온다고 하지만 나라에서 부동산시장을 묶어 수억씩의 손해를 보게 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지요? 돈이 불어나도 시원찮을 판에 재산에 가위질을 당한다면 그 정부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예뻐서 찍어준 게 아닙니다. 두고 보십시오. 대선은 부동산 문제를 바로 잡는 정당이 승리할 것입니다. DTI해제하라고 하면 또 가계부채 거론하겠지요? 집이 팔리면 오히려 부채가 줄어든다는 경험이 없음이 문제입니다.
이 정부 남은 기간 부동산만은 원위치로 돌려놓기를 원합니다. 부동산의 속성을 모르겠거든 앞으로 국토해양부 장관은 중개업소 20년 운영하다 부동산으로 망한 사람 중에서,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농사 20년 짓다가 빚에 치어 망한 사람 중에서 뽑아 보세요. 답이 나올 것입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