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때 중도금은 대출금으로 지급하는 일이 일반화되었습니다. 돈이 있는 수분양자는 3~4개월마다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럴 수분양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지요. 아마 100명 중 한두 명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요즘은 중도금 대출제도가 있기 때문에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니 칼의 양날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신규분양의 중도금 대출과 입주 때 잔금으로 전환하는 대출비율이 워낙 높아서 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답니다.
서민들 입장에서 중도금 대출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지만 건설 회사들로서는 중도금 대출제도가 없다면 아파트를 분양할 수 없어 사업을 접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미분양이 되면 대출을 받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고, 부도가 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출에는 1금융권 대출이 있고, 2금융권 대출이 있습니다. 1금융권은 시중 은행을 말하는 것이고, 2금융권은 저축은행ㆍ신협ㆍ축협ㆍ새마을 금고ㆍ단위농협 등을 말합니다. 2금융권은 1금융권보다 이자가 다소 비싼 게 흠이기도 하지만 우선 건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2금융권도 이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건설 회사는 중도금 60%를 모두 1금융권에서 받지만, 어떤 회사들은 1금융권에서 40%나 50%를 받고, 나머지 10%나 20%를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도 합니다. 왜 건설회사에 따라 다를까요? 건설회사의 신용상의 문제 때문이겠지요. 여러분들도 신용에 따라 카드 사용액에 차이가 있듯이,
평소 자금력이 좋아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을 얻은 건설 회사들은 1금융권에서 고스란히 60%를 얻어 오지만 자금력이 부족하여 신용이 약한 건설 회사들은 1금융권에서 40%나 50%밖에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나머지 부분은 이자가 비싸더라도 2금융권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후순위로 대출을 해준 2금융권으로서는 부동산 경기가 원만할 때에는 염려가 없지만 요즘처럼 거래도 없고 시세가 내려갈 때에는 불안하게 됩니다. 입주가 순조롭지 않고 입주거부사태가 일어나면 자신들이 꾸어준 돈을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주가 순조롭지 못한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원초적 입주불능으로서 입주계획 없이 분양권으로 팔기 위해 분양받았다가 입주를 만나게 된 것이고, 둘째는 입주 불가능으로서 분양받은 후 형편이 어렵게 되어 입주할 수 없게 된 것이고, 셋째는 입주거부로서 지어진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분양 당시 광고내용과 다르게 지어지거나 품질이 낮아져서 입주에 시비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일단 준공이 떨어지면 수분양자들로서는 금융권이나 건설 회사에 꼼짝할 수 없음이 현실입니다. 설사 소송을 해서 법정에서 승패가 가려진다해도 그 기간동안 입주 독촉과 대출금 변제독촉을 받아야 하고, 乙이라는 입장과 채무자라는 입장을 벗어 날 수 없게 됩니다.
어떤 이유가 되건 입주지정기간에 입주를 하지 못하면 먼저 금융권에서 수분양자 재산에 가압류가 들어오는데 2금융권이 먼저 들어옵니다. 수분양자들이 소송에 이르게 되면 1금융권에서는 재판 확정 때까지 법적조치를 미루기도 하지만 2금융권은 인정사정없이 치고 들어옵니다.
2금융권 대출은 중도금 대출 마지막 회차에 받습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있게 되자 수분양자들은 마지막에 자서하는 2금융권 대출을 기피해 버리기도 합니다. 건설 회사들로서는 큰 타격을 받게 되겠지요. 자금줄이 끊어지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지금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수분양자들은 분양권으로 팔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살 사람은 없습니다. 계약금 포기하고 수 천만 원씩 웃돈을 얹어 주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팔리는 일은 거의 없음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분양권을 팔려면 마지막에 자서하는 2금융권 대출을 받아야 하거든요.
입주를 포기하려면 2금융권 대출을 받지 않음이 좋고, 분양권으로 팔려면 2금융권 대출을 받아야 할 처지라면 어찌해야 좋을까요? 그런데 현장 부근의 중개업소에서는 분양권으로 팔아줄 테니 2금융권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합니다. 그것도 웃돈 필요 없이 잘 팔아주겠다고 하면서…
순진한 수분양자들은 분양권으로 팔기 위해 2금융권 대출을 받은 후 중개업소에 팔아달라고 사정하지만 금방 팔아주겠다는 분양권은 팔릴 리가 없습니다. 수분양자들은 속았다고 서글픈 눈물을 흘립니다. 2금융권 대출을 받아야 숨을 쉬게 될 건설회사와 부근 중개업소간에 짜고 치는 고스톱에 속은 것일까요?
돈은 좋으나 돈에는 양심이 없음이 문제입니다. 입주불능, 입주 불가능, 입주 거부 등 문제는 부동산 재테크 노하우와 고도의 법률적 지식이 있어야 풀어갈 수 있는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중에 책임진다는 말 믿지 말고, 잘 팔아주겠다는 말도 믿지 마십시오.
부동산시장이 다소 회복된다 해도 지금 가지고 계신 분양권에 햇볕이 들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특히 입주가 쏟아지는 곳은 전세도 놓을 수 없게 될 터, 그리되면 2금융권과 먼저 싸우게 됩니다. 입주를 하지 못해 싸우는 전쟁에서 이기는 법이 뭔지 아십니까? 장기전에 능숙한 사람입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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