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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부동산대책 또 나왔다.


부동산대책의 내용과 향후 전망 등에 관해서는 이미 신문지상이나 인터넷 등 매체에서 수없이 거론되었던 일이므로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일일이 지적해서 글을 쓰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필자의 카페(다음-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에 오셔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야기 하나]]

필자에게는 오래 전 같이 동양철학을 공부를 했던 학식이 풍부한 친구 한 분이 계십니다. 약 15년 전쯤의 일입니다. 그 친구가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볼일을 보러 가는데 앞에 서있는 손님들 틈에 인품이 수려한 23세쯤 돼 보이는 처녀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역학에 도통한 친구인지라 무심코 그 처녀의 관상을 살펴보게 되었다는군요. 친구는 그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그 처녀의 관상이 국모(國母-왕비)의 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역학인이 일생에 국모의 관상을 발견하게 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인지라 혼자 흐뭇해 할 수밖에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처녀가 몸을 돌리는 순간 왼쪽 눈 밑에 검붉은 사마귀 3개가 아주 작은 모습으로 자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그 사마귀를 파내지 않으면 그 처녀는 왕비가 아니라, 오히려 창녀로 전락할 팔자를 가졌음을 뻔히 알고 있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친구는 전철 안에서 관상쟁이 노릇을 할 수도 없는 일인지라 혼자 애를 태우고 있을 수밖에요. 그러던 중 마침 친구의 옆자리 손님이 다음 역에서 내리려고 짐을 챙기며 일어서고 있더랍니다. 친구는 옳다! 이 자리로 처녀를 앉게 한 후 사마귀를 파내라는 말을 해줘야지, 하며 안심을 한 후 다음 역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 처녀는 그 자리에 앉지 않고 다음 역에서 내려버렸습니다. 아뿔싸! 친구는 아쉬움을 남긴 채 안타까움을 되새겨야 했고, 그로부터 많은 세월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넘어가버린 어느 날, 머리가 희끗해진 친구는 볼 일이 있어 어느 동네 골목을 거닐게 되었는데 그 골목은 집창촌이었습니다.

이때 터벅터벅 걸어가는 친구 앞을 막으면서 손을 잡는 가냘픈 여인네가 있었습니다. 친구는 영문을 몰라 그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여인은 바로 10년 전 전철 안에서 봤던 그 처녀였습니다. 그 처녀의 얼굴에는 더 굵어진 사마귀 2개가 그대로 자라고 있더랍니다. 세 개 중 하나는 없어졌고… 친구는 외쳤습니다. 얼굴에 사마귀를 파라, 사마귀를!

사람은 받을 복이 있어야 하고 기회를 잘 만나야 하는 법입니다. 지지리도 복이 없는 그 처녀, 10년 전 그 처녀가 한 정거장만 더 가면서 친구의 권고를 들었더라면 팔자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받을 복이 없으면 길을 가다가 금덩이를 보고도 돌덩이로 알고 발길로 차버리는 게 우리들의 팔자가 아닌가 합니다.

그동안 수 없이 쏟아졌던 부동산 대책~ 역시 큰 기대는 아니하였으나 집을 팔지 못해 애를 태우는 유주택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대책이나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대책은 없는 듯합니다. 그 처녀의 얼굴에 없어진 사마귀 하나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일 뿐이고,

그 여인네는 나머지 사마귀 2개가 문제이고, 부동산시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해제와 다주택자 문제가 아닐는지요? 물론, 가계부채 심각성 때문에 이를 풀지 못하는 정부의 심정은 백번 이해하지만 현재 침체된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이 두 가지 점을 파내지 않은 이상,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야기 둘]]

“유행가는 경상도요, 육자배기는 전라도”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옛날 필자의 고향 분들은 육자배기 한가락씩 할 줄 알았다는 기억이 납니다. 이웃에 사는 김씨 어른 집에서도 늘 북소리가 나고, 초청해 온 기생들이 돌아가면서 창(唱)을 불렀으니까요.

유난히 기생과 육자배기를 좋아했던 김씨 어른은 결국 가족만 남겨둔 채, 전답을 팔아 매월이라는 기생과 밤 보따리를 싸버렸습니다. 김씨 어른의 처는 불평 한 마디 없이 시어머니와 6남매를 부양해 왔고, 그 자녀 중에는 필자의 친구도 있었습니다.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을지언정 오죽이나 가난했겠습니까?

6년 후에 김씨 어른은 거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꿰매고 또 꿰맨 옷가지 몇 개를 싸들고 동네사람들 몰래 밤에 슬쩍 들어왔습니다. 불쌍하기 짝이 없는 김씨 처였지만, 아무 말 없이 그를 맞아 주었습니다. 6년 만에 돌아오면서 돈 한 푼 없는 거지로 왔다면 기가 막혔겠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돈 없는 문제보다도 더 큰 문제는 밤일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6년 동안 기생과 너무 즐기는 바람에 진액이 쏙 빠져 그랬을까요? 그래도 김씨 처는 불평이 없었고, 김씨가 건강해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이 마치 김씨와 김씨 처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형주택 보급을 비롯한 자질구레한 내용이나 전매제한 기간 완화 등은 김씨가 가지고 온 다 낡은 옷가지 일뿐이고, 밤일처럼 거래를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면 이건 불 꺼진 항구라는 것입니다.

6년 만에 찾아온 김씨처럼 6년 만에 DTI가 풀릴 것을 기대해 봤지만, 대책은 김씨 신세처럼 누더기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김씨가 건강해지고, 부동산시장이 건강해지기만을 기다려야 함은 김씨 처나 유주택자들이나 같은 입장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필자는 작년부터 금년 4월을 기다리라 했었고, 지난 2월에는 정치적인 사유로 4월에서 3-4개월 뒤로 미뤄야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 내용의 칼럼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비록 김씨 몸이 허약해졌을지라도 기다리는 김씨 처의 안타까운 마음을 봐서라도 김씨는 다시 건강해질 것이고, 유주택자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부동산시장의 회복도 강남과 강북을 거쳐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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