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은 2008년에 수도권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5억에 분양 받았습니다. 계약금은 5%를 걸었고, 중도금 중 50%는 제1금융권에서, 10%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실입주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어찌하던 살고 있는 주택 값이 내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이 5억에 팔리면 큰 빚 없이 이사하리라 믿었으나 살고 있는 주택은 3억5000만원이라도 구경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 값은 그대로 있고, 입주가 끝난 지 1년이 지났으나 甲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건설업체에서 살고 있는 주택에 가압류를 해버렸습니다. 무슨 구상금이라나요?
甲이 분양받은 아파트는 600가구 중 3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으나 나머지 300가구 중 200가구는 甲처럼 살던 집이 팔리지 않거나, 분양권으로 팔기 위해 분양받았던 사람들이 팔지를 못해 입주거부 상태에 있는 형편이고, 나머지 100가구는 아직도 미분양상태로 남아 있는 형편입니다.
甲은 더 이상 미룰 일도 아니고 “내가 저지른 일, 내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입주하기로 마음을 먹고, 살던 집의 매도계획과 전세계획을 세운 다음 부족한 자금마련의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아파트를 지은 건설업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는지 미분양 100세대에 대해 원분양가에서 30% 할인을 해서 재분양하기 시작했습니다.
甲은 옳다 됐다, 생각하고 건설업체를 찾아가 “입주를 하겠으니 재분양으로 생각하고 나에게도 30% 할인을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어차피 깎아 분양할 바엔 기왕 분양받은 나에게도 깎아 달라는 취지겠지요. 이럴 때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겠는지요? 가능한 일일까요? 불가능한 일일까요?
건설회사에서는 펄쩍 뛰면서 기존계약자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甲은 화가 나서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내 돈으로 아파트 지어놓고 늦게나마 입주하겠다고 하면 고맙게 생각하고 미분양처럼 깎아줘야 할 것이 아니냐?”고 항의를 해봤으나, 건설업체측은 턱도 없는 소리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甲은 소리쳤습니다. “내가 봉이냐? 이미 입주한 사람들도 줄 돈 다 주고 입주했는데 지금 분양받은 사람에게만 30%할인을 해주는 일이 공정거래라 할 수 있겠느냐? 맘대로 해라. 안 깎아 주면 기존 입주자들과 연대하여 불공정거래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건설업체측에서는 단, 이사비용 500만 원과 지금까지의 모든 이자는 탕감해 주겠다고 하면서 그 비용도 몇 천만 원이 되기 때문에 10% 할인을 받고 들어오는 계산이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甲은 “좋다! 그렇다면 내 계약은 계약금 10% 몰취하는 선에서 해제를 하고, 지금 다시 계약하자”고 하였던바, 건설회사에서는 그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甲은 기존 계약금 10%를 빼앗기고, 새로 30%를 할인 받아 계약하면 20%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존 계약자는 안 된다고 하니 어찌해야 할까요? 주택에 가압류가 돼있으니 끝까지 버티고 가더라도 위약금을 물어야 할 테니 말입니다.
甲은 끝까지 버티다가 건설회사에서 위약금 청구소송이 들어오면 법적대응을 할까, 이자 등을 탕감 받고 입주를 할까? 며칠 동안 고민을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30%할인분양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기존입주자 300여명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분양을 하지 못하도록 정문을 봉쇄해 버렸습니다.
기존입주자들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먼저 입주한 사람들은 줄 돈 다줬고, 나중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이사비용 지원 받고 이자 탕감 받고, 미분양 잡는 사람은 30%할인을 받는 다면 기존입주자들만 봉이란 말이냐? 라는 외침입니다.
그 아파트 현장은 현재 재분양이 중단되어 있습니다. 건설업체측에서는 아파트가 비어있는 것보다는 분양이 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설득이고, 입주자 측에서는 나중에 입주하는 사람들처럼 10%만이라도 돌려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비싸게 팔다가 나중에 싸게 파는 행위는 불공정거래라고 볼 수 있을까요? 판례는 불공정 거래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300여명의 기존 입주자들은 당초 광고와 다르게 지어진 부분과 단지 및 세대내의 하자를 원인삼아 손해배상청구 집단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바람에 건설업체는 워크아웃이 되어 사경을 해매고 있습니다. 고무줄 같은 아파트 분양가~ 과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갈수록 입주분쟁이 심해지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수도권이나 지방 일부도시의 미분양은 떨어질 만하면 건설업체들은 또 신규분양을 내놓기 때문에 아파트 시장은 눈물 마를 날이 없습니다. 내년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괜찮을까요?
지금 유럽은 그리스 디폴트로 인하여 세계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본병이 도지면 긴 병에 효자 없는 법인데 또 금년 내내 그리스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괴롭힐 것 같습니다.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유럽에는 그리스가 문제이고, 한국은 미분양과 입주분쟁이 문제입니다. 그리스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고, 한국의 주택시장도 지금처럼 얼어붙어 있는 이상,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입주분쟁은 계속될 터, 내년에도 이렇게 말하겠지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나는 부동산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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