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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해제에는 요령도 있어야

[[입주분쟁의 원인은 건설사ㆍ정부ㆍ수분양자 공동 책임]]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들어 온지 60년이 넘었지만, 입주 시기에 이르러 “들어오라, 못 들어간다”고 다투는 일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입주 시기에 새 아파트가 분양가를 밑도는 일이 거의 없었고, 미분양으로 애를 태우는 일도 극히 적었습니다.

그러던 아파트에 왜 입주분쟁이 일어나게 되었을까요? 필자는 입주분쟁의 원인으로서 첫 번째 원인은 건설업체에 있고, 두 번째 원인은 부동산 정책에 있으며, 세 번째 원인은 소비자인 수분양자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어느 누구의 책임만이 아니고 공동책임이라는 뜻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파트 값은 요즘 미니스커트처럼 살금살금 올라가기 시작했었지요. 그러자 계속 하늘까지 올라갈 줄 알았던 건설업체들은 2006년 초반부터 수도권에서 3.3㎡(1평)당 900만 원에 분양하던 것을 1600만 원까지 올려 분양을 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곧 평당 2000만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광고도 했었습니다.

분양물량은 막 쏟아져 나왔는데 마침 그럴 때 대출규제(DTI)가 심하여 일반 서민들은 6억 이상 아파트에는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6억 이상의 중대형으로 분양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미 분양을 시작한 건설업체들은 곧 대출규제가 풀릴 것으로 믿고, 우선 계약금만 내고 계약을 하되 나머지는 잔금 때 한꺼번에 내라고까지 했었습니다.

결국 건설업체들은 중간에 자금이 떨어지게 되었고, 짓다 말다를 반복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아무리 아파트를 잘 짓는 건설사도 돈 떨어지면 허접하게 지을 수밖에요.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워크아웃 또는 부도가 나게 되자 그 피해의 화살은 고스란히 수분양자들에게 돌아왔습니다.

피를 뽑아 바치는 심정으로 없는 돈 긁어모아 아파트 분양받았는데 하필 내가 분양받은 아파트가 잘못 지어졌거나, 짓다 말고 건설사가 부도났다면 누가 좋아하겠는지요? 결국 수분양자들은 “나는 그런 아파트에 들어가지 않겠으니 내 돈 내놔라”하면서 시청에서 집회를 하기도 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며 그게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계약해제의 열쇠, 대위변제는 어디 갔나?]]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고, 기존주택시장이 무너지자 2011년 봄부터 입주분쟁은 극에 달하여 불쌍한 서민들의 피해가 눈 덩이처럼 불어갔습니다. 그래서 수분양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건설업체가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기 위하여 상생하자고 외쳤던 것입니다. 상생의 주된 내용은 분양가 할인이었습니다.

그러나 할인을 해줘도 입주하지 못할 수분양자들이 더 많음이 현실입니다. 그런 분들은 결국 계약을 해제는 수밖에 없는데 이미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해제에는 대위변제라는 해결사가 등장해야 합니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작년 봄 부동산의 악연으로 대위변제가 있다는 칼럼을 올리기도 했었습니다.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입주분쟁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입주를 못하겠다는 사람뿐이므로 건설업체들은 사정이 어려워 대위변제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위가 병을 앓게 되면 장모가 답답하게 됩니다. 자기 딸 과부될까봐, “건설업체는 사위요, 장모는 은행”입니다.

오늘부터 몇 회에 걸쳐 그동안 칼럼에 담지 않았던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입주를 결정하거나 포기를 함에 있어 참고가 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전문가와 수분양자라는 묘한 인연에 얽히어 여러분들과 필자는 늘 묻고 답하기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양권 매매 아예 생각도 하지 말아야]]

요즘은 분양권시장까지 침체되어 전혀 거래가 없습니다. 어쩌다 매매계약이 성립된다 해도 웃돈 받고 도주할 사람들 뿐 입니다. 돈만 빼앗기고, 분양권은 영원히 갖게 되며 신용불량자 되고, 나중에는 재산 손해 보는 수가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걸 국 엎지르고 그릇 깨고, 거시기 데이고, 매 맞고 쫓겨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입주가 안 되면 건설업체들은 피해자가 됩니다. 건설업체들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교환하여 이제는 분양권 양도. 양수 과정에서 매도자(원수분양자)와 매수자가 공동으로 작성하는 이행각서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나중에 매수자가 입주하지 않으면 매도자가 책임진다는 내용의 각서 말입니다.

분양권 매매를 할 것이냐? 는 전화는 늘 옵니다. 그러나 그건 쇼라는 사실을 감지하셔야 합니다. 이 글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누구인지 합동하여 장난을 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 그런 전화를 하거나 곧 팔아 주겠다는 말을 할까요? 그렇게라도 해서 일단 안심을 시키고자 함일 것입니다.

[[입주 비율이 낮으면 계약해제가 더 어렵다]]

내가 입주하지 못할 바엔 남이라도 입주를 해줘야 건설업체가 살아날 수 있음은 불문가지일 것입니다. “우리 함께 똘똘 뭉쳐 입주하지 말자”는 선동은 극히 위험한 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모두 입주하지 않으면 건설업체는 망합니다. 건설업체가 망하게 되면 계약해제는 물 건너가게 됩니다.

반대로 해석해서 입주비율이 높으면 계약해제가 쉽다는 뜻이 됩니다. 깊은 수렁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키가 큰 사람들이(자금력이 있는 사람) 수렁 속으로 모두 먼저 빠져 들어가서 모가지만 내놓고 있을 때, 맨 나중에 서있는 키가 작은 사람(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키 큰 사람들의 목에 걸쳐 않으면 될게 아닙니까? “죽어도 같이 죽자”고 사정하지 마십시오. 수렁 속으로 먼저 들어가 주는 사람이 없게 되면 결국 키 작은 자신이 빠져 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입주비율이 60%를 넘어서게 되면 분양가를 깎아 달라고 사정하는 일도 헛수고일 뿐입니다. 뭐가 예쁘다고 몰래 몇 사람만 할인을 해 주겠는지요? 건설업체에서는 깎아줘도 최종 몇 사람만 남았을 때 슬쩍 깎아 주거나 이사비용으로 보조를 해 주기도 하고, 잔금을 유예해 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집단소송이나 개인소송은 요령껏 해야]]

남들이 소송한다고 우르르 몰려 함께 소송하는 일도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아파트 집단소송은 건설업체가 입주기일을 지키지 못했거나, 사기 분양을 했을 때 계약해제가 가능하게 되는데 그런 아파트가 몇이나 되겠는지요?

2008년 이후 수분양자들이 승소한 사례는 불과 2-3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송은 세월을 벌기 위해 꼭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즉,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서 내 집이 상승해야 입주를 할 수 있다든지,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야 자금마련이 된다든지 하는 일을 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요즘은 건설업체나 금융기관에서 사정없이 수분양자 재산에 가압류가 들어오고 재판도 걸어옵니다. 새파랗게 기가 죽어 쩔쩔매지 마십시오. 다 자신이 저지른 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업(業)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설사 수분양자가 패소하더라도 쉽게 경매를 넣지는 않습니다.

[[건설업체가 망하게 되면 절차는 더 복잡해진다]]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짓던 중에 망하게 되면 보증회사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준공이 떨어진 후에 망하게 되면 수분양자는 그 아파트에 입주해야 합니다. 망하게 되면 신탁회사가 나타나서 정리를 하게 되고, 분양가도 깎아주면서 입주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럴 때 들어가는 게 오히려 낫습니다.

건설업체가 망하게 되면 은행 빚은 내 빚으로 남게 됩니다. 설사 소송을 해서 승소했다 하더라도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아파트가 빨리 재분양되지 않는 이상 은행 대출금은 건설업체로부터 되돌려 받아 은행에 갚아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남게 됩니다.

건설업체가 망하거나 어렵게 되면 계약해제는 되었어도 대출금에 대한 대위변제는 되지 않은 채 수년 동안 질질 끌려가는 일도 있습니다. 해제가 되었다면 재분양을 할 수 있습니다. 재분양해서 돈만 챙기고 대출금은 갚지 않는다면 어찌될까요? 복잡하고 또 복잡한 계약해제~ 다음 주 칼럼에서 또 뵙겠습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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