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일같이 달랑 집 한 채 가지고 있거나, 두세 채 가지고 있다 해도 부채 제외하고 나면 밀가루 포대만 남는 붕어빵 장수 처지인 유주택자들, 그리고 1억 정도의 돈을 겨우 모아 내 집 마련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진짜 서민층과 상담을 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부동산 전문가인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타고난 사주팔자 타령을 할 수밖에요. 사람은 누구나 내일이 오늘보다 더 좋을 것이라 믿고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5년 후나 10년 후에 큰 돈이 들어오거나 성공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하면 누구나 좋아 합니다. 설사 헛말이라 해도,
그러나 요즘 우리들의 삶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살만하다는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기다리고 참는 일에도 한계가 있거늘, 이제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포자기라고 해야 할까요? 이웃집 처녀 함 오는 날 냉가슴 앓고 있는 총각신세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기준금리는 3.25% 그대로 있지만 은행금리는 매달 올라갑니다. 서민들 가계대출 늘려주고 전세자금대출 쉽게 해준다 해도 결국 서민상대로 돈버는 일이 아닐는지요? 주택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어설픈 탑을 쌓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되었습니다.
가계대출 이자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은행 거래하신 분들 모두 문자 받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신용대출 금액 늘려 주고, 추가 대출해준다는 문자 말입니다. DTI 때문에 옛날처럼 길거리에서 대출 홍보는 하지 않아도 돈을 굴릴 데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답니다.
가계부채 증가 이유라는 명목으로 거치기간이 끝난 서민들은 원리금을 함께 불입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 대출로 월 100만 원의 이자를 냈던 분들은 아마 240만 원쯤 내고 있을 겁니다. 300만 원짜리 월급쟁이가 월 100만 원씩 이자를 내다가 240만 원을 내게 되면 생활이 어찌 되겠는지요?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는 정치인들이 더 큰 문제입니다. 자신들은 어떤 사건 또는 게이트에 연루되면 수억이나 수 백 억이고, 서민들은 100-200만 원의 돈 때문에 어린 자식들 놔두고 생명까지 끊어내고 있습니다. 이게 무상복지를 외치는 복지국가일까요? 하늘은 공평하다고 했는데…
정치현장으로 가봅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4패로 나뉘어 각자 살길을 모색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현재의 집권층은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뿐, 아무런 비전이 없습니다. 여당은 다음 대통령을 내세우기 위한 일에 이마를 맞대고 있고, 서민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는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야당은 정권을 다시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팔랑개비를 돌리고 있지만, 무너지는 중산층을 살리려는 묘안은 염두에도 없습니다. 또 색깔 논쟁이 시끄러운 어느 당은 이미 부정으로 따놓은 금뱃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머리채를 움켜쥐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우리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요?
옛날 시골의 어느 진사댁에는 종이 30명 있었는데 진사는 호의호식하면서 여섯 마누라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종들에게는 어찌나 학대를 하고 먹을 것을 주지 않았던지 그 종들 중 절반은 굶어 죽는 일이 있었다는군요. 주인 배부르다고 종 배고픈 줄 모르는 상전이 잘 될 수 있을까요? 그 진사는 결국 첩의 배위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답니다.
다행히 지금은 종들이 상전을 뽑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은 어쩌면 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계셨다가 종들의 배고픔을 헤아리는 사람에게 상전의 자리를 맡기십시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죽을 치고 있는데 심심하면 나오는 정책이 보금자리나 임대주택 보급입니다. 20년 후에는 인구 구조가 변하고, 생활이 변하는데 보금자리나 임대주택이 주택의 구실을 할 수 있을까요? 모두 애물단지가 되어 뜯어내는 일이 계속될 것입니다.
부동산정책은 멀리 보고 깊게 보는 게 옳습니다. 우선 목마르다고 수백 개의 종이컵에 물을 받아놓게 되면 당장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언정 긴 가뭄을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3년 연속 아파트 보급량이 줄어들자 임시변통으로 도시형생활주택까지 춤을 추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늘은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서민들의 처지가 사막에서 말라가는 한 포기 풀이나 다름없지만 그 풀을 먹여 살리는 이슬이 있을지를 누가 알겠습니까?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 해도 오는 7-8월경이 되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기존주택시장에는 한숨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미분양의 눈물은 그칠 날이 없습니다. 분양 받은 아파트는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습니다. 기존주택은 임자가 있을 때 팔고, 미분양은 싸더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분양받은 아파트는 철저한 계산을 한 후 입주여부를 결정토록 하십시오.
이웃집 과수댁 욕심난다고 덥석 안았다가는 어느 몽둥이에 맞을지 모르는 세상입니다. 기존, 미분양, 분양권 셋 다 욕심난다고 모두 잡았다가는 밀가루 포대만 남는 붕어빵 장수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형편에 맞춰 피해가 가장 적은 방법을 택하시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그리고 메마른 사막위에 소나기가 내린다는 사실도 잊지 마십시오. 어쩌면 나이롱 끈보다 더 질긴 게 사람의 생명이기도 하답니다. 우리들이 지금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때를 잘못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인연과 화살은 빗나가는 게 더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희망을 잃지 말고 기다려 봅시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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