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장송곡(葬送曲)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주택시장은 구제역 걸린 가축처럼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분양 시장은 “인심 좋은 주막집 과수댁 막걸리 퍼주듯” 막 퍼줘도 찾아오는 손님은 어느 날부터 뚝 끊어져버렸습니다.
주택시장에 봄이 오려면 경매시장이 아지랑이 노릇을 하게 되는데 아지랑이는커녕 종달새도 온데간데 없답니다. 예전에는 한 번 유찰되던 것이 요즘은 세 번까지도 유찰되고 있습니다. 빨리 집을 팔아야 할 사람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는지?
예로부터 경찰 지구대에 술 취한 사람이 넘치게 되면 경기가 풀리고 있다는 징조라고 하는데 일반 경기와 부동산 경기는 따로 가는 모양입니다. 지금 경찰 지구대는 난리랍니다. 밤마다 술 취한 사람들이 맨살을 내놓은 채 실려 오고 있으니까요. 부동산에 속이 상해 마셔버렸기 때문일까요?
등이 몹시 가려울 때, 손끝이 닿을 듯 말 듯하면 기분이 어떻든가요? 가려울 때 빡빡 긁지 않으면 이게 며칠을 두고 그 자리가 가렵게 됨을 경험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부동산대책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꼭 가려운 곳은 빼놓고, 정작 가려운 자리는 단 한 번도 긁어주지 않았던 부동산대책, 원망스러웠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결국은 이제 내성이 생겨 대책이 나와도 효과가 없고, 안 나와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스무 번쯤 내놨던 부동산 대책은 모래위에 써놓은 글씨일 뿐이고, 무심한 강물은 늘 지우기를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곧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필자의 말도 양치기 소년의 헛말이 되고 있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은 심각하기 보다는 위험수위에 와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하게 되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는 모든 경제의 중추가 되기 때문에 결국 건설업이 무너지게 되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로 전반적인 경기가 위축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성장의 동력이 멈추게 되겠지요.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존주택시장의 거래가 두절됨으로 인해 대출을 갚지 못하는 빚쟁이가 날로 늘어가고 있고, 이자가 늘어나 빚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집을 놔두고 도망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지진이나 해일이 와서 싹 쓸어가 버리라는 푸념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 살던 집을 팔지 못해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년도 수도권 전체 입주물량은 3만 가구 정도 되는데 집을 팔지 못하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음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20여 곳의 건설사는 흑자부도를 내게 될 것입니다. 수도권에 분양했던 건설사들은 요즘 오줌을 저리고 있습니다. 속옷에 고무풍선을 달고 다닌답니다.
3. 청라와 영종은 금년의 입주물량이 1만 7000가구 정도 되는데 이 물량은 다주택자들이 사주지 않으면 해결의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혜택이 없고, DTI라는 저승사자가 버티고 있는 이상 거저 줘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청라와 영종은 90%가 외지 투자자들입니다. 계약금 포기하고, 후불제 이자도 내주겠으니 내 것 가져가라고 사정을 하고 있습니다. 불쌍한 우리 서민들~ 보소, 내 것 가져 가이소.
4. 청라와 영종의 부동산시장이 위기에 몰리자 인천시는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당초 약속했던 기반시설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아시안게임을 반납하겠다고 하겠는지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자칫 국제망신을 불러올 지경입니다.
5. 한강 신도시, 별내 신도시, 삼송지역도 입주는 시작되었지만 기존 주택이 팔리지도 않고, 더 이상 빚을 질 수도 없는 일이기에 계약해제에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혼사 일주일을 남겨놓고 파혼하자고 사정을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장롱 속에서 잠자던 청약통장이 6대1이라는 비율을 뚫고 당첨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게 원수가 되었습니다.
6. 용인은 미분양이 5000가구 정도 되고, 입주 후 미분양은 3000가구 정도 됩니다. 상하, 구성, 성복, 신봉은 몸짓 큰 놈들이 2억 가량 값을 낮추어 호객을 하고 있지만 시장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현재 용인의 미분양은 세계에서 금메달감입니다.
7. 파주, 김포, 일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주분쟁도 심하고, 신규분양은 또 이어진다고 합니다. 아주 그냥 죽여 줄 모양입니다. 입주 2년이 돼가지만 지금도 불 꺼진 창은 외롭기만 합니다.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라도 해줬으면 좋으련만~ 도로도 생기고 경전철도 온다하니 날 보러 와요~
8.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지푸라기는 주지 못할망정 아주 때려죽이려고 몽둥이를 다듬고 있습니다. 동탄 2신도시 11만 5000가구가 곧 분양에 들어갑니다. 수도권 사람들은 앞으로 아파트에 눌려 죽게 되겠지요. 가계부채 없는 사람들은 얼씨구, 가겠지만 자칫 2-3년 후 살던 집을 팔지 못해 또 다른 입주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부동산시장이 아무리 얼어있어도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이기에 순차적으로 녹게 되어있습니다. 오는 7월 하순부터 서서히 움직일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으나 동탄 2신도시 동시분양으로 기존주택시장은 다시 앞을 가늠하기 힘들어 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처방은 뭐가 있을까요? 단숨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수는 없을 터, 아파트에 묻혀 생활고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어려운 입장을 생각한다면 다음 몇 가지 방법은 있을 것입니다.
1. 대출금에 대해 원리금 상환을 3년 정도 유예하고, 이자만 지급하도록 하되 이자율도 대폭 낮추어 서민생활에 안정을 기하도록 해야 하며,
2.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의 중과부분을 완전철폐하고, 일시적 1가구 2주택 등 주택수에 제한을 두는 제도 또한 폐지해야 할 것입니다.
3.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는 전혀 위험수준에 있지 않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DTI 제도를 폐지하고, 다시는 이런 혹독한 정책을 내놓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도 키가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습니다. 부동산도 가격이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습니다. 어찌 천편일률적으로 팽팽하기만을 바랄 수 있을까요. 지난 잘못은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할 것이고, 이런 잘못을 우리 후손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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