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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후 대출이자는 내야 하는가?

새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대출받은 중도금에 대한 이자는 분양받은 사람(수분양자)이 내야 합니다. 분양받을 때에는 중도금 대출이 구세주였지만 입주 때에는 이게 저승사자가 되기도 하고, 이 대출금 낚시에 목이 걸려 입주를 하는 일도 있습니다.

분양계약 이후 입주개시일 까지는 건설업체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무이자가 있고, 일단 건설업체가 대납했다가 입주 때 잔금에 포함하여 수분양자로부터 받는 후불제가 있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입주시작 때부터는 본인이 내야 하는 게 바로 입주 후 이자입니다.

입주 여부와는 상관없이 본인이 낼 수밖에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편하실 겁니다. 그러나 이 돈은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입주가 불가능한 사람들에게는 공짜 돈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계약금 날려야 할 판에 매달 추가로 돈내기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요즘 대부분의 수분양자들은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너나없이 입주 후 이자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출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입주를 하지 못하는 수분양자들로부터 이자를 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는 질문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안냈으면 좋겠지만 이 돈은 내야 할 돈입니다.

이 연체를 줄이기 위해 대출보증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는 입주 6개월 전부터 수분양자 각자에게 “대출금을 갚지 않거나 입주를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불리함이 있을 것이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돈 갚지 않으면 좋지 않을 것이니 각오하라”는 협박장 같기도 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입니다.

입주를 해 버리면 만사가 해결됩니다, 하지만 입주를 할 수 없고, 입주를 하지 못함에도 여러 가지 이유는 있습니다. 대출금은 수분양자 본인이 주채무자이고, 건설업체는 수분양자의 보증인이며,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채권자가 세운 보증인이기 때문에 주채무자로서의 입장을 팽개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첫째, 살고 있는 주택이 팔리지 아니하여 새 아파트에 입주를 못하거나, 자금을 준비하는 시일이 필요할 때에는 이자를 내면서 팔리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어느 기간 동안 기다리면서 이자를 내야 할 것이냐?는 건설업체나 은행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1년 정도의 여유가 있고, 길게는 2년도 갑니다.

설사 이자를 내면서 팔리기를 기다린다 해도 건설업체는 그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6개월 단위로 해제를 해 버리기도 하고, 중도금 대출을 대위변제한 후 재분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는 이자로 냈던 돈까지 손해를 보게 됩니다. 넘어질 때 코 깨지고, 안경 깨지는 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안 내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신용카드가 정지되고 재산에 가압류가 들어오기 때문에 망신을 사게 됩니다. 몰래 현금 숨겨뒀다가는 지급정지를 당하는 수도 있어서 좌불안석이 됩니다. 물이 뜨거워서 마실 수도 없고 놔버리자니 그릇이 깨지는 이치가 되겠군요.

그러나 이자를 내게 되면 훗날 구상금 청구에서 이 돈은 빠지게 되고, 위약금 청구에서도 이 돈은 빠지게 됩니다. 수분양자가 낸 만큼은 청구내역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자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형편대로 하시라”는 답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나는 죽어도 못 들어간다는 분들이 문제입니다. 이유와 핑계는 공동묘지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1. 중개업소나 분양대행사 직원이 3개월 후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주겠다고 장담하는 바람에 빚내서 샀기 때문에 입주할 형편도 안 되고, 분양권도 팔리지 않으므로,

2. 아는 사람이 찾아와 돈 300만 원을 주면서 “분양권 명의를 3개월만 빌려 달라” 해서 빌려줬으나 그 사람은 도망해 버렸고, 나는 그렇게 크고 좋은 집에 입주할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3. 집값이 폭삭 내려 팔아봤자 대출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고, 신용도 좋지 않아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도 없기 때문에,

4. 아파트 품질이 그야말로 형편없고, 당초 있을 것이라고 했던 기반시설이나 기타 인프라가 준비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5. 사업이 크게 망하여 입주 불가능이거나 보증 기타 문제로 가산이 기울었기 때문에,

6. 수분양자가 사망하였거나 행방불명이 되었기 때문에,

7. 분양권 처분 목적으로 엄마가 자녀 명의로, 또는 자녀가 부모명의로 분양을 받았으나 처분이 되지 아니하고 입주도 불가능이기 때문에,

8. 건설회사에 다닐 때 직원 명의로 분양을 받아두면 나중에 팔아주겠다는 회사의 말을 믿고 회사의 업무상 분양을 받았기 때문에,
등 그 이유는 백사장 모래보다 더 많습니다.

전에도 누차 말씀드렸지만 계약해제는 계약금 액수, 시행사, 시공사, 품질, 대출은행, 한국주택공사의 가입여부, 입주조건 등 각 여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런 구체적인 사항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이자를 내지 않는 이유는 합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괜히 배짱만 부리면서 이자를 내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위약금 청구에 어려움을 당할 수 있음도 유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혀 입주할 능력이 없음에도 신용카드 정지나 기타 가압류가 무서워 1년이고 2년이고, 이자 내가며 분양권이 팔리기를 기다리는 일도 옳지 못합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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