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를 계약할 때에는 나름대로 입주나 투자계획을 세우게 되고, 자신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을 믿게 됩니다. 그러나 지난 5년처럼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좋은 집에 들어가겠다는 청사진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입주를 못하게 되면 돈만 망하는 게 아니라, 위신이나 신용이 망신당하는 일들도 일어나게 되는데 직장인이 월급에 가압류를 당하게 되면 직장에서까지 투기꾼 취급을 받을 수 있어서 “새 아파트 입주 못하면 월급에 차압 들어오느냐?”는 질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접 입주를 하거나 대출을 안고 전세를 놔버리면 마음은 편합니다. 물론, 대출금에 대한 이자부담 때문에 고생을 할 수 있음은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대출금이 많으면 전세를 놓기가 어려워서 전세금과 대출금 합계가 분양가의 70%선을 넘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합니다.
새 아파트에 전세수요가 없을 때에는 50-60% 대출을 다 받되 월세를 놔야 하고, 매월 받는 월세는 대출금 이자로 충당하는 일도 보편화 돼있습니다. 하지만 대출을 최고한도액까지 받고, 전세나 월세를 놔도 잔금을 치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살던 집값이 40%정도 내렸거나, 사업이 망해버려 잔금 준비를 할 수 없게 됐다는 뜻입니다.
입주가 불능이거나 불가능하게 되면 이런 분들은 입주시기가 다가올수록 간이 떨리게 됩니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기업체 직원, 좋은 회사에서 월급을 많이 받고 있는 직원들은 죄 없는 마누라 탓을 하게 되고, 마누라는 남편 탓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각방을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차압(差押)이라는 말은 왜정 때 쓰던 말이었고, 지금은 압류(押留)로 바뀌었습니다. ‘압류’란 채무자의 일정한 재산을 강제집행의 목적물로서 빼앗기 위해 취하는 법적조치라고 해석하는 게 쉬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새 아파트에 입주를 하지 못할 때 중도금 대출을 받은 은행이나, 잔금을 지급하지 못한 건설업체나 그 외 보증회사에서 수분양자의 월급에 압류를 할 수 있을까요? 막 바로 압류할 수 없습니다. 압류와 혼동을 일으키는 가압류(假押留)라는 게 있는데 이게 바로 채권가압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압류란 어떤 것이며 가압류를 당하게 되면 그 후의 절차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입주를 못하게 되면 은행은 대출금, 건설업체는 구상금이나 잔금, 위약금 등의 채권을 갖게 되고,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구상금의 채권을 갖게 됩니다.
수분양자가 부동산은 없이 월급만 받고 있다면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직장 장을 상대로 채권가압류를 할 수 있습니다. 즉, 법원을 통해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아무개의 월급을 지급하지 말라는 결정인 것입니다. 그 통지는 받은 날로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직장의 장은 월급 중 일정부분을 지급할 수 없게 됩니다.
부동산이 있으면 부동산에 가압류를 할 수 있으므로 매달 1-200만 원씩 나오는 월급에는 좀처럼 가압류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형편이 어려울 때는 어쩔 수 없이 가압류를 하는 건설업체도 있습니다. 가압류가 있은 후 채권자는 재판을 걸어오게 되고, 그 재판에서 수분양자가 패소하면 채권자는 다시 법원을 통해 직장의 장으로부터 채권을 추심하는 절차를 취하게 됩니다.
은행이나 건설업체 등에서 수분양자의 월급에 가압류를 하려면 우선 직장의 소재지나 명칭, 월급의 내용 등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게 되면 가압류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수분양자들은 대출을 받을 때 자신의 직장 주소도 정확히 기재해 주고, 적은 월급도 많게 기재하는 습성이 있어 은행에서는 금방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대출을 받고 나서 직장을 옮기게 되면 그 직장을 찾기가 어려워서 월급에 가압류를 당하지 않는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 찾기가 어려울 때에는 전 은행을 상대로 채무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여 통장을 가압류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걸 모른 채 통장에 돈 넣었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됩니다.
월급에 대한 가압류는 복잡하기도 하지만, 해봐야 당장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가압류한 돈을 다시 찾으려면 재판에서 승소한 후 추심명령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도 합니다. 먹을 것 없는 제사에 절을 열두 번 하는 비유나 다를 바 없습니다.
채권자로부터 월급에 가압류를 당하게 되면 기본 급 12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지급되지 않습니다. 2008년 이후 새 아파트에 많은 입주분쟁이 있었지만 수분양자의 월급에 가압류를 한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 중에서도 몇 사람만 가압류를 당하는 걸 보노라면 재수 없는 개구리가 돌멩이 맞는 격이나 다를 바 없다고 봐야 합니다.
2-3년 동안 입주를 못하게 되면 몇 사람만 남게 되는데 건설업체에서는 채권추심회사로 넘겨 버리게 되고, 결국 채권추심회사에서 한 푼이라도 받기 위해 가압류도 걸고 재판도 하는 수도 있습니다. 재판 중 절반만 줘도 해결이 됨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끝까지 남아서 채권추심회사와 싸우는 사람도 선택받은 사람이 아닐는지?
글을 맺습니다. 새 아파트 입주 못해도 월급에 쉽게 가압류는 들어오지 않으나 가끔 들어오기도 해서 안심할 수만도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요즘은 입주분쟁이 심하여 은행이나 건설업체, 보증회사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습니다. 이미 월급에 가압류가 됐는데 이중, 삼중으로 가압류가 들어오면 어찌될까요? 선후를 불문하고 금액의 비율에 따라 나눠 갖게 됩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http://cafe.daum.net/laws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