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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만이 살 길
부모에게 붙어 더부살이 하는 사람은 등산이나 여행을 가고, 전세나 월세 사는 사람은 피서를 가는데 집을 가진 사람은 전기세가 아까워 에어컨도 틀지 못한 채 찜통더위 속에서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한 줄기 내려줬으면 좋으련만….

부동산시장도 더위 먹은 황소가 되어 이제 완전히 땅바닥에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부동산활성화대책 어쩌고 하면서 잠시 먹구름만 일다 소나기는 계속 빗나가는 모양새가 되다보니 부동산 선생님의 앞날이 걱정되기만 합니다. 이러다 영영 저 세상으로 떠나는 게 아닐는지?

정부는 당선자시절 대불공단 전봇대 하나 뽑고 나서 한. 미 FTA와 4대강 사업 반대에 걸려 촛불시위 막다가 4년을 보내더니 그나마 힘이 빠졌는지 조용합니다. 여당은 공천헌금 문제가 불거져 주연과 조연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한창이고, 야당은 주연인지 조연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이 이럴진대 불쌍한 민초들은 어디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요? 특히 집에 대출 들어있는 사람들은 이제 녹초가 돼버렸습니다. 수도권의 거래부진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지방에서도 목이메인 이별가가 울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영세업체나 근로자들은 줄초상이 나버렸고,

건설업체들은 채권자들이 더럽고 아니꼽다고 워크아웃 없이 막 바로 법원으로 보따리를 싸 보내 기업회생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100대 건설사 중에 1/4가량 되는 25개 건설업체가 이미 배 째라는 식으로 나자빠져 있고,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큰일입니다.

전국 미분양이 6만2천 가구이고, 그 중 수도권에 널려 있는 미분양이 2만6천 가구이지만 20%내지 30% 할인을 해줘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분양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깎아주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그물에 걸려든 고기 팔자가 된 것일까요?

살던 집 안 팔려서 새 아파트에 못가고, 값이 내려 돈이 부족해 입주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동네북 신세가 되었습니다. 아무나 툭툭 건드려 본다는 뜻입니다. 핸드폰에 문자만 와도 가슴이 떨리고, 우체국 집배원이 오면 오금이 저린다고 합니다. 심장병이 도지기도 하고…

은행과 건설사, 채권추심회사에서 오는 독촉장이나 법적절차 착수 통지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날로 더해가고 있습니다. 반대로 요즘 최상의 호경기를 맞고 있는 업종도 있습니다. 어떤 업종인지 아십니까? 채권추심회사들입니다.

채권추심회사는 불량채권을 위임받아 재판을 해서 돈을 받아내는 회사인데 마치 신용조사, 재산조사, 신용불량자 등재 다해주는 백과사전처럼 행세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수백 개가 있는데 통지 내용이 좀 으스스합니다. 법적절차 어쩌고 하는 내용들이 서늘하게 느껴지거든요. 옛날 중앙정보부에서 보낸 출석요구서처럼,

부동산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살판났습니다. 금융업이나 재테크 펀드 등 투자를 권하는 회사들도 콧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나 내수가 얼어붙어 현금이 돌지 않기 때문에 속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을 겁니다. 부동산시장 움직이면 다 문 닫을 사람들입니다.

지금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서는 건설업체와 소비자들이 상생하지 않으면 함께 망하게 됩니다. 건설업체들은 무조건 가격부터 내리고 봐야 합니다.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 해주고, 미분양 사달라고 아무리 사정해 봐도 인근 시세보다 월등히 비싸다면 그 아파트를 왜 사주겠습니까? 홀아비 사정 봐주다 가정 파탄 내는 여자분들 어디 한 둘이던가요?

기존 수분양자들 입장 때문에 할인할 수 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입니다. 어떤 물건이나 마지막 남은 물건은 싸게 팔 수 있고, 떨이는 반값이하로도 팔게 되는 게 시장원리입니다. 깎아주면 입주하겠다는 사람을 저버리게 되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만 남게 됩니다.

또 소비자들도 무조건 입주할 수 없다고 버티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모든 일은 자신의 욕심만을 채울 수 없습니다. 깎아주면 입주하거나 등기를 받고 훗날을 기다리는 미덕을 발휘하는 게 옳지 않겠는지요? 나 하나쯤 하지 말고, 나부터 입주하는 자세가 이 어려운 난국을 해결하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건설업체들과 금융회사들은 지급명령신청, 구상금 청구, 위약금 청구, 재산 가압류 등 소송이나 재산보전처분을 함부로 해서도 안 됩니다. 기존주택이 30%내렸으면 지금이라도 분양가에서 그 정도 할인을 해줘야 합니다. 너는 망해도 나는 다 받겠다, 하는 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소비자들은 집값이 내렸고 그나마 팔리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원래 가격 다 주고 빨리 입주하라면서 재판 걸고 재산 가압류 한다면 병들어 누워있는 환자에게 빨리 운동장에 나와 뛰라는 이치가 아닐는지요? 강제적 입주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건설업체가 사는 길은 지금이라도 수분양자들과 1대1 상담을 해서 그 분들의 형편에 맞추어 가격할인. 잔금유예 등의 방법으로 입주를 시키거나 등기를 치게 하고, 원초적 불능인 사람들에게는 계약해제의 길도 열어줘야 합니다. 사람은 강아지가 아닙니다. 목에 밧줄 걸어 입주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힘을 내십시오. 건설사와 수분양자들은 서로 보듬어 주고 이해하는 미덕을 베풀어야 합니다. 우박 맞은 시금치 밭이 다시 살아나듯이 부동산시장도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입니다. 월드컵 4강 신화가 올림픽 4강 신화로 이어질지를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세상일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학교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62-4796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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