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시동이 꺼지면 차에서 내려 밀어야 시동이 걸립니다. 옛날에는 배터리가 좋지 못하여 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차를 밀 때에는 내리막길이나 평지에서 밀어야 하고, 오르막길에서 밀다가는 큰일 납니다. 차가 뒤로 밀리게 되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지난 5년 동안 부동산시장은 시동이 꺼져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했고, 내리막길을 계속해서 가고 있습니다. 시동이 걸리도록 별짓 다해보고 열심히 밀어 봤지만 부동산시장이라는 자동차는 움직일 생각을 아니하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나쁜지 휘발유가 떨어졌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배터리는 경제사정이요, 휘발유는 매수심리로 비유해야 되겠군요. 경제사정이나 매수심리는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임으로 이런 건 웬만하면 손을 대지 않고 시장의 흐름에 맡겨놔야 합니다. 자동차는 빨리 달릴 수도 있고, 천천히 달릴 수도 있는데 잘 달릴 수 있는 길을 시속 60키로로 제한함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속을 너무 제한하면 길이 밀리게 되고 가는 곳 마다 막히게 됩니다. 2006년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자동차가 너무 빨리 달린다는 이유로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시속제한을 걸어버렸습니다. 길이 뚫리게 되면 즉시 시속제한을 풀어줘야 하는데 풀어주는 시기를 놓쳐 배터리가 방전돼 버렸고, 휘발유도 떨어져 버렸다고 볼 수밖에요.
청춘 남녀가 사랑에 불이 붙어 입술이 부릅뜨도록 뽀뽀를 하는데 그 꼴 보기 싫다고 한쪽에 마스크를 씌워놓고 각방을 쓰게 하면 어찌되겠는지요? 마음은 간절해도 현실이 허락지 않을 것이기에 나중에는 정이 멀어져서 서로 본 체, 마는 체 하겠지요. 세상일이란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처녀 총각 때 좋아해본 사람 있으시죠? 하루만 못 봐도 다래귀가 날 참인데 어느 날 부모님께서 그 사람 만나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고 가정합시다. 선 듯 만나기가 어렵겠지요? 그러다 저러다 정은 멀어지게 될 것이고~ 부동산시장의 매수심리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모두들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니 곁에 가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금 부동산시장의 상처는 깊습니다. 상처가 깊으면 아무는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단돈 몇 만 원짜리 물건도 이것저것 따지는데 정떨어진 부동산에 몇 억씩 쉽게 묻을 리 있겠습니까? 눈치코치 따지지 않고 돈을 묻기 위해서는 배터리 갈아 끼우고 휘발유 가득 부어놓을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흔히들 지금 같은 때에는 “급급매물로 팔고, 급급매물을 사라”는 말을 합니다. 이건 달밤에 체조하는 소리입니다. 누가 수 억 원씩 손해보고 팔려고 할 것이며, 기준도 없는 급급매물을 누가 사려 하겠는지요? 오늘 부도 막고자 하는 사람 아니면 팔지도 않을 것이며, 부동산시장을 잘 아는 사람 아니면 사지도 않을 것이기에 그런 말은 하나마나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는 종합선물 셑트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홍삼이나 갈비 단 품목으로 된 게 아니고 여러 가지 비싼 물건이 종합적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사지 않습니다. 그러한 특별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게 되면 백전백패하게 되는 것도 부동산입니다.
컴퓨터 앞에서 고기 잡는 투자자들은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어느 지역이 뜬다, 무슨 도시가 뜬다, 심지어는 어느 곳 어느 아파트에 질러라. 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걸 봤습니다. 다 자신에게 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런 글을 올리지 않을까요?
말이 달고, 장맛이 단 집은 예로부터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말이 쓰고 장맛이 짠 집으로 가십시오. 호재가 소나기처럼 쏟아질 것처럼 떠들어도 휘둘리지 마십시오. 이미 그런 권고성 글을 보고 투자하신 분들, 지금쯤 아마 땅을 치고 통곡하실 것입니다.
농부는 고지식합니다. 금년에 폐농해도 내년에 다시 씨를 뿌립니다. 부동산 투자도 같은 이치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부동산시장이 언제쯤 좋아지느냐? 는 질문에 좀 더 기다리시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왜냐하면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잎이 떨어져야 열매가 맺는 법이라,
언제 좋아지느냐? 보다는 언제부터 움직이느냐? 가 되겠습니다. 마음 급하다고 처녀 덥석 껴안았다가는 성폭력범으로 전자발찌 찹니다. 인생은 하루살이가 아닌 백살이입니다. 배터리도 갈아 끼우고 있고, 휘발유도 붓고 있습니다. 추석이 지나면 슬슬 시동이 걸릴 것입니다.
화투판에서 한 번 꺼내 던진 패를 다시 주어 담지 못하는 것을 낙장불입(落張不入)이라 합니다. 부동산 투자도 낙장불입입니다. 추석이 지난 후 부동산시장이라는 자동차가 서서히 움직이거든 좋은 패 함부로 버리지 마시고, 순서를 정하여 팔거나 사도록 하십시오. 순서대로 오는 게 어디 사람뿐이겠습니까?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http://cafe.daum.net/laws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