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는 기존주택시장에서 매물이 소화돼야 그 돈을 가지고 신규시장으로 가게 됩니다. 많건 적건 돈을 손에 쥐어야 엉덩이도 가벼워지고, 눈이 즐거웠음을 경험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돈 없이 기생집에 가면 반가워하는 사람 없고, 돈 없이 빈대떡 집에 가서 잔소리 하다가는 뺨맞기 딱 좋습니다. 바로 그게 잘난 사람도 쓰는 돈, 못난 사람도 쓰는 돈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돈이 없습니다. 몇 년 사이에 몇 억씩을 까먹어 버렸기 때문이지요. 금쪽같은 옥동자는 어디론지 빠져나가 버렸고, 빈 포대기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빈 포대기를 버리느냐, 다음 옥동자를 기다려 보느냐,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서방님이 오셔야(시장이 회복돼야) 옥동자를 낳든지 공주를 낳든지 할 텐데 몇 년째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서방님은 오시지 않습니다. 어느 여우같은 년에게 푹 빠졌는지 구미호한테 홀렸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제 누구를 원망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고, 또 그럴 기력도 없습니다.
석 달 가뭄에 시들시들 기력을 잃어가는 봄배추처럼 부동산시장도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으나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입니다. 지금 한쪽에서는 나팔을 불고 꽹과리를 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동탄 2신도시 분양에 피에로가 등장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답니다. 6개 건설사의 합동분양이 실시되었는데 4,103가구 모집에 수 만 명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제일 좋은 자리에 있는 어느 아파트 청약의 1,2순위에서 2대1이라는 경쟁이 있었다는군요. 옛날 같으면 20대 1, 30대 1정도가 됐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나마 구경꾼이라도 많이 모이고 보니 기대 반, 우려 반의 성적표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은 신도시에서 붐을 일으켰고, 재건축이나 재개발에서 돈을 벌었으며 평범한 기존 주택지역에서는 오라비 장가갈 때 국수 먹고, 시누이 시집갈 때 갈비 먹을 정도였습니다. 어쩌다 부동산시장에 큰 장이 서야 그저 재미 좀 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요즘 신도시의 인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신도시 분양광고가 있게 되면 마치 천당이라도 지어질 듯 난리를 피우지만, 막상 입주 때는 시골 장터에 지어진 가설극장처럼 썰렁하거든요. 특히 지금처럼 시세가 낙동강 오리알일 때에는 안 가는 게 장땡이지만 그럴 수도 없어 애를 태우게 됩니다.
파주 신도시, 한강신도시, 청라, 영종 하늘도시, 별내, 삼송 등 ‘신’자 돌림 지역이 특히 손해를 크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탄 2신도시는 괜찮을까요? 어차피 거주용이라면 부담 없겠지만, 옛날 생각하고 투자용으로 들어갔다가는 자칫 손해를 볼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웬만하면 ‘신’자 돌림 보다는 ‘구’자(구시가지)돌림이 차후 시세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2-3년 전부터 작은 것이 예쁜 짓을 하자 신도시에는 모두 중소형으로만 분양을 하고 있습니다. 형편이 좋거나 큰 주택을 원하는 사람은 신도시에 들어갈 자격도 없음도 문제입니다. 모두 서민층이나 2-3인 가족만 살아야 하는 곳이 신도시가 아닐는지?
오는 9월부터 11월 사이에 분양하는 전국 28개 사업장에서 짓는 1만 8000가구도 같은 중소형으로 짓는답니다. 초등학교 입학 때 키 크고 덩치 큰 아동은 아예 입학할 수 없는 모양새가 된다면 추후 큰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그 동네에 갈 수 없을 것이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신도시 주택 분양을 중소형으로만 분양하는 일은 눈앞의 이익만 계산하는 옳지 못한 일이 분명할 것입니다.
지금 부동산시장에는 이상한 징조가 감돌고 있습니다. 전세금은 사정없이 올라 전세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집값이 내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 앉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파급효과는 크게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전세는 집값 대비 60-75%선에 있습니다. 40-25%의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않으려고 계속 전세를 살거나, 집값이 내릴 것만 생각하고 집 사는 일을 미루다가는 곧 후회할 수 있습니다. 원래 부동산시장은 변덕이 심한 뺑덕어멈 같은 것이라 안심할 수 없음도 유념하십시오.
또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대형아파트를 짓지 아니하자 부동산 큰 손들은 값이 내린 대형을 사는데 초점을 모으고 있습니다. 곧 대형이 천하를 호령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큰 손들은 돈 냄새를 아주 잘 맞습니다. 대형주택을 가지신 분들 지금은 무겁다 해도 언젠가는 그만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잘 보유하십시오.
아무튼 경기 남부의 거점인 동탄에서 쌍고동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세도 사정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대형이 오히려 남 몰래 하나씩 시집. 장가를 가고 있습니다. 이런 징조는 그동안 고장 난 부동산시계가 ‘째깍’거리기 시작했다고 봐야 합니다. 부동산의 어제는 언제나 오늘이 아니었습니다. 내일을 기다려 봅시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http://cafe.daum.net/laws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