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적막강산이고, 지방의 부동산시장은 바람 앞의 촛불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부정론자들의 말대로 아직도 한참 더내려가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다운된 권투선수는 일어설 수 있을 것이며, 과연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안 팔리는 집 후딱 던져 버리고 미련 없이 떠났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남은 빚은 따라올 것이고, 아무데나 판자 집 지어 살 수도 없는 일인지라 죽도록 벌어 금융회사에 이자 내는 일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쇠고기 한 근 사 본지도 오래 되었고, 가족끼리 외식을 해 본지도 수년이 흘렀습니다.
이런 와중에 새 아파트 입주가 다가오거나 입주기간이 지난 사람들은 그 고충이 두 배, 세 배로 심합니다. 건설회사와 은행독촉에 못 이겨 심장병으로 입원한 사람도 있고, 수 억 원을 망한 후 화병으로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도 계십니다. 입주가 불능이거나 불가능한 사람들의 처지도 각자 다르고, 입장도 다르며, 이유도 다 다릅니다.
1) 분양권으로 팔기 위해 분양을 받았으나 분양권으로 팔려면 계약금 포기하고 약 1억 원의 웃돈을 얹어 줘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2) 살고 있는 집이 반 토막 되었고, 그나마 대출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새 아파트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에,
3) 살고 있는 집이 팔리면 그럭저럭 돈을 맞출 수 있지만 5년째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팔릴 가망이 없기 때문에,
4) 평소 이래저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분양권 명의를 3-4개월만 가지고 있으면 돈 300만 원을 준다하기에 그 돈을 받고 명의를 빌려 주었으나 그 사람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분양권도 팔 수 없기 때문에,
5) 어느 아파트 현장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상급자가 무조건 아파트를 분양받아 놓으면 나중에 처리해 준다하여 회사를 믿고 분양을 받았던 것이나 그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처리할 길이 없어졌기 때문에,
6) 어떤 분이 손해나면 책임질 것이고, 추후 수천 만 원의 웃돈을 받고 팔아주겠으니 염려 말고 무조건 분양 받으라 장담했으나 지금은 부동산시세가 이렇게 내려갈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으므로,
등 이유는 공동묘지보다 많습니다.
수분양자들의 형편이 이럴진대 건설 회사들은 어떨까요? 목은 이미 다 타버렸고, 간이 탈 지경이겠지요? 며칠 후 부도가 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흐르다 보면 제삿날은 내일이 될지, 모래가 될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간밤에 안녕하신 회사들도 늘어가고 있으니까요.
견디다 못한 건설업체들은 빨리 들어오지 않으면 재산에 가압류하고, 봉급도 가압류 한다고 협박을 합니다. 구상금이나 잔금 청구 소송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한 술 더 떠서 바로 가압류를 하거나 형편이 어려워서 근저당을 했거나 가등기를 한 수분양자들의 재산을 찾아 사해행위로 인한 가처분을 하고 또 가압류를 합니다.
수분양자들은 이 발길에 채이고 저 발길에 채이다 보면 마지막으로 뱃가죽을 내밉니다. 쨀 테면 째라는 식입니다. 그러나 2008년부터 뱃가죽 짼 수분양자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과연 형편이 안 되어 입주하지 못한 수분양자들에게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그런데 이상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에서 가장 입주분쟁이 심한 곳은 청라와 영종입니다. 수십 개 단지 중에서 그래도 입주가 잘되는 아파트가 있으니 참,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필자가 조사해 봤습니다. 첫째는 품질이고, 둘째는 분양가 할인이었습니다.
건설업체들 각성하십시오. 아파트는 개떡 같이 지어놓고 수분양자 재산에 가압류 하거나 협박하려 애쓰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단지도 가꾸고 인테리어도 바꾸십시오. 우리 아파트가 최고의 아파트라는 마음으로 다시 꾸며 보십시오. 입주하지 말라 해도 입주하게 될 것입니다.
제일풍경채, 우미린, 한양수자인, SK뷰는 무슨 이유로 입주가 잘 되고 있을까요? 아파트가 월등히 잘 지어졌거나 분양가가 할인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는 게 없이 받으려는 심보를 고치시기 바랍니다. 짓다가 돈 떨어지면 얼렁뚱땅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준공 내놓고 도망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수분양자들은 몇 년 동안 눈 멀건이 뜨고 수 억 원씩을 손해 본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억지로 끌어들이려 하지 마십시오.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애인이 있다면 나룻배가 없어도 밧줄을 던져서라도 건너가는 게 사람입니다. 수분양자들의 애인이 되는 아파트를 지으십시오. 그게 당신들이 사랑을 받는 길입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http://cafe.daum.net/laws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