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디야(농부가의 후렴구의 일부-상사뒤요) 소리는 높아도 모를 심는 사람은 없다면 어찌될까? 사흘 굶고 소문난 잔치에 가봤더니 막상 먹을 게 없고, 식성에 맞지 않는 음식만 가득 차려있다면 어찌될까? 요즘 부동산시장을 비유해서 드리는 말씀이다.
DTI완화. 취득세 감면. 양도세 면제. 매입임대. 신탁임대 등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나온 정책들은 안개 속의 이무기가 돼가고 있다. 용이 될 것처럼 떠들더니 어느 것 하나 똑바로 시행되는 게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의논하다 미루고, 또 연장하다 그럭저럭 없어지는 게 부동산정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심기는 불편하다. 심문을 보셨으면 그 내용이 뭔지 감을 잡았으리라 믿는다. 모두가 무주택자들을 도와주겠다는 내용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의 곡소리는 무주택이 아니라 집이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나오는 곡소리임을 왜 모르는 것일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보급량이 105%를 돌파했고, 이게 팔리지 않아 모두 ‘집 가진 거지’로 전락할 판국에 임대주택, 전세주택을 더 지어 무주택자들을 살리겠다고 한다. 비어있는 철도부지 상공에 20만호를 더 짓겠다고 한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자잘한 집을 지어 집으로 땅을 도배하겠다는 말이 아닐는지?
옛날 시골집은 방이 달랑 하나 있었다. 늙은 부모와 다 큰 자식들은 방 하나에서 같이 살았다. 제일 곤란할 때는 사위가 올 때였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좁아도 같은 방에서 잠을 자야지, 그래서 사위가 처갓집 가는 날은 공치는 날이었다. 딸도 친정에 가는 날은 마찬가지였으리라.
장모가 잠결에 몸이 가려워 긁었더니 사위는 ‘장모님, 제 다리입니다’ 장모도 한마디 대꾸한다. ‘어쩐지 내 다리가 시원치 않더니만…’ 정부는 물론, 대선주자들도 지금 사위다리를 긁고 있다. 전국적으로 어림잡아 주택 200만 채가 팔리지 않아 동맥경화가 걸려있는데 또 집을 짓겠다니 환장할 노릇이다.
200만 채 중 약 110만 세대는 집 가진 거지들이 된지 오래다. 와중에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가구 정도 된다. 그렇다면 남아도는 집 싸게 사면 될 것이고, 그런 집을 사서 살도록 해야지, 왜 또 집을 짓겠다는 말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자기 돈으로 지어줄 것처럼 하지만 그게 어디 대선 후보자들의 돈이겠는가? 그린벨트 다 파 해쳐 보금자리 짓는 바람에 기존주택시장은 풍비박산이 돼버렸고, 수많은 건설업체들과 하청업체들이 줄도산을 해 버렸는데 나오는 대선주자마다 계속 짓겠다니 도대체 그런 공약이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 주택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거래가 없기 때문이다. 값이 계속 내려가기 때문에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장롱 속에 돈을 넣어 놓고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을 보시라. 양적부양을 하면서 기존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던가?
임대주택은 지금도 많이 있다. 무주택자들이 임대주택으로 들어가던가? 모두들 자기 집 갖기를 원한다. 더 짓겠다고 말하지 마시라.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거래가 있도록 해주는 일 외에 다른 방도는 없다고 봐야 한다. 거래가 없기 때문에 팔지 못해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도 알아주시라.
‘집 가진 거지’들은 대부분 중산층이다. 그 중산층이 자꾸 하류층으로 밀려나고 있다. 값이 오르건 내리건 그건 문제되지 않고 앞으로 오를 일도 없다. 이 정부 임기 마무리 잘하고, 다음 정부의 정권을 쥐려거든 부동산시장에 거래가 있게 하시라. 오직 그 길만이 당신과 국민들을 위하는 길일 것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법무법인 세인(세인종합법률사무소)국장. http://cafe.daum.net/laws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