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로 수도권 아파트와 빌라 등 주거용 건물의 매매가격이 하락한 반면 전세가격은 43개월째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취득세 감면 조치로 인해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바닥이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부동산의 회복 기간이 장기화되고 그 속도도 느리다 보니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늦추고 전세나 월세 사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의 증가로 인해 전세보증금이나 월세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는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급여의 3분의 1이상을 월세로 낸다는 사람도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경기가 좋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반면 월세 지출은 증가하다 보니 점점 삶의 무게는 늘어나고 질은 떨어진다고 하소연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돈이 월세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부동산 소유자에게 월세는 자산의 증식 그 자체이지만 세입자에게는 말 그대로 매달 주거용 건물을 사용하는 대가로 소비되는 비용이다.
단순 소비비용에 불과한 월세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투자성이 있는 금액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실제 사례를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A씨는 이수역에 위치한 작은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고, 남편은 대학교에서 행정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슬하에 한 명의 자녀를 둔 그녀는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빌라에서 보증금 3000만원에 월50만원의 월세를 내며 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세로 살기를 원했으나 전세금이 워낙 비싸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에 살게 되었고 전세금에 보태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3천만원으로 재테크를 하기 위해 경매를 배우는 중이었다.
투자 지역 및 대상에 대한 상담을 하던 중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녀에게 재테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집을 낙찰 받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전세금이 부족해 월세로 살고 있는 사람에게 내 집 마련을 하라고 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렇지만 그렇게 조언한 이유에 대해서 조목 조목 알기 쉽게 설명을 했더니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후 4개월 동안 5번의 패찰을 했지만 6번째에 인천의 7호선 연장선 개통 예정인 역 주변의 빌라를 낙찰 받았다.
4층중 2층이었으며, 방3개로 된 구조였다. 3년 전에 분양되어 외벽뿐만 아니라 내부도 깨끗한 편이었다. 감정가격은 1억 3천만원이었고 시세는 1억 2천 전후에 형성되어 있었다. 다만 그 지역의 빌라는 현재 매매가 거의 성사되지 않기 때문에 시세 역시 거래가격으로 보기 보다는 매도인의 호가 정도로 보아야 한다. 전세는 7000만원이었고 월세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45만원이었다. 매매와 달리 전월세는 한 달 내에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낙찰 가격은 8300만원이었으며, 대출을 7천만원(금리 4,3%) 받았다. 경매는 일반매매와 달리 경락잔금대출을 받는데 일반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대출한도가 높다. 이 빌라를 낙찰 받는데 들어간 총 비용을 계산해 보면,
8300만원에 낙찰 받고 취득세, 법무사비 등 부대비용이 400만원 들어갔다.총 지출된 비용은 8700만원이었지만 대출을 7천만원 받았기 때문에 실투자금은 1700만원이 된다. 매달 발생하는 이자는 25만원이다.
24평형인 대림동 빌라 VS 25평형인 인천 빌라.
대림동 빌라에서는 보증금 3천만원에 월 50만원을 냈다. 빌라는 신축된지 17년이 지났다. 반면 인천 빌라는 실투자금 1700만원이 들었고, 한 달에 이자를 25만원씩 낸다. 인천 지하철 7호선이 이달 27일에 개통된다고 한다. 그럼 직장에서 집까지 40분이면 충분하다. 대림동 빌라는 역에서 거리가 멀어 역시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즉, 출퇴근 시간의 차이는 없다.
인천 빌라 대출을 70%나 받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인천 빌라는 형식적으로는 그녀의 소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은행의 소유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3000만원의 보증금 중 실투자금 1700만원을 제외한 1300만원의 여윳돈이 생겼고, 정말 아깝다고 생각했던 월세를 50만원 내는 대신 월 25만원만 이자를 납부하면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월세는 소비성 자금에 불과하지만 이자는 투자성 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3-4년 정도 거주하다가 조금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한다면, 대림동 빌라는 보증금 3천만원을 반환 받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인천 빌라는 매도 가격과 낙찰 가격의 차익만큼 수익이 되어 돌아온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 공짜로 적금 타는 기분과 같지 않을까? 내가 그녀에게 본인이 실거주할 빌라를 먼저 낙찰 받은 후에 재테크를 하라는 이유다. 주택을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위 사례처럼 지렛대 효과를 이용해 거주와 투자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월세 대신 납부하는 이자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오은석 부동산재테크 북극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