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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밤에 눈물을 거두자.
서울 강남지역의 전세시장은 하룻밤 사이에 값이 오르고, 전세주택은 임차인이 은행에 돈 찾으러 간 사이에 계약이 돼버리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꼭 동네 수퍼 반짝 세일처럼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 하니 “묘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는지?

전세금이 5-6억 원이기에 지역을 바꾸면 그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지만, 집값이 내려갈까 걱정이 되어 집을 사지 않겠다고 하니 부동산시장을 이 정도로 믿지 못하게 만든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 방아쇠는 누가 당겼을까? 5-6억이 뉘 집 강아지 이름이 아니거늘 전세금이 비싼 것인지, 아직도 집값이 비싼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집주인의 신세타령은 더 슬프다. 9억짜리 집이 5-6억으로 떨어졌고, 그나마 팔리지 않아 빚을 갚기 위해 자신도 전세를 주고 외곽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차인은 본전 그대로 있지만, 자신이 손해 본 3-4억은 어찌해야 하느냐? 고 한탄한다.

계속 전세로 사는 사람들은 전세금에 대한 이자만큼 손해를 봤을 것이나, 그보다 더 큰 애로는 한 번에 1억까지 오르는 전세금 감당에 많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 대신 집을 가진 사람들은 대출이자 감당에 눈물을 흘렸을 것이고, 뚝 떨어진 집값 때문에 애간장이 녹았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동산이 있는 사람은 값이 내려 울고, 없는 사람은 사지 못해 울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저기서 미미하나마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취득세 감면이라는 약발이 먹히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기다리던 매수세도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음이리라.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 흐르는 강물은 늘 낮은 곳을 채우며 흘러간다. 지금의 형편이 잠시 어렵고, 많은 손해를 봤을지라도 다시 채워지기 마련일 것이다. 두 번 실패했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두 번 이혼한 사람일지라도 다시 새 사람 만나면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될 테니까,

지금의 부동산침체는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고, 세계적인 여건과 국내사정이 결합된 공통분모로 봐야 한다. 어찌 모든 일이 엿장수가 엿장수 맘대로 되겠는가. 동네 골목에서 엿장수가 엿을 많이 팔려면 동네 사람들이 헌 고무신짝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은 고무신이 낡아 빠져도 신고 또 고쳐 신느라 엿과 바꿔 먹지 않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세상임을 이해하시라.

한국 경제는 성장엔진이 멈춰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다. 쓸 돈이 없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지갑을 닫았다. 내수가 위축되고, 중소기업은 피가 돌지 않는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부동산시장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내년이면 좋아지겠지!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온 세월이 몇 해던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 정도까지 기다리게 했다면 아마 열 번 이상 상사병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이나 양도소득세 5년 면제는 아편일 뿐이다. 아편은 그 효과가 하루밖에 지속되지 못한다. 효력이 떨어지게 되면 그 고통은 더욱 심하다. 실수요자가 아니거든 함부로 덤비지 마시라. 그러나 여유 있는 투자자라면 이럴 때 골라잡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전세 놔서 빚 줄이는 건 현명한 방법이다. 금리가 낮다고 해도 이자돈은 장롱 속의 좀과 같은 것이다. 야금야금 빼나가는 돈이 피를 뽑아내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어느 은행은 대출이자를 산정할 때 학력에 따라 높고 낮음이 있었다고 한다. 못 배운 것도 서러운데 이자도 더 낸다?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국가 경제는 시장원리로 작동하는 게 원칙이다. 이론만으로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 몇 년의 부동산대책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지 않는가. 시장 원리는 여건이 변화시킨다. 변화하는 여건을 살필진대 지금 부동산은 몸집보다는 몸짱이 좋다고 볼 것이다. 하나가 되더라도 좋은 곳에 있는 좋은 부동산을 잘 간직하시라.

부동산에는 나름대로 원칙들이 있다. 그러나 그 원칙들은 지난 6년의 부동산 위기를 거치면서 무너진 것도 많고, 바뀐 것도 많다. 바뀐 원칙들은 또 세월을 따라가며 우리들에게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5년 마다 부동산 역사가 바뀐다. 역사가 바뀔 때마다 희비도 엇갈렸다. 내년 이후에는 누가 웃을까? 몸짱이 웃을 것이다.

세계적 경제여건도 좋지 않은 터에, 원 달러 환율까지 내려 국내 수출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김장도 걱정이고, 애들 학원비도 걱정이다. 남들은 나를 중산층이라 하지만 하류층으로 밀려난 지 이미 오래다. 약한 자는 오직 세월에 의지하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다가올 역사를 기다려 보자.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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