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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의 분기점은 연말이다.
요즘에는 “번개탄”이라는 게 있어서 연탄불이 꺼져도 5분이면 불을 붙일 수 있다. 옛날에는 어찌했던가? 장작조각이나 나무쓰레기조각을 주어다 연탄 밑에 깔고 불을 붙이곤 했었는데, 그게 동작이 느려 약 1시간쯤 지나야 겨우 불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연탄불 꺼뜨리지 않는 부녀자를 일등 살림꾼이라고 했던 모양이다.

한 번 불이 꺼지면 다시 살리기 어려운 게 연탄만 있을까? 청춘도 있고, 사랑도 있다. 그리고 또 있다. 부동산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부동산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 온갖 불씨를 동원해서 이를 살리려고 노력하게 된다. 왜 부동산을 살려야만 하는 것일까?

추운 겨울 밤중에 연탄불이 꺼지게 되면 집안은 난리가 났다. 연탄불 두 번만 꺼지게 되면 어머니나 며느리들은 꼬박 밤을 새워야 했고, 하는 수 없이 연탄 한 장 들고 이웃집에 가서 거의 타버린 연탄(밑불)과 바꿔 와서 불을 붙였다. 나중에는 연탄불 꺼지는 집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연탄에 불을 붙여주고 돈을 받는 구멍가게도 있었음을 기억하시는지?

부동산도 불이 꺼져버리면 경제가 얼어 죽게 된다. 얼어 죽지 않으려고 외국에서 불씨를 얻어 오고, 통화협정도 맺으며 구제금융도 받는다. 나라 안에서는 온갖 불쏘시개를 동원해서 불을 붙이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던가. 지난 6년 세월, 왜 부동산을 살리려고 애를 썼는지 이해하실 것이다.

연탄 중에서 제일 속 썩히는 연탄은 어떤 연탄일까? 물먹은 연탄일 것이다. 연탄이 물을 먹게 되면 번개탄도 말을 듣지 않는다. 세계적 금융위기나 경제성장률 저하, 수출부진, 내수위축 등은 연탄에 부어대는 물이나 같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물기를 말리려면 오랜 세월이 걸려야 한다.

지금 시들시들 말라가는 세계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안감 힘을 쓰고 있음을 물 건너 송아지 구경하듯 못 본 채 하지 마시라. 너는 죽건 말건, 나는 살아야겠다고 미국이나 일본, 유럽연합들이 돈을 풀어내는 바람에 우리나라 환율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있으니 이 또한 물먹은 연탄이 아닐는지? 아무튼 괴상한 일들이 그칠 줄을 모른다.

원래 돈이 많이 풀리면 부동산은 춤을 추게 되는데 풀린 돈이 아직 우리나라에 도착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일반주택시장은 3일 굶은 시어머니 인상이다. 시어머니가 3일을 굶게 되면 인상이 고약하거든, 철없는 시누이만 미분양현장에서 희죽 희죽 웃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것이다.

밤새워 연탄불을 붙였던 어머니나 며느리 같은 대선주자들 어디 없을까? 경제민주화, 무상복지 이제 그만 들어도 지겹다. 국가발전. 부자국민. 선진국 진입 등 굵고 큰 그림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돌아가신 분들의 무덤, 재래시장, 골목 점포, 어느 곳 공장, 꼭 이런 곳만 찾아다녀야 하는 게 대선주자들의 임무인지 알 수가 없다.

큰 그림 좀 내놔 보시라. 월드컵이나 올림픽 축구 4강처럼 세계를 놀라게 하고, 대한민국을 우러러 볼 큰 그림 말이다. 미국 다음가는 경제대국, 중국을 따라잡는 경제 성장률, 수출 세계 1위, 남북통일 같은 굵은 그림은 어디가고, 겨우 재벌개혁이나 임대주택 같은 자잘한 것만 들고 노니는지? 하긴 보금자리주택 계속하겠다는 말이 없어 다행이긴 하지만,

“연탄불이 무슨 불이냐”고 묻는 세대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김장철에 연탄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으면 겨울 내내 춥고 배고픈 생활을 했었음을 그들이 어찌 알겠는가? 막걸리 인심, 된장 인심, 잔치 인심과 더불어 연탄 인심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만 있었던 또 하나의 인심이었으리라.

그러나 부동산시장 침체로 중산층이 무너지자 그런 인심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음이 사실이다. 일반주택시장은 물먹은 연탄처럼 불이 붙을 듯 말 듯, 사람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옛날에는 연탄가스에 질식되어 죽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부동산 가스에 질식되어 죽어가는 사람이 날로 늘고 있음을 그대들은 아시는지?

지난 10월에는 1987년 이후 이사하는 사람이 가장 적었다고 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내 집 못 팔고 이사하는 사람 있겠는가? 집값이 내리고 보니 모두들 전세나 월세로 남겠다는 사람들뿐이다. 집값이 내릴 때에는 전세나 월세가 연탄불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아랫목이거든,

그러나 날씨가 풀리면 즉, 부동산시장이 풀리게 되면 연탄은 깊은 창고 속 어두운 곳에 묻히게 됨도 잊지 마시라. 2013년 전, 월세 재계약 건수가 약 133만 건이라고 하지 않던가? 3월에만 14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연탄불은 불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구멍을 맞추지 않아도 저절로 타게 된다.

지금은 미분양도 제법 팔려 나가고, 어차피 입주할 바엔 취득세라도 감면받고자 입주를 서두르고 있음도 사실이다. 전세금이나 집값이나 그만그만한 주택들도 하루 밤 사이에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취득세 감면의 효과일까? 양도세면제의 덕분일까? 아니면 젖은 연탄에 불이 붙기 시작했을까? 다가오는 연말이 부동산시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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