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3-4일 동안 일반주택시장과 신규분양시장, 미분양시장 및 새 아파트 입주상황을 살펴봤다. 솔직히 말해 모두들 “두려움에 떨고 있다”라는 표현이 무리는 아닌 듯싶다. 집값이 더 내려 갈 것이냐, 여기서 멈출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감을 잡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음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집을 팔아야할 사람들은 애써 좋게 해석하려고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평가하리라. 집을 사야할 사람들은 사는 시기로는 맞는 것 같은데 부족한 자금에 대한 대출 감당이 순탄할지, 집을 샀다가 자신도 하우스푸어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한다. 아직 집을 살 능력이 안 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유주택자들, 속은 쓰려도 마음은 후련하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일반주택시장은 작은 것이 예쁜 짓을 하고 있다. 작은 것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어느 곳을 예로 들어 보자. 집값이 고점 대비 20%내려갔을 때 바닥이라고 느긋하게 기다렸으나 30%로 미끄러졌고, 그때도 바닥은 아니었는지 40%로 내려갔다. 6억 2천만 원짜리 주택이 3억 2천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으니 50%할인을 딱 채운 셈이다.
대출 많이 받고 큰 집을 가지고 있거나, 대출 받고 전세 안고 두 채나 세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끼고 다니던 금반지 까지 다 팔아버렸고, 애기 백일 때 받았던 반 돈짜리 금반지도 다 팔아 치웠다고 한숨을 쉰다. 집 가진 죄로 빈털터리가 된 어느 가장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팔자와 세상살이를 원망한다. 이 집이 정녕 내 집인가?
아무리 많은 손해를 봤더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온다니 이보다 반가운 사람이 또 있을까? 요즘은 국민 모두가 부동산 전문가가 돼버렸다. 제 손으로 숟가락 잡는 사람이라면 어려운 부동산시장을 훤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매수인도 매도인의 속 쓰림을 이해하는지 특별한 조건 없이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매도인 왈, “속은 쓰려도 마음은 후련하다.” 그러나 팔지 못하고 있는 사람 집의 전화통은 언제 울릴 것인가. “집 보러 가도 되느냐?는 전화~”
-지금 집 마련하는 사람들, 두렵기는 해도 마음은 든든하다-
평소 친히 알고 지내던 A씨가 필자의 방문을 두드린다. 현재 1억 9천만 원의 전세금으로 32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6천만 원을 더 올려 2억 5천만 원을 채워달라고 하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느냐? 는 걱정이다. 40대 초반 대기업 사원으로 연봉이 대개 1억 정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참에 차라리 집을 사는 게 좋지 않을까?
A씨 자신도 곧 애가 초등학교에 가야 하므로 집을 사고 싶다고 했고, 사는 시기가 맞는지를 답하라는 것이리라. 직장 거리상 변두리에 있는 새 아파트는 갈 수 없고, 사무실과 5분 거리에 있는 입주 8-10년쯤 된 가장 좋은 아파트를 골라 전세금과 적금, 대출 1억으로 가격을 맞춰 3억 2천만 원에 35평 아파트를 사버렸다.
A씨는 난생 처음 등기부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갈 판이다. “이 집이 정녕 내 집인가?” 가슴 뿌듯하고 마음이 든든해서인지 싱글벙글 웃는다. 그러다가 귀엣말로 묻는다.
“앞으로 집값 더 안 내려가지요?”
“집이란 가격의 변동과 상관없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일이고, 내려가는 일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염려 말라”고 했다.
-무주택자들, 버스야 기다려라. 나도 간다.-
유주택자들은 재산상 손해를 봐서 속이 쓰리지만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을 못해 애가 타는 세상이다. 지금은 매수자 우위의 시장에서 큰소리치며 골라잡을 수 있지만 세상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 맘에 든 집은 이미 봐뒀다. “이 집이 정녕 내 집이 될 것인가” 그러나 무정한 돈은 자신의 곁을 맴돌지 않는다.
어차피 집을 갖는다면 번듯한 자기 집을 갖되 자기 나름대로 재산권을 행사하고 싶다. 공공임대나 전세주택은 싫다는 뜻이리라. 내 집 마련 버스야, 조금만 더 기다려라. 과연 버스는 기다려 줄까? 월급은 얄팍하고 전세금은 오르는데 이 일을 어찌할꼬.
-신규 수분양자들, 엿장수 마음이다-
신규 분양시장은 도깨비장난이다. 1,2순위 마감이었다 해도 나중에 가서 보면 좋은 층이 남아 있고, “순위 내 분양마감, 성실시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중 100세대는 직원들에게 떠넘기기로 억지분양을 하지 않았던가! 입주 전에 명의변경해주기로 하고,
동탄 2신도시 2차 동시분양에서 1607가구 모집에 3895명이 청약을 했다고 한다. 계약이 순조로울지 분양하는 건설사도 초조하다. 수분양자들의 마음은 어떤가? 엿장수 마음이다. 엿장수 마음을 움직일 여건은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일 것이다. 세상이 조용하면 그런대로 분양을 채우겠지만, 내일이라도 유럽이 어떻고, 미국이 어떻고, 휴전선이 어떻다고 하면 “돌아서서 가는 사람 왜 불러~” 그럴 것이다.
-미분양과 새 아파트 입주는 갈 길이 따로 있다-
하루에 미분양 아파트가 100채씩 팔려나간다는 소문은 헛소문이다. 어차피 입주할 사람들이 취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 드문드문 입주를 하고 있을 뿐, 미분양은 팔리지 않고 있다. 원래 분양가에서 20-30할인 분양하는 곳도 며칠 전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한다. 왜 그럴까? 첫째는 내수부진이다. 둘째는, 대선후보들의 부동산공약인즉, 알맹이 없이 요란 떠는 시골 장터 약장수라나?
어느 신도시 입주 비율이 20%선에 맴돌고 있다. 오죽했으면 건설사가 현장을 통째 신탁회사에 넘겨버렸을까? 건설사와 은행은 “안 들어오면 쳐들어간다.”고 매일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들의 유엔군도 있다. 신용정보 회사가 등장해서 건설사와 은행을 돕고 있다. 그러나 수분양자들도 할 말은 많다. “이 못난 집이 정녕 내 집인가? 계약해지에는 사정변경도 있다. 위약금 물어주면 될 게 아니냐?” 라고 덤벼댄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