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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노트에 기다림으로 적어라.
밀가루, 과자, 김치, 소주 등 밥상물가가 자고 나면 오른다. 곧 택시요금을 비롯한 교통교금도 오를 것이다. 정권교체기에는 떠나는 부처(部處)나 들어오는 부처가 단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눈치껏 올리는 모양이다. 애꿎은 서민들은 하소할 곳도 마뜩찮다. 1000원이 오르면 소득도 그만큼 올라야 할 텐데 오르기는커녕 더 내려가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금은 이미 오르기 시작했고, 전세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세대들도 많다. 집값이 30-40% 내리는 바람에 전세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게 되자 억지로 집을 사는 사람들도 없지 않으리라. 그래서인지 요즘 부동산시장에는 ‘집주인과 세입자는 7대3으로 망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유일하게 부동산만 값이 내리고, 소득향상이 없었던 그 시절 그 노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주름진 손등으로 애환의 눈물을 닦으며 시도 때도 없이 칭얼대던 사랑하는 국민들을 내려놓고, 떠나는 연락선의 마음인들 후회가 없겠는가.

각자 처지가 다른 5천만 국민들을 실어 나르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부디 안녕히 가시라. 글로벌 금융위기를 두 번이나 겪으면서 이만큼이라도 해왔는데 어찌 부동산값 내렸다는 이유만을 들어 치적을 평가하겠는가. 작은 배로 파도를 잠재우며 국민들의 손과 발이 돼준 업적은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다음 뜨는 배는 화물선이 돼주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앞강에 뜬 배는 돈 실으러 가는 배, 뒷강에 뜬 배는 돈 싣고 오는 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5년 새 빈곤탈출 비율은 31%로 떨어졌고, 소득 최하위층은 73%로 늘어났다. 이제부터 이 비율을 거꾸로 가게 해주시라. 유권자 51.6%가 화물선 ‘근혜호’호에 표를 던진 이유를 5년 내내 잊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질식 상태에 이르고 있다. 순서와 절차를 기다릴 시간도 없음이 현실이다. 지난 1월 서울 주택거래량은 2400건으로 사상 최하였고, 전국의 거래량도 고작 2만 건이었다. 경남을 비롯한 지방도 중형 아파트 값은 벌써 6천만 원씩 떨어져 유주택자들의 걱정이 깊어간다. 어서 숨통부터 풀어 주시라.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1위라고 한다. 경제성장률이 1위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동산시장 침체 후 자살률은 더 늘어 하루 40명씩이라는데 인구 줄어드는 판에 자살까지 늘어서야 되겠는가? 이런 일에 사회적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10-20대 자녀를 둔 부모님들, 착하게 키우되 자녀들에게 지고 살자. 세상은 성적순이 아니니까.

요즘 유주택자들은 당나귀 귀다. 혹시 새 정부에서 부동산에 대한 소식 없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집 가진 죄인들이시여~ 배에서 쪼르륵 소리만 계속 들릴 것이다. 그러나 취득세 감세 6개월 연장 외 밥 짓는다는 말만 들릴 뿐, 밥상은 언제 차려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봄이 오면 화물선이 뜨고, 얼음장이 깨지건만, 인사청문회에 휘말려 옴짝달싹 할 수 없다.

세 빛 둥둥섬은 물에 둥둥 떠내려가고, 재건축조합은 가는 곳마다 해산이다. 8만여 가구 전국 미분양은 속절없이 기다려야 하고, 수도권 3만 5천 가구 미분양 중 2만 가구는 ‘나는 못 들어간다.’고 굿바이 탱고를 부르고 있다. 받지 못하고 있는 돈이 22조 원이기 때문에 자금줄이 말라버린 건설사들은 밤 새 안녕이다. 과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은 없을까?

149㎡이상 주택이라도 수도권 6억 이하, 지방 3억 이하 주택은 임대사업자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주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임대사업 등록해놓고 값 오르기 기다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노래방에 가 봐도 ‘한 번 속고, 두 번 속고, 자꾸만 속고 싶네’라는 노래는 없다.

건설사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팔리기 때문에 2008년 초 3.3㎡당 1600만 원에 분양하던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이제 900만 원대로 내려 분양한다. 동탄 2신도시가 그럴 예정이다. 부근 주택시장은 어찌되겠는가? 경제성장에 따른 내수활성화도 문제지만 엿가락처럼 꼬여가는 부동산시장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화물선 뱃머리에서 오락가락 하는 게 구름인지, 안개인지 판가름이 나야 한다. 구름이라면 해를 가리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겠지만, 안개라면 해 뜨는 순간 걷힐 수도 있으리라. 5년도 기다려 왔다. 1-2개월만 더 못 기다리겠는가? 오늘은 부동산 노트에 ‘기다림“이라고 적어 두자.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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