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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움직이는 부동산시장
부동산 투자자라면 음력으로 따지는 24절기쯤은 알고 지내는 게 어떨까. 부동산은 계절을 따라 변하고, 계절을 놓치게 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다음 해의 경제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서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한(小寒)에 태어난 사람과 입춘(立春)에 태어난 사람은 성질부터 다르다. 왜 그럴까?

아침시간에 태어난 사람과 낮에 태어난 사람도 마음가짐이 다르고, 일을 처리하는 솜씨가 다르다. 그게 바로 사주팔자라는 것인데 요즘은 미신으로 치부하는 일이 허다하여 요행을 바라는 점쟁이는 밥을 먹고 살아도, 사주팔자를 짚어주거나 관상을 봐주는 역학 도사들은 형편이 어려운 모양이다.

지난 해 11월24일은 소한이었다. 12월9일은 대한이었는데 1년 중 가장 추운 날이다. 하지만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있고 보면 소한도 그 추위를 무시할 수 없는 날이다. 대한으로부터 보름쯤 지나면 입춘이 온다.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뜻이고, 이 날부터 나이를 한 살씩 더 먹게 된다. 입춘은 지난 2월4일이었다.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 왔다고 핫바지 입고 설치다가는 얼어 죽기 딱 맞다. 그 후로도 우수(雨水)라는 게 있고, 경칩(驚蟄)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우수에 내리는 비는 봄비가 되고, 그때부터 대동강 물이 풀리며, 경칩에는 개구리가 뛰어 나오게 된다. 사람 몸뚱이도 24절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라. 계절의 24절기는 매년 다시 돌아와도 인생의 24절기는 한 번 가면 다시 올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어디쯤 와 있을까? 일반주택시장은 대한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부터 입춘을 통과해야 하고, 우수를 거쳐 경칩에 이르러야 안심할 수 있는데 그 사이 어떤 구름과 바람에서 눈보라가 쏟아질는지는 역학도사라도 감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긍정으로 바라보면 푸른색이고, 부정으로 바라보면 검은색도 많다. 이제는 북한이 또 본색을 드러내고 있음도 문제다.

하지만,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은 입춘을 지나 우수와 경칩을 기다리고 있다. 봄을 맞을 준비에 들떠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오는 봄은 특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주택 수요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봄 분양시장에 큰 장이 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양가 인하 등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건설업체들의 혜택도 풍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인스랜드 부동산(www.joinsland.com) 조사 결과 올해 분양 예정인 12만2000여 가구 중 절반 정도인 6만1000여 가구가 3~5월 봄 분양시장에 풀린다. 건설업체가 봄 분양시장에 대거 뛰어드는 이유는 새 정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리라.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주택거래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집권 초기 적극적인 시장 활성화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봄 분양 물량은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많다. 2-3년 후 아파트에 걸려 넘어진 사람들이 무더기로 나오지 않을까? 못 짓게 한다면 건설사들의 직업상 자유를 방해하는 일일 것이고,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일반분양물량 4000여 가구가 나온다. 수도권에서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동탄신도시와 판교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1만7000여 가구가 분양된다. 지방에서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지가 눈길을 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동탄신도시가 웃게 되면 사람들이 빠져 나간 수도권의 빈자리에는 누가 들어올까?

오는 3월5일은 경칩이다. 그러나 주택에 물린 돈 찾을 길은 없고, 은행에서 기한 이익 상실 통지는 늘 오는 모양이다. 기한이익 상실 통지란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되면 금융회사에서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겠다는 으름장인데 원금 또는 이자를 2개월 이상 연체하면 날아오는 화살이다. 그 화살을 맞게 되면 신용은 7등급으로 떨어진다.

신도시 아파트 분양받아 놓게 되면 몇 개월 후에 몇 천 번다는 입술에 속아 배게 속에 감춰둔 돈까지 꺼내 분양받아 놨건만, 벌기는커녕 수천 또는 억대의 손해를 보게 된 서민들은 지방까지 쫙 깔렸다. 그래도 신규분양은 또 터진다. 순진한 지방 사람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는가? 라고 한 숨을 쉬는데 못 받고 있는 분양대금이 22조원이다.

걱정은 되겠지만 걱정한다고 해결이 될 일도 아니다. 백년을 살지도 못하면서 어찌 천년짜리 근심을 안고 살아야 하겠는가. 걱정된다고 이혼하지 말고, 함부로 가등기 하지 말고, 불필요한 해제통지서 보내지 말고, 무방비 상태로 놔두지도 말고,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 순리대로 해결하시기 바란다. 분양권은 봄이 와도 해결되기 어렵다. 아주 뜨거운 여름을 기다리자.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무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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