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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지나치면 미움으로 변한다.
가난한 농부는 甲이라는 부잣집에서 20년 또는 30년 동안 머슴살이를 하면서 매년 논 한 마지기씩을 사모아 늘그막에 부자가 된다. 甲의 집은 점점 가난해지고, 乙이라는 농부는 점점 부자가 되면 입장이 바뀌게 되고, 甲의 손자는 乙의 아들집에서 머슴살이를 한다.

옛날 구로공단이나 부산 고무신 공장에서도 그런 일은 늘 있었다. 30년 동안 자신이 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한 사람은 나중에 그 회사 사장이 되고, 창업자의 자녀는 그 회사의 공원이 된다. 물은 하룻밤에 100리 길을 흐르지만, 높고 낮음을 다 채우고 가기 때문에 언젠가는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위치가 아무리 낮고, 수입이 적다해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마시라. 그대가 최선을 다하고, 양심껏 일하게 되면 언젠가는 자녀들 세대에 가서도 그대의 뜻을 꼭 이뤄 줄 것이다. 인생에 요행은 없다. 그러나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100리 길을 하룻밤에 갈 수도 있고, 10년에 걸쳐 갈 수도 있다.

지금은 돈이 굴러다니는 시장바닥에 甲과 乙의 관계가 모두 바뀌었다. 이런 기회는 일생에 한 번 오거나 말거나 하는 귀중한 기회다. 필자는 세상을 살만치 살았고, 60을 넘었지만 아직 지금과 같은 기회를 맛보지 못했다. 단기적으로 약간 비슷한 경우는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권의 갑과 을의 입장-

옛날에는 어느 고장이나 고리대금업자들이 있었다. 서민들은 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업자들을 찾아가 집문서나 땅문서를 내놓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이 거리를 나서면 서민들은 설설 기었다. 밉게 뵈면 이자를 높여 받았기 때문에 잘 보이기 위함이었으리라. 대개 이자는 연 50%로 기억한다.

고리대금업자들은 甲이고, 서민들은 乙이다. 한 번 빼앗긴 주택이나 전. 답은 다시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의 문턱은 얼마나 높았는지 한 번 만나려면 사흘을 밤새워 기다리기도 했었다. 그게 기업화가 되고, 국가가 간섭하면서 오늘의 은행이 된 것이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이자 먼저 주고, 직원들에게 공공연히 커미션까지 주지 않았던가.

일반기업체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은행 문턱이 높은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권력이 높은 게 아니고 돈을 빌리기가 그 정도로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입장이 바뀌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값싼 돈이 풀리면서 은행에 돈은 넘쳐나는데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돈은 쏟아져 들어오는데 가져갈 사람이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낮은 금리로 돈을 받아 높은 금리로 돌려야 하는데 기업들도 돈이 넘쳐 모두들 대출을 갚아버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에서는 예금유치작전을 고의로 기피하기도 한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서민들도 빚을 무서워하는 현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몇 개월 후에는 은행이 있는 동네에는 돈 썩는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그러나 서민들에게는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주택담보대출 부탁해 보시라. DTI를 면도날처럼 들이대어 소득이 없거나 나이가 많으면 신용정보동의만 죽도록 해주고, 대출은 허탕을 칠 것이다. 돈이 넘쳐나는데도 DTI제도를 폐지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신규분양시장의 갑과 을의 입장-

미분양이라는 말은 외환위기 이후 나온 말이고, 그 이전에는 미분양이란 건 없었다. 말뚝 박고 현수막 걸어 놓으면 줄서서 분양받아야 했고, 당첨이 되면 이웃 불러 잔치도 했었으니까. 입주 때는 분양가가 더블을 칠 정도였으니 아파트 한 채 당첨되면 팔자 고치는 세상이었고, 외제 승용차 한 대 굴러오는 세상이었다.

甲은 목에 힘줘가며 돈 버는 세상이었고, 乙은 돈 놓고 돈 먹기 식이었음을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나 2004년경부터 미분양이 생기기 시작했고, 망하는 건설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시장과 경제사정이 변해 비켜 흐르는 물줄기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드디어 2010년부터 미분양이 무서워 중소형으로만 짓다가 2011년 하반기부터 값을 내려 분양하고 있다. 지금의 분양가격 수준은 2006년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절반수준이다. 평면은 좋아지고 품질은 낮아졌다고 본다면 그게 정답일 것이다. 그나마 분양이 안 되어 갑과 을의 관계가 뒤집히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시장의 갑과 을의 입장-

시행사는 甲이고, 수분양자는 乙이다. 시공사인 丙은 공사비를 받기 위해 갑의 행위를 대리하기도 한다. 입주 당시 입주지원책이라는 명목으로 2-3%의 이사비를 준다. 그러나 수분양자들은 묵묵부답이다. 첫째는 기존시장에 값이 내려서, 둘째는 인프라가 부족해서, 셋째는 형편이 어려워져서이다.

‘들어와라’ ‘못 들어간다.’ 전쟁에서 서로 지치게 되면 휴전에 돌입한다. 그때 돈을 버는 사람은 양쪽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군수물자 취급자들이다. 평소 부동산을 열심히 공부하면서 돈을 축적해둔 사람들이 돈을 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디에 파격적인 할인대책이 있는지 살펴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반 주택시장의 갑과 을의 입장-

일반주택시장은 지쳐있음이 역력하다. 집 구경한다면 100리 길을 달려오지만 번번이 실패의 연속이다. 그래도 최하 시세에서 2천이나 5천쯤 내려 팔겠다고 하면 입자는 있다. 주택시장에서 일반시장은 수원지 역할을 한다. 수원지에서 물이 내려가지 않으면 그 하류 논과 밭은 초죽음이 된다. 일반시장이 살지 않고는 신규시장이 활성화 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지금 일반주택시장에서는 방어하는 쪽과 공격하는 쪽 모두 퇴각명령이다. 퇴각명령이 내리게 되면 양쪽 사정을 달 알고 있는 현지인들이 돈을 번다. 현재 가장 고전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중대형 소유자들이다. 살만한 지역의 중대형을 골라잡으시라.

봄이 오면 꽃이 피지만 우리들을 괴롭히는 황사도 있다. 다소의 악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고 이해하시라. 그러나 그걸 이겨내는 사람이 가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기회, 지금이 절호의 투자기회다. 며칠 후에는 시장이 움직인다는 칼럼을 올릴 수 있다.


윤정웅 내 집 마련 아카데미(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2624796
법부법인 세인(종합법률사무소) 사무국장. http://cafe.daum.net/lawsein
수원대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 법률). 011-262-4796, 031-213-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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